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사람이 좋다’ 캡쳐
11일 방송되는 MBC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 댄스크룹 쿨의 홍일점 유리 편으로 꾸며진다.
90년대 대한민국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명실공히 최고의 댄스그룹 쿨. 발매한 음반만 20개, 총 음반판매량이 650만 장 이상으로 최다 앨범판매량 기록을 보유한 인기 가수다.
2002년에는 혼성그룹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골든디스크 대상까지 받는 영광을 안았다.
유리(본명 차현옥, 44)는 그룹 내 홍일점으로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14년, 갑작스럽게 결혼을 발표하고 홀연히 연예계를 떠났다.
남편 사재석 씨(38)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한 그녀는 그동안 세 아이 사랑(6), 사우주(4살), 사지한(3살)을 연이어 출산하며 오직 육아에만 전념하며 살았다고 한다.
사랑하나만 보고 과감히 결정한 삶이었지만 홀로 삼 남매의 육아를 도맡아오면서 점점 자존감을 잃어갔다는 유리. 그런 그녀를 위해 남편은 과감히 장기 육아 휴직계를 내고 한국 처가살이를 선언했다.
그런 유리네 다섯 가족을 흔쾌히 받아준 친정어머니 남갑순 씨(71)는 언제나 유리의 기댈 곳이 돼주는 버팀목이다.
한국에 돌아온 지 이제 두 달 남짓. 쇄도하는 러브콜에 유리는 자연스레 워킹맘이 됐다.
무려 5년 만에 엄마 유리가 아닌 쿨의 유리로 활동을 시작한 그녀를 위해 오랜 친구인 가수 백지영과 가수 이지혜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백지영은 “유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막상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다 보니까 엄마 역할 하고 아내 역할 하면서 일까지 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 못지않게 유리의 활동을 기다렸다는 친정어머니는 육아를 돕는 것으로 유리를 응원하고 있다.
그러나 유리는 어린 세 아이를 노모에게 맡기는 것이 미안하기만 하다.
남편의 배려로 십여 년 만에 인사동 데이트에 나선 유리와 남갑순 모녀.
인사동은 대를 이을 아들을 출산하지 못해 한 남자의 아내로 온전히 살 수 없었던 어머니 남갑순씨가 30여 년간 한정식집을 운영하며 홀로 무남독녀 유리를 키운 곳이다.
어릴 때 헤어졌지만 유리를 만나러 자주 찾아오곤 했다는 아버지. 유리에게 인사동은 유년 시절의 기억이 살아있는 곳이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곳이다.
유리는 “아버지가 장손이고 집이 엄한 집이라서 아들을 못 낳으면 무조건 안 된다고 했는데 엄마가 저를 낳고서 몸이 안 좋으셔가지고 수술을 할 수밖에 없어서 아기를 못 갖는 그런 몸 상태니까 결국 헤어지셨죠. 하지만 아빠의 눈에서 나오는 저에 대한 사랑? 그런 기억이 저한테는 되게 좋은 기억들이 많아요. 그냥 같이 살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했다.
가족이라야 엄마와 자신 둘뿐이어서 외롭게 성장한 그녀는 평범하고 다복한 가정을 이루는 게 어려서부터의 꿈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을 때 그 꿈을 함께 이룰 수 있을 남자란 생각이 들어 과감히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 혼자 남겨진 엄마를 생각하면 유리는 그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이번 한국 친정살이는 엄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그녀다.
한편 아이 셋을 모두 데리고 외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유리 부부가 세 손주 돌보느라 지친 어머니 남갑순 씨의 휴식을 위해 잠시 집을 비우기로 했다.
그렇게 온 가족이 여행지로 택한 곳은 제주도. 그곳엔 바로 쿨의 리더 이재훈이 살고 있다.
제주도에서 만난 그는 놀랍게도 집을 짓는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던 중에 유리 가족을 맞았다.
최근 목공에 푹 빠졌다는 이재훈은 음악 활동 중 틈틈이 건축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는 것. 그는 항상 어리게만 여겼던 동생 유리가 어엿한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나타난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서 내내 어린아이들의 시중을 드느라 진땀을 뺐다.
이재훈은 유리에게 단순한 동료가 아닌 친정 오빠와 같은 존재다.
그룹의 홍일점이었던 유리가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그룹 쿨은 완전체 활동이 불가능하게 됐고 이에 유리는 이재훈에게 항상 빚을 진 마음이다.
이재훈은 예상해왔던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며 오히려 유리의 엄마로서의 삶을 응원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