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태영 계열사 합병 통한 ‘신종 일감몰아주기’ 의혹…내부거래 해당 안돼 규제 대상서 벗어나
후니드 홈페이지 사업장소개에서는 후니드의 주요 거래처 다수가 SK그룹과 태영그룹 계열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후니드 홈페이지 캡처화면.
일요신문 취재 결과 현재 후니드의 대표이사인 손병재 씨는 SK건설 임원 출신이며, 정 아무개 사내이사와 서 아무개 전 대표이사, 이 아무개 전 감사, 최 아무개 전 사내이사 등 다수 전·현직 임원이 SK그룹 계열사 임원 출신으로 확인됐다. 또 김 아무개 전 기타비상무이사는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일감몰아주기 지적을 받은 바 있는 태영건설 자회사 블루원 임원 출신이다.
후니드는 이전부터 SK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 받았으나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으로 내부거래비율이 매출의 12% 또는 200억 원 이상인 법인’이다. 후니드의 경우 대부분 매출이 SK그룹과 태영그룹 계열사를 통해 발생하지만 SK그룹이나 태영그룹 계열사가 아니라 법적으로는 내부거래로 볼 수 없다. 현재 후니드의 최대주주는 지분 49.19%를 보유한 ‘유한회사 에스앤이아이’이며,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일가 4인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각각 29%, 4.9%를 보유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며 알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후니드는 지난 5월 21일 참여연대와 SBS노조의 기자회견으로 화두에 올랐다. 참여연대와 SBS노조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장을 업무상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그룹 오너 3세 최영근 씨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참여연대와 SBS노조는 “태영과 SK그룹이 합병을 통해 총수 일가 지분을 줄이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했다”며 “재벌 간 계열회사 합병을 통한 신종 악질 일감몰아주기 수법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태영그룹은 SBS 등 계열사와 후니드 간 각종 용역계약을 수의 체결하면서 타 업체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장해 SBS 계열사에 최소 40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해 조용히 돈을 끌어 모으던 알짜 중견기업은 지난 5월 21일 참여연대와 SBS노조의 기자회견으로 다시 화두에 오르게 됐다. 사진은 지난 5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관계자 등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태영.SK그룹의 배임.일감몰아주기 혐의 고발 및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SK그룹과 태영그룹의 밀월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후니드는 2013년 기준 SK그룹 장손인 최영근 씨가 지분 80%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SK 3세 기업’이었다. 공시에 따르면 당시 후니드의 주요 영업 내용은 위탁급식과 인력공급이었으며, 당기순이익은 35억 원 규모였다.
2013년 10월 후니드는 태영매니지먼트를 흡수합병했다. 사업시설 유지 및 관리 서비스업을 영위한 태영매니지먼트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지분 99.99%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로 태영그룹 일감몰아주기의 핵심기업으로 꼽혔다. 태영매니지먼트의 공시를 보면 2012년 매출액은 203억 6600만 원이었으며, 같은해 계열회사 간 상품용역거래 매출액은 136억 9900만 원으로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67%에 달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최 씨와 윤 회장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후니드는 태영건설이 대주주로 있는 SBS미디어홀딩스의 계열사에서도 일감을 끌어올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공시에 따르면 후니드의 주요 영업 내용은 위탁급식과 인력공급, 건물관리용역, 조경공사업, 방송장비 및 제작시설임대업 등으로 사업 분야가 늘어났다.
합병 이전 SK그룹과 태영그룹은 2010년 태영건설의 자회사 태영환경과 SK건설, SK케미칼 간 합작사업으로 먼저 손을 맞잡았다. 이후 태영환경은 SK계열사와 협력으로 사업영역을 합작해왔으며, 2011년 4월 사명을 TSK워터로 변경했다. 또 2018년 10월 TSK워터를 신규회사 명칭으로 하고 지배기업의 명칭을 TSK코퍼레이션으로 변경했다. 현재 TSK코퍼레이션의 지분은 태영건설 75%, SK건설 20%, SK디스커버리 5%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TSK코퍼레이션은 11개 종속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SK그룹과 태영그룹의 친밀함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윤 회장의 친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2014년 최 부회장이 SK가스 지분을 팔고 SK케미칼 지분을 확대할 때 태영건설이 보유했던 SK케미칼 주식을 블록딜을 통해 최 부회장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신종 일감몰아주기’ 지적에 대해 “후니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지 10년 이상 된 데다 계열사 이슈이므로 답변할 것이 없다”고 전했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아직 그룹의 공식 입장을 밝힐 만한 것이 없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후니드 주주 살펴 보니…최창원 인맥들 눈에 띄네 후니드의 주주 구성을 보면 윤석민 회장 외에도 SK그룹과 친분 있는 기업의 오너 일가들이 눈에 띈다.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과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두 아들 김건호 씨와 김남호 씨다. 허 회장은 후니드 지분 8.46%를 보유하고 있고, 김건호 씨와 김남호 씨는 각 6.8%, 1.65%를 보유하고 있다.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은 최창원 부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 과정을 함께 수강했다. 허 회장은 2008~2015년 SK케미칼 사외이사를 맡았다. 또 한일시멘트는 2017년 6월 SK케미칼의 지주사 전환 추진 당시 태영건설과 함께 SK케미칼 자사주 블록딜(대량매매)에 참여한 바 있다. 삼양은 SK케미칼과 함께 양사의 합성섬유 사업을 분리해 합작법인 ‘휴비스’를 설립했다. SK케미칼과 삼양은 휴비스 상장을 앞두고 주주간 협약을 체결, 상대방 동이 없이 휴비스 주식을 매수 혹은 매도할 경우 20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공시에 따르면 삼양홀딩스와 SK디스커버리 자회사 SK신텍은 각각 휴비스 지분 25.5%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주주들이 SK케미칼, SK건설 등 SK디스커버리 계열사와 인연이 있는 것은 고 최윤원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회장 일가가 후니드 주식을 보유한 것과 연관된다. 고 최윤원 회장의 뒤를 이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고 최윤원 회장 일가와 친분이 있는 관계기업을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태영그룹이 SBS미디어홀딩스 계열사를 활용해 후니드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확인돼 검찰고발했으며, SK그룹 또한 친인척 일감몰아주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수사의뢰를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