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이후 전자결제 시장 개편 가능성 높아...경쟁 업체 중심으로 치열한 인수 경쟁 예고
LG유플러스가 PG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부는 전자결제 시장 점유율 2위다. 사진=박정훈 기자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점쳐져 왔던 LG유플러스의 PG사업부가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그동안 LG유플러스는 줄곧 부인해오다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검토 중”이라고 방향을 틀었다. 매각 방침이 확실하게 공식화된 건 아니지만 복수의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LG유플러스가 이미 내부적으로 매각 준비를 거의 마쳤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매각 작업은 초기 단계지만 상당부분 진척됐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딜로이트안진과 매각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고, 한 대형 로펌을 법률 자문사로 선정했다. 원하는 매각 가격과 방식도 구체적으로 4000억 원대로 정했고, 매각 방식 역시 공개입찰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에는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인수후보들에게 보낼 예정이다.
LG유플러스가 매각하는 PG사업부는 온라인에서 신용카드사와 판매자를 중계해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다양한 카드사와 계약을 맺기 어려운 중소 온라인 쇼핑몰을 대신해 결제 및 지불을 대행해 주고,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오프라인 신용카드 거래를 중개하는 VAN사와 역할이 비슷하다.
LG유플러스는 이 사업의 국내 선발주자다. 데이콤 시절인 1997년부터 시작해 20년이 넘었다. 현재 전자결제시장은 KG이니시스와 LG유플러스, NHN한국사이버결제 등 3곳이 65~70%를 과점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LG유플러스는 업계 2위다. 사업기간이 길고 규모가 큰 만큼 탄탄한 카드사와 판매자 파트너 층을 보유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면서 매년 20% 이상 꾸준히 성장해 연간 매출은 3500억여 원을 내고 있다.
이처럼 회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온 PG사업부지만, 올해 초부터 매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시점이다. 지난 2월 LG유플러스는 CJ 헬로 지분 50%+1주를 8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LG유플러스의 현금성 자산은 약 4000억 원이다. PG사업부를 매각하면 인수자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당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전반적인 시장 상황 및 LG그룹 차원의 사업 정리 작업 일환으로 풀이한다. 실제 네이버가 최근 자체 전자결제 사업을 시작하면서 LG유플러스는 대형 고객을 잃었다. 카카오 역시 결제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해졌다. 매출도 점차 줄고 있다. 올해 PG사업부 1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4% 줄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4.4% 감소했다.
여기에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지주사인 (주)LG는 LG CNS 37.3%를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LG전자도 수처리 사업 매각을 진행 중이다. 서브원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부와 연료전지 계열사 LG퓨얼셀시스템즈 매각 등도 이 작업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주력인 이동통신과 CJ헬로 인수를 통한 유료방송을 핵심 사업으로, 이 사업들과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은 PG사업부를 비핵심 사업으로 정해 정리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과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데, LG유플러스 입장에선 PG사업이 주력 사업도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매각하는 방안이 회사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각 방식과 일정, 내용 등은 아직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인수합병 시장에선 LG유플러스 PG사업부를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한다.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시장 판도가 뒤집힐 수 있어서다. 인수후보는 전자결제 경쟁 업체들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1위인 KG이니시스와 NHN한국사이버결제 등은 LG유플러스 PG사업부를 인수하면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선다. 현재 점유율 10%대인 한국정보통신(KICC), 나이스정보통신 등 4~5위 회사 역시 한 번에 1위가 될 수 있다.
비씨카드 등 신용카드사업자를 자회사로 둔 KT와 ‘토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 SSG페이를 운영하는 신세계 등 전자결제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큰 업체들도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IB업계에 따르면 전자결제 경쟁 업체와 잠재 후보 업체들은 이번 PG사업부 매각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고, LG유플러스의 매각 초기 단계부터 일찌감치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결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번 LG유플러스 PG사업부 매각에 관심이 높다. 새롭게 사업을 하려는 업체를 비롯해 사모펀드들도 후보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전자결제 시장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방침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업인 만큼, 현재 4000억 원 대로 알려진 가격 그대로 매각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