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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이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거둔 1592년 한산도 대첩의 승리 이후, 왜군과 조선 수군은 모두 전투를 미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특히 일본은 조선 수군과 전쟁을 벌이지 말라는 명령이 있을 정도였다. 승전을 계속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처형당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는 이순신.
그의 앞에는 수적으로 압도적인 왜군이 버티고 있고, 등뒤에는 왕인 선조가 언제 휘두를지 모를 칼을 겨누고 있다. 백성들의 열렬한 지지와 막강한 수군을 가진 그였기에 군왕 선조에게는 왜군만큼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근심거리이기도 했던 것.
급기야 선조는 탁상공론으로 왜군의 본거지인 부산포를 공격하라 명하고 참상관 류형을 파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순신은 서해와 호남, 한강을 지키는 것이 실리라고 생각해 명을 거부한다.
이렇게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으니, 이순신은 철저히 혼자다. 그럼에도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기는커녕 오로지 나라를 위하는 우국 충정을 담은 자신의 결연한 의지를 담고 또 담아 시로 표현한다. 전쟁이 안겨준 고뇌와 고통을 이순신 장군은 탁월한 문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는 평소에는 누구보다도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