양정철 총선전략 짤 듯…전해철 친문 세규합 나설 수도…이호철 컴백 여부도 관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3철 분화설을 주목하라.”
2017년 5·9 대선 직후 ‘3인 3색’ 행보를 펼쳤던 이들이 총선 공천 정국을 기점으로 단일대오를 끝낸다는 게 ‘3철 분화설’의 핵심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여의도 복귀와 비주류의 반란으로 끝난 더불어민주당 5·8 원내대표 경선 등으로 3철 분화설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비서관은 5월 14일자로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정권교체 일등공신인 이들은 정권 출범 후 ‘제 갈 길’을 갔다. 양 원장은 19대 대선 직후 “잊힐 권리를 달라.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백의종군을 택했다. 그는 2017년 5월 15일 문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2선 후퇴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양비(양 원장의 애칭으로 양정철 비서관의 줄임말)’의 요청을 수락하면서 눈물을 흘린 일화는 지금껏 여권 내부에 회자된다.
이후 양비는 뉴질랜드·일본과 한국을 오갔다. 그는 일시 귀국 때마다 복귀설에 휩싸였지만, “작별인사의 편지 잉크도 안 말랐다”, “풍문 많아 한국 가고 싶어도 두렵다” 등의 발언으로 선을 그었다. 21대 총선 출마설에 대해선 “선수 깜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호철 전 수석도 19대 대선 직후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는 글을 남긴 채 2선 후퇴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출마 요구를 받았지만, 그는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을 위한 ‘원팀 공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주도했다. 오 시장 당선 후 막후 역할론이 제기됐지만, 그는 같은 해 9월 중국 베이징으로 1년 유학을 떠났다. 3철 중 유일한 원내 인사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경선에 도전했지만, 본선 링에 오르지 못했다.
3철 분화의 관전 포인트는 ▲양비의 총선 행보 범위 ▲전 의원의 친문 세 규합 ▲부산·경남·울산(PK) 위기론 속 이 전 수석의 등판 여부다. ‘3철 역할론’에 따라 이들이 완전히 결별하고 ‘자기 정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지난해 8·25 전당대회와 올해 5·8 원내대표 경선 등 두 번의 당내 선거에서 이들은 분화 조짐을 보였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 초반 3철이 ‘이해찬(양정철·이호철) vs 김진표(전해철)’로 분화했다는 얘기가 여권 내부에 파다했다. 8·25 전당대회가 문심 잡기 경쟁으로 흐르자, 양비는 “이해찬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후 3철은 전당대회를 20여 일 앞둔 지난해 8월 3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찬회동을 하고 ‘전당대회 중립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이들의 영향력이 전당대회 최종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민주당 5·8 원내대표 경선에선 전 의원이 친문 직계그룹인 ‘부엉이 모임’을 이끌고 이 원내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 경선에서 참패한 전 의원이 설욕전을 펼친 셈이다. 양비는 거리를 뒀지만, 이 전 수석은 이 대표와 연결고리를 갖는 김태년 의원을 지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비의 민주연구원 원장직 제안도 이 대표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3철 중 최종 누가 웃을지는 총선 정국의 역할론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예열을 마치고 여의도로 복귀한 양비는 당분간 총선 전략 및 인재 영입 등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양정철발 ‘인재 영입’과 ‘직접 출마’ 여부다. 우선 인재 영입의 경우 올해 하반기 정국 주도권에 따라 ‘색깔’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 지지도가 집권 3년 차 말까지 40%대 후반을 기록한다면, 중도보수 인사를 통해 외연 확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30% 선으로 하락할 경우에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인재 영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양비를 중용한 것은 친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선거 전략을 잘 짜는 ‘스핀닥터(정치홍보전문가)’이기 때문”이라며 “2016년 20대 총선 직전 외연 확장이 절실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의 인재 영입도 그(양비)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새정치연합 당 대표는 문 대통령이었다. 진보 색채를 강화한 19대 총선에서 참패한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체제 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경찰대 교수로 명성이 높았던 표창원 의원(1호)을 시작으로, 웹젠 이사회 의장이었던 김병관 의원(2호), 전 6자 회담 수석 대표였던 이수혁 의원(3호)부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인 김병기(18호),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던 조응천 의원(20호)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도 ‘표창원(경찰)·김병기(국정원)·조응천(검사)’ 영입 등을 통해 민주당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중도보수층에 안정감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의도로 복귀한 양비가 ‘물갈이 총대설’에 대해 “수혈할 때 피를 빼냐”라고 반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양비의 선수 출격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는 21대 총선 출마에 선을 긋고 있지만, 공천 막판 구원 등판할 수도 있다. 당 안팎에선 양비의 출마 지역구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텃밭인 서울 구로을이 거론된다. 이곳은 양비의 유년 시절 추억이 깃든 곳이다. 다만 같은 당 이철희 의원과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등도 구로을 후보군이다. 양비의 플랜 B로는 서울 중랑갑이 꼽힌다. 양비는 19대 총선 당시 중랑을에 공천장을 낸 바 있다.
3철의 한 축인 전해철 의원 행보도 변수다. 민주당 5·8 원내대표 경선에서 부엉이 모임 좌장인 전 의원의 존재감은 한층 드러났다. 당 안팎에선 친문계 의원 중 70%가량이 이 원내대표를 찍었다는 말도 들린다. 전 의원의 최대 과제는 사조직 수준에 머무는 부엉이 모임의 정치 세력화다. 이인영 호 출범 과정에서 부엉이 모임과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이 단일대오를 형성한 만큼, 향후 이들이 ‘새로운 계파’ 만들기에 나설 수도 있다.
부엉이 모임과 86그룹은 지난해 8·25 전당대회 직후 더좋은미래 버전의 싱크탱크 구축을 위한 물밑 작업을 개시했다. 전 의원과 황희 의원 등 기존 부엉이 모임 멤버, 현 정부 들어 신친문계로 부상한 최재성 의원, 더좋은미래 소속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김영춘 의원 등이 여권 권력지도의 새판 짜기를 주도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다만 각각의 이해관계가 상충한 공천 국면에서 이들이 연대 전선을 형성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선 세를 과시했지만, 지난해 당 대표 경선 땐 이들 내부에서조차 ‘이해찬파와 김진표파’로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수석 행보는 위기의 PK 민심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 유학길에 오른 이 전 수석은 서울 등지를 오가며 공부에 매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 시점은 추석 전후인 올해 9월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수석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출마를 권유받았다. 당시 일부 당원들은 ‘이호철 출마’를 위한 1인 시위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 전 수석은 여권 분열을 막은 ‘원팀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 대신 여권을 하나로 묶는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전 수석은 “정치에 뜻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민주당 권리당원 이외 어떠한 직함도 갖지 않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 집권 후반기 때 PK 위기론이 잦아들지 않을 경우 전격 등판 요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