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공감할 갈등과 분열, 그리고 인간의 본질…현 시국 향해선 “책임질 분이 책임져야” 소신도

임시완은 코인 사기에 연루돼 몰락한 코인 전문 유튜버 명기 역을, 강하늘은 정배의 군대 후배 대호 역을, 박규영은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이진욱은 하나 뿐인 딸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박성훈은 트랜스젠더로 성확정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각각 게임에 참가한 노을과 경석, 현주를 연기했다. 또 양동근은 도박 중독자 아들 용식, 강애심은 그런 아들의 도박빚을 갚아주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어머니 금자 역을, 조유리는 잘못된 투자정보로 거액의 빚을 지고 게임에 들어왔다가 전 남자친구인 명기를 마주하게 되는 준희 역을 맡았다. 이하는 '오징어게임2' 제작발표회 황동혁 감독 및 출연진들의 질의응답 전문.
― '오징어게임2'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나.
황동혁 감독: 시즌 1의 엔딩은 (성)기훈이 딸을 만나러 LA 비행기를 타려다가 다시 돌아서서 "우린 말이 아니고 사람이다. 그러니 너희가 하는 짓이 용서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끝난다. 시즌 2는 그 이후 기훈의 여정을 담은 것이다. 기훈은 이 게임을 누가 벌였는지 찾아서 멈추게 하려 하고, 프론트맨은 그런 기훈을 또 다시 막아서고 붕괴시키려 한다. 이 둘의 대결이 '오징어게임2'의 핵심적인 이야기와 갈등 구조가 된다.

황동혁 감독: 전세계가 점점 갈라지고 분열되는 게 심화되고 있다. 국가 내 갈등과 국가 간의 전쟁 같은 것들. '오징어게임2' 안에서도 갈등과 분열, 서로를 적대시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현실과 작품 속 세계가 무척 닮아있다고 생각하실 것이다. 그런 사회를 '오징어게임2'를 통해 보시고, 주변과 이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시길 바란다.
― 시즌 1과 2의 성기훈, 프론트맨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나.
이정재: (변했어도) 그래도 이정재지 뭐, 제가 연기했는데(웃음). 사실 시즌 2에서는 기훈의 감정과 그가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기훈의 모습이 거의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목표가 뚜렷해진 그런 인물로 변화돼 있다. 반드시 게임을 멈춰야 하겠다는 일념 하에 수년 간 '딱지맨'을 찾으러 다녔고, 마침내 게임장 안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정말 저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연기하게 된 지난 1년이었다(웃음).
이병헌: 시즌 1의 프론트맨은 게임을 총괄하고 진행하는 기능적인 역할로 존재했다면 시즌 2는 프론트맨의 전사가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왜 이렇게 초반에 게임에 참여하게 됐는지부터 그가 기훈과는 판이하게 다른 '인간에 대한 생각'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그렇기에 프론트맨 입장에선 기훈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한 행동들을 하게 된다.
― 시즌 1과 달리 시즌 2에서는 비교적 젊은 참가자들이 눈에 띄는데 그 이유는.
황동혁 감독: 시즌 1의 대본을 쓸 때가 코로나19 전이었다. 이 정도로 빚을 지고 게임에 참여하려면, 그런 사회적 실패를 빨리 겪을 수는 없을 테니 현실적으로 나이 든 분들이 (참가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즌 1과 2 사이에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코인 열풍이 일어나고, 사회계층과 계급 간 이동 사다리가 막히면서 젊은 세대들이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점점 포기하게 됐다. 주식이나 코인 등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런 점에서 시즌 2에서는 시즌 1과 달리 젊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담아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젊은 참가자들을 대거 기용하게 됐다.

