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경기 실사지수 61.9로 전국 평균 크게 밑돌아…“주택건설 업체 채산성 악화가 위험 수준” 우려
제주지역 주택사업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제주시 도남동 전경.
[일요신문] 최근 제주지역 주택사업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사업자들의 체감 분양경기 역시 크게 악화됐다. 주택사업 경기가 급속한 하강 양상을 보이면서 이 지역 주택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제주지역 6월 분양경기 실사지수(HSSI) 전망치가 61.9로 전달(73.6)에 비해 무려 11.7포인트나 하락했다. 향후 분양을 희망하는 지역 역시 서울과 청약조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고 분양권 전매도 비교적 자유로운 지방 비조정대상 일부 지역으로 쏠리면서 제주지역 주택시장이 외면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주지역 부동산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과 토지를 매매하려는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된 데다 홍보관 등 분양마케팅 지출 비용도 증가하고 있어 사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19개월 연속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과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모두 증가한 현실을 감안하면 제주도내 주택건설 업체들의 채산성 악화가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 4월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2017년 들어 급증세를 보이면서 같은 해 12월 처음으로 1200호를 넘어선 이후 1년이 넘도록 1200~1300호 안팎에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경기에 악영향을 주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올 4월 774호로 전월(723호)에 비해 50호 이상 늘어나는 등 미분양 문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의 경우 지난 2017년 3월 643가구를 시작으로 4월(768가구)까지 26개월째 미분양 주택이 600여 가구를 웃돌고 있다. 서귀포시는 477가구다.
미분양 주택이 쌓이면서 도내 주택 인·허가와 착공·준공 실적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준공은 639가구로 지난해 3월에 비해 32.9% 감소했다. 월간 준공실적으로는 2015년 10월 497가구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특히 제주지역 주택 거래량이 올 들어 최저 수준까지 급감한 가운데 시장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심리 역시 가파르게 나빠지고 있다.
주택거래 실적의 경우 지난 2014년(1만 676건)을 정점으로 2015년 1만 74건, 2016년 9876건 등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으며 2017년 7822건, 지난해 7365건으로 급감하는 등 제주지역 주택거래시장에 찬바람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제주의 올 4월 주택 거래량은 1095가구로 지난 1월(1566가구)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3월 소폭 증가세를 보였던 주택 거래량은 재차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아파트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5월 아파트 거래량은 328가구으로 1월 701가구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장 전망의 지표 중 하나인 소비자 심리도 부정적이다. 지난 4월 제주지역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지수가 전월 74.9 대비 10.7포인트 급락한 64.2를 기록하며 낙폭을 키웠다.
이처럼 제주지역 주택 분양 시장이 지속적인 하강 양상을 보이면서 주택사업자들도 분양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있다.
12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제주지역 분양경기실사지수 전망치는 61.9를 기록했다. 전달(73.6)보다 11.7포인트나 하락하면서 여전히 기준선(100)을 크게 밑돌아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인 77.3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치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울산(50.0), 부산(56.0), 강원(60.0)에 이어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HSSI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주택사업을 하는 업체를 상대로 매달 조사한다. HSSI가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연구원은 세종(104.1), 대구(100.0), 대전(91.3) 등의 지방광역시가 기준선인 100을 넘거나 가까운 전망치를 보이면서 분양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반면 제주지역 전망치가 기준선인 100을 하회하면서 미분양 증가로 인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미분양 주택 문제와 도내 주택건설경기 침체가 맞물려 주택건설업체의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지난 3월 관련 단체·기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해 긴급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4월 두 번째 회의를 개최하는 등 TF팀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TF팀은 건축 착공시기 조정과 세제 감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미분양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미분양주택 단계별 대응체계 구축, 인·허가 및 사업승인 때 미분양지역 정보제공, 분양승인 때 홍보 내용 적정성 확인 등을 통한 과장 분양가 통제 등을 제안했다.
도는 이들 의견을 검토해 추진 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미분양 문제 해소 시까지 월 1회 주택건설경기 활성화와 연계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시행하기 위한 전담반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양문 도시건설국장은 “미분양 주택해소를 위해서는 민간부분 분양가인하 및 임대주택 전환 등 자구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TF팀에서 발굴하는 다양한 정책 수행은 미분양주택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 관계자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등 당분간 미분양 위험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제주 주택 시장 조기 회복과 지속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주기적인 주택시장 진단 외에 시장평가와 정책 시행을 연결한 맞춤형 대책은 물론 주택 사업자는 미분양 위험 확대에 대한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성식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