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아파트 공사 계약 업체마다 도산 또는 소송…효성 측 “무리한 업체 요구로 갈등…절차상 문제없다”
효성그룹 본사 전경.박정훈 기자.
효성중공업이 건설 중인 평택 미군아파트는 200여 세대로 지난해 준공완료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미군 건설현장의 특수한 성격상 대규모 하도급보다는 중소규모의 미군 건설현장 전문 건설사들이 주로 하청을 받는다. 미군 측의 감리나 감독도 까다로워 추가공정과 하자보수 등도 손이 더 많이 가는 곳이다. 인건비도 일반지역 공사보다 20%까지 작전지역 할증이 붙기도 한다. LH로부터 2014년 발주를 받은 효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공사에 착수했다. 문제가 된 공사부문은 기계설비 공사다. 그런데 2017년 이를 맡아온 A 사가 자금난 등으로 부도가 났다. 이후 B 사가 기계설비 잔여공사를 맡아 진행하다가 다음해에 돌연 공사가 중단됐다. 효성중공업은 B 사가 계약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과다한 비용만 요구했다며 업체를 C 사로 교체한다.
하지만 C 사 역시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효성중공업에 전달했다. 최초 공사와 다르게 요구하는 사항들이 많은 데다 공사비 산정 등도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내용증명 등을 통해 계약을 했으니 공사 마무리부터 하라고 C 사를 압박했다. 이에 C 사는 공정거래조정원에 중재를 부탁했다. 이마저도 효성중공업의 대형로펌 조정참여로 중재를 포기했다. 현재 C 사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신고를 한 상태다.
공정위에 접수된 효성중공업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신고서.
효성중공업이 강요한 계약내역은 앞서 구두 약정했던 내용과 차이가 컸다. 기존 두 업체와 체결했던 내역을 그대로 사용해 공사기간, 공사대금, 공사범위 등도 실제 C 사가 공사를 수행한 내역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C 사는 불만을 제기했지만 효성중공업 담당직원이 차후 반영해주겠다는 설득으로 공사를 우선 진행시켰다. 하지만 효성중공업은 C 사 현장인력에게 서면 작업 지시와 별도로 당초 계약에 없었던 추가공사를 구두로 지시하거나 설계변경 및 추가공사에 대한 어떠한 서면도 발급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시켰다.
C 사는 총 공사비가 43억 원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A, B 사가 오시공한 부분을 시정하고 원상 복구한 부분 등이 포함된 공사비다. 그렇지만 효성중공업은 절반도 안 되는 20억가량만을 지급했다. 당초 합의된 최초 공사 이외에 추가적인 공사요청이 빈번했지만 사실상 추가공사비는 받지 못한 것. C 사가 주장하는 추가공사비용만 23억가량이다. 결국 C 사는 지금까지도 불어난 추가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법을 위반한 의혹도 제기됐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원청이 공사현장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을 직접 처리하거나 향후 발생될 폐기물의 관리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하도급대금에 반영해야 하는데도 폐기물처리비와 준공청소비를 별도 합의서를 통해 하청업체들에게 전가했다. 심지어 하청업체의 수급사업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 효성중공업이 지정하는 사업자와 거래하도록 제한하기까지 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이 ‘한마음체육대회’ 축구 결승전에 직접 선수로 출전해 임직원들과 함께 경기를 펼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제공 = 효성
이에 대해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B 사는 무리하게 증액을 요구하면서 태업을 했다. 공사지연이 되면 안 되니 정상적인 계약해지를 하고 현장을 C 사에 맡기게 된 것”이라며 “(현장에서 듣기로는) C 사의 경우 공사대금 이행이 정상적이었다. C 사도 추가비용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청들과 계약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금액적인 차이 때문이다. 근거 없이 돈을 지불할 수 없다. 우리는 정상적인 계약조항에 따랐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이들 업체들이 공정거래조정원 등에 중재를 요구했다가 취소한 채 사건을 이슈화해서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C 사의 공정위 신고내용은 일방적인 주장이며 C 사 역시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조정절차 중에 근거 부족으로 조정원이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조정 금액이 줄어들자 본인들이 취하했다. 이들 업체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본다. 다만 합의하는 과정에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C 사는 “대금을 받는 것이 급선무일 뿐 문제가 커지길 바라지 않는다”며 “대기업과 법적 공방을 해서 승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공정에 시달리는 하도급업체들에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기업과 갈등이 있다고 업계에 소문이라도 나면 회사 문 닫는 것은 시간문제이지만 그동안 업계에서 쌓아온 자부심과 상주하는 인력들을 위해서라도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B 사는 효성중공업에 대한 시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B 사는 효성중공업과의 공방 중에 사명을 바꾸고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시작되면 을의 입장에서 갑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거절하기 어렵다. 시공 과정에서 계속 손실이 쌓이다 결국 적자가 나면서 회사 존폐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했다.
효성중공업과 하청업체의 논란은 계속될 조짐이지만 이런 문제는 건설업계에선 꽤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형건설사들이 자금 사정이 열악한 하도급 사업자들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행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효성중공업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협력사와 ‘상생 나무’ 심기 행사를 가졌다. 효성중공업은 연 2회 우수 협력사를 초청해 간담회를 실시하고 협력사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소통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평소 아프리카 속담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을 자주 언급하며, “협력사와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시스템·판로개척·재무 등 전반적인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