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회의원·경찰 간부 등 수사 개입 권력자들 겨냥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13개월간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해 조사한 뒤 5월 20일 진상규명 불가 결론을 내렸다. 이에 과거사위 진상조사단 민간 위원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묵살됐다며 검찰 조직을 비난했다. 10년 만에 수면 위로 오른 장자연 사건은 이렇게 끝났다.
검찰과거사위는 지난 3월 활동 기간이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장자연 사건을 비롯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클럽 버닝썬 경찰 유착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2개월 더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그나마 김학의 사건은 김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구속으로 숨을 고른 모습이다. 장자연 사건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와 증거부족 등으로 수사 난항이 예상됐지만 결국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피해여성의 진술과 진료기록 등 여러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김학의 수사단’의 막바지 보강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구속된 가운데 ‘김학의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일요신문DB
사건 핵심인물인 윤 씨와 김 전 차관 신병을 모두 확보한 수사단으로선 수사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수사단은 윤 씨 구속영장에 김 전 차관과 합동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적용했는데 법원이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이는 김 전 차관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부터 소환 조사에서 김 전 차관 관련 혐의에 대한 진술을 시작한 윤 씨가 구속된 이후 더욱 구체적인 진술을 쏟아낼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반면 김 전 차관은 구속 이후 거듭된 소환 조사에서 계속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윤 씨와 김 전 차관 모두 대질심문을 거부하고 있어 마무리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김학의 사건의 핵심은 무소불위로 불리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다. 당시 지휘라인이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검찰 출신이었다. 검찰이 전반적으로 이 사건을 축소 내지 무마하려 했다는 정황이 실제로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수사단이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기보단 경찰 수사의 부실을 지적하거나 당시 정권 실세들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반면 핵심 사안인 검찰의 부실 수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라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실제로 윤 씨 수사에서 제기된 현직 국회의원 등을 포함한 전현직 경찰 간부에 대한 수사 개입 의혹 등도 수사단이 같이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수사단은 김 전 차관 구속 기한 만료 시점을 고려해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