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지분 확대로 오너일가와 격차 좁혀…투자 회수 쉽지 않아 딜레마도
조 전 회장을 포함해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오너 일가와 한진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총 28.95%다. 아직 KCGI와 격차는 10%포인트 이상이다. 하지만 KCGI의 최근 지분 확대 추세가 공격적이어서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도 잠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외부 세력의 잇단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6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원태 회장이 운구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 일요신문DB
지난해 말 기준으로 KCGI의 출자약정액은 2294억 원이다. 자기자금은 이미 모두 소진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차입 또는 추가 펀딩을 통한 추가적인 재충전이 가능하다. 산술적으로 주식담보대출(통상 담보가액의 50%)만 활용해도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이미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업계에서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렇게 조달한 액수만 500억 원 남짓이다. 500억 원을 더 빌린다면 2%포인트가량의 지분율 확대가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의 경영참여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지분 확대를 위해 추가 펀딩에 나설 경우 흥행할 가능성도 크다”며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주주총회 전까지 지분 매입을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CGI가 지분율을 높이면 높일수록 향후 투자회수도 쉽지 않다. 현재 평균매입단가는 3만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현 시가 대비 40% 이상의 평가차익을 내고 있지만, 경영권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결권의 15%에 달하는 지분을 현금화하기는 쉽지 않다. 대량매매로 쪼개서 매각한다 하더라도 매수자에게 향후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한진칼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9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8억 원)의 55%에 불과하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현재 시가총액은 자본총계의 1.6배가 넘는다. 펀더멘털 대비 현 주가가 매력적이라 평가하기 쉽지 않다.
KCGI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받을 수 있는 인수합병(M&A)을 시도할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 장악과 함께 최소 의결권의 과반에 가까운 우호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한편 조원태 회장 쪽에서는 조 전 회장의 한진 지분 등을 활용해 한진칼 지분율을 높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가로 채 400억 원이 안 되고, 상속세 부담도 있지만 단 1%포인트가 아쉬운 상황이라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