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동일인’ 지정…삼남매 상속분 확정 전까지 ‘엄마’ 이명희 역할 클 듯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은 네 아들에게 항공, 해운, 중공업, 금융을 각각 상속했다. 맏이 조양호 전 회장은 인하대학교 재단(정석인하재단), 물류기업 ㈜한진도 물려받았다. 분할상속의 전례다.
한진그룹의 새 ‘동일인’으로 지정된 조원태 회장. 그러나 한진그룹 내에 잡음이 새어나오면서 향후 지배구조와 후계 승계 문제가 오리무중이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현재 지분율은 조 회장이 2.34%로 가장 높지만, 조현아 조현민 전 부사장도 각각 2.31%, 2.3%로 거의 같다. 별도의 유언장이 없다면 이명희 전 이사장과 세 남매가 1.5 대 1 대 1 대 1의 비율로 상속받는다. 조 전 회장의 유언장이 있다면 그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다. 한진그룹의 향후 지배구조를 예측하려면 유언장 내용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피상속인들이 이를 공개하기 전에는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이명희 전 이사장의 집안은 조중훈 회장 당시 국적항공사 사업권을 획득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회장이 아내를 위해 상당 부분의 재산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진칼 지분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이사장은 현재도 한진칼 지분이 없다.
세 남매 가운데는 조 회장에게 가장 많은 지분을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 일찌감치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후계자로 낙점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진칼 지분 2.14%를 보유한 정석인하학원 이사회에 조 회장만 참여시킨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정석인하학원은 한진가에서는 종가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한진칼 지분 1.08%를 보유한 정석물류학술재단에는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 이사로 참여 중이다. 조 회장이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는 과정에서도 오랜 기간 이사회에 참석해 온 석 사장의 역할이 컸을 게 분명하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피상속분이 가장 많겠지만, 조현아·조현민 자매의 몫도 적지 않을 수 있다. 한때 대한항공은 경복궁 옆에 호텔 건설을 추진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핵심인사가 조현아 전 부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LA 월셔그랜드호텔 건설도 조 전 부사장의 작품이라는 게 정설이다. 호텔 사업에서만큼은 조양호 전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인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한진그룹 지배구조상 대한항공의 지원 없이 호텔업이 독자적으로 경영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월셔그랜드호텔 건설도 대한항공의 적극적인 투자가 바탕이 됐다. 조 전 부사장에게 호텔부문을 떼어주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갖고 추진했을 수 있다. 호텔 부문을 떼어가려면 담보가 될 지주사 지분이 필요하다.
민법 제1012조는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의 분할방법을 정하거나 이를 정할 것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고, 상속 개시의 날로부터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기간 내에 그 분할을 금지할 수 있다. 조 전 회장이 수술받기 전은 KCGI(강성부펀드)와 대결이 한창인 때다. 조 전 회장이 세 남매에게 지분 분할상속을 하면서 5년간은 분할을 금지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5년간 동일인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
세 남매에게 모두 영향력이 큰 인물은 이명희 전 이사장이다. 세 남매간 분할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 전 이사장의 역할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000억여 원에 달하는 상속세의 재원이 될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대해 의견이 갈렸을 가능성도 있다. 주요 계열사에서 모두 보수를 받아온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은 최대 1000억 원이 넘을 수 있다. 물론 이 퇴직금을 상속받을 때도 세금이 부여되지만, 그래도 지분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데 요긴할 수 있다. 조 회장의 경우 경영에서 배제된 두 자매와 달리 주력 계열사들에서 받는 보수로 연간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축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