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 주민 반발로 무산…국토부는 사업 강행 방침
지난 19일 제주 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단체들과 주민이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정문을 막아서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19일 제주 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 제2공항의 시설 규모와 배치 계획을 담은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단체가 몰려들면서 시작조차 못했다.
성산읍 제2공항 반대대책위 등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단체 등 100여 명은 행사장 주변에서 “국토부가 일방적 보고회를 계획해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주도 자연 훼손이 우려된다”며 규탄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국토부가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입지선정 재조사 검토위원회 권고안 미합의 등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려 한다”며 시위를 이어갔다.
하지만 국토부는 향후 관계기관 및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최종보고회를 개최한다는 계획과 함께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다.
국토부가 이날 보고회에서 공개 예정이던 기본계획 용역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으로 시설규모 최적화·효율적 배치를 통해 환경훼손 및 소음을 최소화하고 안전 확보가 가능한 공항으로 오는 2025년까지 건설된다.
현재 제주공항은 ‘주공항’, 제2공항은 ‘부공항’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제2공항에는 국내선 50% 수요 처리가 가능토록 하되 향후 여건 변화에 따라 대응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기본계획 용역은 제주도 전체 항공수요를 오는 2055년 4109만 통행(사람수 기준 2055만 명, 국내선 3796만 통행, 국제선 313만 통행)으로 예측했다. 운항횟수는 25만 7000회로 전망했다.
제2공항의 시설규모는 연간 949만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되며 계류장과 터미널 등 단계별 건설로 국제선 취항에 대비하고 지역에서 우려하는 과잉관광을 대처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제주도와 협력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실히 받아들여 안전하고 편리한 공항 건설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기본계획 용역 내용을 바탕으로 제주도를 포함한 관계기관 의견수렴 및 협의를 거쳐 올 10월 고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그동안 반대주민의 요구에 따라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실시했다”며 “타당성 재조사 모니터링 목적으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운영돼 정상 종료된 검토위원회도 지난 2월 당정협의를 거쳐 연장 운영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 “이 과정에서 반대측과 총 14차례 검토위원회 회의와 3차례 공개토론회도 실시하는 등 갈등해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단체들은 국토부가 안개 일수 조작과 활주로 위치 변경 등 여러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있어 사업 강행 방침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종보고회는 용역진이 과업 내용을 발주청에 보고한 후 제시된 의견을 수렴해 추가 검토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제주 제2공항 사업의 경우에도 다양한 지역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제주 도민들을 대상으로 제주도에서 진행됐다.
한편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발굴을 위한 제주도민 의견 수렴 결과 총 101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제주도는 도민 이익을 극대화하고 제주 지역의 상생 발전 방안을 제2공항 기본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 5월 20일부터 기본계획 반영 과제(안)을 공개하고 18일까지 도민의견 수렴 창구를 운영했다.
유형별로는 제2공항 건설과 연계한 주거단지, 관광시설, 물류 산업단지 등 상생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았다. 또 상하수도 시설 확충, 성산항 진입도로 및 한도교 확장, 종합의료단지 조성, 공항 접근 편의성을 위한 도로개설 등 지역주민들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반시설 확충 및 정주환경개선 등에 대한 의견도 포함됐다.
제주 도민들은 이밖에 혼인지를 스몰웨딩 중심지로 활용, 지역 역사 자원을 활용한 역사문화 박물관 조성, VR 문화테마 체험관 조성 등 관광·문화시설 필요성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제주도는 접수된 도민들의 의견을 제2공항 기본계획에 반영할 사항은 국토부에 전달하고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상생발전계획에서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성식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