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사람이 좋다’ 캡쳐
28일 방송되는 MBC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는 21세기 선비 청학동 훈장님 김봉곤 편으로 꾸며진다.
김봉곤 훈장은 지리산 청학동 해발 900미터 고지의 산골에서 서당집의 4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전기도 없이 약초를 캐서 살아야 했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난한 살림으로 5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 더 넓은 세상에서 배우고 성공해 금의환향하겠다는 꿈을 꾸며 서울로 상경했으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도시생활이었다.
판소리를 배우겠다 생각했지만 돈 한 푼 없는 댕기머리 총각에게 수월한 일은 없었다.
집이 없어 공연장에 숨어 지내는 생활까지 하며 고생하며 버틴 끝에 1989년 그는 드디어 서울에 그의 서당을 차릴 수 있었고, 1992년에 방송 활동까지 시작했다.
토크쇼 보조 MC, 리포터, 직접 노래를 부르며 음반 제작까지 하는 등 색다른 도전을 하며 보수적인 청학동 개방에 힘쓰고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던 중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2012년 진천으로 터를 옮겨 예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어느덧 지금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1남 3녀의 자녀를 슬하에 둔 가장이 되었다.
평소 호랑이 훈장님으로 유명한 김봉곤이지만 색깔이 다른 4남매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요즘 김봉곤의 가장 큰 고민은 고3이 된 아들 경민(19세)이다.
어릴 적에는 김봉곤을 따라 곧잘 판소리도 하고 농사도 짓던 아들이 뒤늦게 사춘기를 겪는지 공부는 뒷전으로 개인 방송 크리에이터와 랩퍼를 한답시고 밤새 컴퓨터를 붙잡고 있기 일쑤다.
그런 아들을 이해할 수 없는 김봉곤과 자신의 꿈을 폄하하는 듯한 아버지에게 서운한 아들. 김봉곤은 아들에게 조금씩 손을 내밀어보려고 하지만 아직은 거리를 좁히기 쉽지 않다.
반면 김봉곤의 못이룬 꿈을 이뤄주려는 듯 판소리를 배우고 있는 국악 자매 셋째 김도현(14세)와 막내 김다현(11세).
두 딸은 김봉곤에게 판소리를 배우며 자랐고 이후 김영임 명창에게 경기민요를 전수 받으며 실력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다른 꿈은 생각해 본 적도 없을 정도로 판소리를 사랑한다는 국악자매.
얼마 전 KBS ‘불후의 명곡’ 설특집에서는 우승을 거두는가 하면, 각종 행사와 공연에 초청되어 큰 무대에 함께 서고 있다.
그런가 하면 평소 참하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온 장녀 자한(22세)은 최근 미스춘향선발대회에 도전했다.
긴 합숙기간 동안 평소 하지 않던 탭댄스와 걸그룹 안무까지 배워가며 열혈 노력 끝에 본선까지 진출했는데 큰 딸의 도전을 응원하는 훈장 아버지는 생전 사보지 않은 여자 구두까지 사러 나섰다.
맹모삼천지교 저리가라 아이들을 뒷바라지 하는 김봉곤 훈장은 오늘도 바쁘다.
김봉곤 훈장은 “자식이 없었다면 인생이 무미건조했을 것 같고요. 삶의 보람이 없었을 것 같다 싶어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지만 그게 삶인 것 같아요. 희노애락이 다 있거든요.자식들 키우다 보면”이라고 말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