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기계는 굴삭기 등 건설 기계 등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로, 현대중공업의 건설장비 사업부가 2017년 4월 분할해 설립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굴삭기 부품인 하네스 구매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납품업체를 다원화 또는 변경하는 시도를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납품업체의 도면을 2016년 1월 다른 하네스 제조업체에게 전달해 납품가능성을 타진하고 납품견적을 내는데 사용하도록 했다.
하네스란 굴삭기 등 건설장비의 각 부품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부품 상호간에 전달하여 각 부품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전선의 집합체로, 통상적으로 굴삭기 한 대에 20여 개의 하네스가 장착된다.
울산시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은 하네스 업체의 도면은 본인들이 제공한 회로도 및 라우팅 도면을 ‘하나의 도면’으로 단순 도면화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도급 관계에서 원사업자가 납품할 품목의 사양을 제공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하네스 업체들의 도면에는 회로도나 라우팅 도면에는 없는 제작에 필수적인 부품 정보나 작업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정보 등이 기재돼 있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본인들이 도면을 전달한 제3의 업체에게 견적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기존 공급처에게는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그 결과, 공급처를 변경하는 대신 2016년 4월 기존 공급처의 공급가를 최대 5%까지 인하했다.
또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7월 ‘하네스 원가절감을 위한 글로벌 아웃소싱’ 차원에서 새로운 하네스 공급업체를 물색하기로 하고, 3개 하도급 업체가 납품하고 있던 총 13개 하네스 품목 도면을 2017년 10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제3의 업체에게 전달해 납품가능성 타진 및 납품견적을 내는 데 사용하도록 했다. 또 현대건설기계는 공정위 조사 개시 이후인 2018년 4월에도 제3의 하네스 제조업체에게 도면을 전달한 사실이 공정위에 의해 확인됐다.
이에 공정위는 현대건설기계에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에는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명령했다.
공정위는 이들에게 4억 3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 법인과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관여한 간부 직원 및 담당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한 후 공급업체 변경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술유용에 해당함을 명확히 한 사례”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3~4개 주요업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과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