황동혁 감독: 시즌 2도 기훈이 같은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기에 세팅 자체는 이전과 달라진 바가 없다는 설정이다. 다만 시즌을 반복할 때 제가 신경 쓴 부분은, 시즌 1으로 익숙했던 공간을 사랑하셨던 분들께 그 익숙함을 주되 약간 변형시켜서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게임장 속 숙소도 보시면 이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바닥에 선과 함께 OX 표가 그려져 있다. 참가자들의 복장도 너무나 유명해진 초록색 체육복은 그대로지만 가슴에 OX 마크가 달려있다. 또 시즌 1에서 유명한 시그니처 음악을 사용하면서도 편곡과 분위기를 바꿔 다들 좋아하는 곡으로도 새로운 분위기를 받게끔 했다.
이정재: 시즌 1때도 게임 세트장이 항상 궁금했다. 처음 세트장을 볼 때 굉장히 놀랬기 때문에 '다음 게임장은 어떨까' 기대가 계속 커졌다. 시즌 2도 마찬가지다. 항상 느낀 거지만 제가 궁금해하고 상상했던 그 이상의 세트장이 구현돼 있어서 정말 많은 분들이 노력하셨다는 걸 깨닫는다.
임시완: 시즌 1을 굉장히 재미있게 본 시청자이자 팬의 입장에서 '오징어게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과 동시에 오징어게임을 실제로 하게 됐다. 처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세트장을 접했을 때, '영희 인형'을 실제로 접했을 때 그 감격스럽고 벅차오르는 느낌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것 같다. 별 것 아니지만 영희 인형의 목이 돌아가는 것도 팬심의 입장에선 전율이 일어나는 일이었다(웃음).
― '오징어게임'에 새롭게 합류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
강하늘: 정말 갑자기 얘기를 들은 거라 '저한테 왜?'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미팅 때 '왜 나까짓 것에게 이런 기회를 주셨나' 꼭 여쭤봐야지 했는데, 감독님이 살짝 얘기해주신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질문도 못하고 그냥 홀려서 나왔다(웃음).
강애심: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 '이건 내 것이 아냐'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해서 작품에 마가 끼면 어떡하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작품 촬영 전에 팔을 정말 심하게 다쳤다. '역시 내 것이 아니었구나' 했는데 다행히 찍을 수 있게 됐다. 아마 '오징어게임2'의 마를, 제가 액땜으로 다 쫓은 게 아닌가 싶다(웃음).
이서환: 사실 대본 받기 전에 시즌 2가 제작된다는 소리를 듣고 주변사람들이 '너 나오는 거 아냐?' 물었을 때 제가 '안 나와, 내가 왜 나가' 그랬다. 그런데 그날 온갖 생각이 다 들어서 잠을 못 잤다. 기대를 내려놓고 있었는데 연락이 와서 제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웃음). 그래서 '올 게 왔구나' 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강하늘: 제가 현장에서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웃음). 이 대단한 선배님들과 언제 또 작품을 같이 해보겠나. 그래서 항상 웃고 있었다.
양동근: 오랜 촬영 기간 동안 힘들 수도 있었는데 정말 강하늘 씨의 존재가 우리 현장을 활기차게 만들어줬다. 그런 에너지를 가진 배우인지 미처 알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 시즌 1의 엄청난 인기 요인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황동혁 감독: 미스터리한 것 같다. 여러 번 답을 하지만 마음 속으론 여전히 '이게 왜 이랬지' 하면서 스스로에게 되묻곤 한다. 일단은 이야기가 재미있어서가 아닐까. 모든 걸 제쳐두고 말도 안 되는 게임을 하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게 최고의 이유였던 것 같다. 단지 재미있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우리 사회와 접점이 있었기에 킬링 타임으로만 여겨지지 않고, 또 시청을 마친 뒤에 주변 사람들과 나눌 이야깃거리를 조금이라도 남겨줬기에 더 큰 반향을 이끈 게 아닐까 싶다. 시즌 2를 준비하면서도 어떤 전략을 세웠다기 보단 시즌 1때와 마찬가지로 '최고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겠다. 이게 재미없으면 뭐가 재미있냐는 말을 듣겠다' 그런 마음이었다.
이병헌: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건 세계 어느 사람이든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즌 1이 화제가 됐던 것은 이야기의 전개가 상상초월, 예상불가 상황들의 연속이어서 그런 충격적인 것들에 많이 자극이 됐을 것이다. 반면 시즌 2는 이미 우리가 놀랄 곳을 알고, 게임을 통해 어떤 결과가 벌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충격이 덜할 수 있다. 그러나 시즌 1에서의 보편적인 정서가 시즌 2에서는 많은 인물들의 많은 스토리, 그리고 많은 드라마로 이어진다. 그것이 시즌 2를 이끌어가는 어떤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시즌 2에서 어떤 변주를 주고자 했는지, 그리고 황동혁 감독의 치아 건강은 괜찮은지.
황동혁 감독: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다. 이는 성기훈, 프론트맨, 게임을 통해서 드러난다. '이건 예상 가능할 것 같은데?' 했는데 트위스트 같은 반전이 있기도 하고, '완전히 새로운 길로 가나?' 했는데 시즌 1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뭔가가 나오기도 한다.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제 치아는 좋지 않다(웃음). 그때 충분히 (치아를) 뺐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치통이 등장했다. 치과에 가서 뽑아야 하는데 겁이 나서 못 가고 있다. 조만간 가면 두 개 정도 더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많이 슬프다(웃음).

황동혁 감독: 이야기를 쓸 때부터 부담은 쭉 있었다. 그게 돌덩이처럼 굳어져 버린 것 같다. 사실 시즌 1이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캐릭터의 덕이었고, 이번에 시즌 1보다 더 많아진 캐릭터를 어떻게 잘 살려내야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해서 미워하고 또 사랑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각자 정해진 작은 분량 안에서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 가장 큰 고민지점이었다.
― 시즌 2 공개 전부터 가장 주목 받는 캐릭터 중 하나가 박성훈이 연기한 트랜스젠더 현주다. 이 캐릭터를 등장시킨 이유가 있다면.
황동혁 감독: 시즌 1에서도 참가자들 중에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이들이 있었다. 탈북자나 대표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인 알리. 한국에서 가장 소외 받는 이런 마이너리티 문제를 시즌 2에서도 한두 명 등장시키고 싶었다. 제 개인적 생각으로 현주라는 인물은 시즌 2 캐릭터 중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아비규환 게임 세상 안에서 가장 핍박받고 소외받는 인물임에도 인간이 가진 뭔가를 지켜가는 캐릭터다.
― 공교롭게도 '오징어게임2'의 공개 시점이 최근 어지러운 시국과도 맞물리고 있다.
황동혁 감독: 이런 시국에 작품을 공개하게 돼 마음이 많이 무겁다. 저 역시 비상계엄 발표를 믿을 수 없었고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TV를 지켜봤다. 그저께 벌어진 대통령 탄핵 투표도 생중계로 지켜봤는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로 온 국민이 잠도 자지 못하고 거리로 나가야 하고, 불안과 공포, 우울감을 가지고 연말을 보내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행하고 또 화가 난다. 어떤 식으로든, 빨리 탄핵이든 자진 하야가 됐든 최대한 빨리 책임질 분이 책임지셔서 제발 행복하고 서로에게 축복이 되는 연말을 돌려주셨으면 한다. '오징어게임2'가 이런 시국에 공개되는 것도 이 작품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보시고 나면 우리나라와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말도 안 되는 갈등과 분열, 격변, 이런 것들을 다시 한 번 현실과 게임 세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장면들을 발견하실 것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