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트로트 팬뿐 아니라 젊은층까지 포섭…여성 상품화 이슈까지 돌파하며 성공 방점
#편견1. “트로트는 안 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미스트롯’의 주제는 트로트다. 트로트는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다. 흔히 트로트는 중장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다. 자연스레 젊은 세대를 겨냥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트로트는 변두리 취급을 받았다.
TV는 달랐다. 트로트가 흘러 나오는 음악 프로그램은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한 음악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높았다. 지상파 3사 대표 가요 프로그램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 ‘인기가요’ 시청률은 평균 1% 안팎이다. 내로라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하지만 시청률이 낮다. 반면 트로트를 비롯해 전통가요들이 주를 이루는 KBS 1TV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은 평균 10%를 웃돈다. 이에 방송계는 “TV 시청층이 주로 중장년층이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TV조선 ‘미스트롯’ 방송 화면 캡처.
‘미스트롯’은 이러한 미디어 환경을 활용해 중·장년층 시청자를 사로 잡았다. 동시에 젊은 세대들도 포섭했다. 젊은 세대들이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부르는 노래 장르가 트로트인 점을 이용했다. ‘미스트롯’은 이른바 ‘젊은 트로트’로 트로트가 지닌 편견을 깼다. ‘미스트롯’은 송가인, 홍자를 비롯해 20∼30대 실력파 고수들이 연달아 나오며 젊은 층까지 트로트에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미스트롯’은 가수 장윤정을 심사위원으로 앉혔다. ‘젊은 트로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장윤정은 젊은 트로트 가수이자 세미 트로트의 선구자다. 장윤정은 ‘어머나’로 트로트계의 판도를 바꾼 인물이다. ‘트로트를 살리자’는 취지에 공감해 출산 2개월 만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장윤정은 경험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에게 촌철살인 심사평과 격려를 전하며 ‘미스트롯’의 인기를 견인했다. 결국 ‘미스트롯’은 장윤정, 홍진영 등으로 이어진 세미 트로트 가수의 계보에서 알 수 있듯, 트로트가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을 정확히 짚은 프로그램이다.
#편견2. “지상파는 종편을 꺼린다(?)”
방송사와 각 프로그램 간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존재한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은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스타들을 자신의 방송사에서 재탕하는 걸 지양해왔다. ‘미스트롯’의 인기는 이런 일종의 불문율까지 깨버렸다. ‘미스트롯’의 본선 진출자 12인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다. 그들의 인기가 시청률 상승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MBC ‘라디오스타’는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을 섭외해 전국 시청률 5.8%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약 4개월 만에 올린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와 tvN ‘풀 뜯어먹는 소리3-대농원정대’ 역시 각각 2.269%, 2.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MBC ‘섹션TV 연예통신’ 6월 6일 ‘미스트롯’ 12인의 콘서트 현장을 다뤘다. 그 결과 ‘섹션TV 연예통신’은 목요일 심야로 편성시간을 옮긴 뒤 자체 최고 시청률 4.1%를 기록했다. TV조선 역시 ‘아내의 맛’에 송가인을 출연시켜 자체 최고 시청률 5.912%를 달성했다(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제공).
‘미스트롯’의 주역들이 출연한다고 무조건 시청률이 오른다고 볼 수는 없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들의 끼와 재능이다. ‘미스트롯’으로 인기를 얻기 전 무명 가수로 전국을 누비던 이들의 내공은 대단하다. 그중에는 KBS 2TV ‘개그 콘서트’에서 활약한 개그우먼 출신 김나희도 있다. 이런 이들을 한데 모아 놓으니 카메라가 돌면 저절로 흥이 솟구친다. 결국 그들은 ‘신인’이 아닌 셈이다.
TV조선 ‘미스트롯’ 방송 화면 캡처.
#편견3. ‘젠더 이슈는 피해라(?)’
전 사회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담론이 활발해지면서 남녀를 가르는 콘셉트는 점차 사양길을 걷고 있다. 특히 여성을 상품화하는 프로그램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추세다.
‘미스트롯’이 방송 초반 논란을 겪은 것도 이 때문이다. 100여 명의 출연진이 짧은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장면이 방송된 후 ‘미스트롯’은 시청자들에게 비판을 받아야 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연상시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무대를 꾸미는 몇몇 출연진의 의상이 노출도가 높다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런 논란은 회가 거듭될수록 사그라졌다. ‘미스트롯’은 출연자들의 외모가 아니라 노래 실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미스트롯’ 시청자들은 기성 트로트 가수를 능가하는 출연자들의 가창력에 매료됐다.
여기에 ‘사연’이라는 양념이 들어갔다. 트로트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가수로 데뷔하더라도 주 무대는 시골 장터 같은 아주 작은 무대들이 대부분이다. 작은 무대들을 차근차근 밟고 성장한 출연자들은 저마다 남다른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떡집 딸 김소유, 고등학생 트로트 꿈나무 우현정, 세 자녀 엄마 정미애 등 출연진들마다 특징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미스트롯’의 진정성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미스트롯’은 젠더 이슈까지 잘 돌파하며 성공에 방점을 찍었다. TV조선은 여세를 몰아 올해 하반기 ‘미스터트롯’ 제작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미스트롯’은 시작부터 여러 걸림돌을 가질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각 출연진의 매력, 노력, 그리고 제작진의 우직한 연출로 모든 난관을 돌파했다”며 “매번 비슷한 인물, 비슷한 포맷의 예능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