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동의할 경우 16년만에 일반고 전환
전북도교육청이 20일 오전 11시 전주 상산고 재지정 평가 점수를 발표한 가운데, 상산고는 기준에 0.39점 못미치는 79.61점을 받아 지난 2003년 자사고로 지정된 이후 16년 만에 일반고로 전환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일요신문=전주] 전광훈 기자 =전주 상산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점수가 통과 기준에 0.39점 못미치는 79.61점인 것으로 발표되면서 상산고는 지난 2003년 자사고로 지정된 이후 16년 만에 일반고로 전환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20일 오전 11시 상산고 재지정 평가 점수를 발표했다. 앞서, 교육감 자문 기구인 자사고지정운영위원회는 지난 19일 최종 심의위를 열고 “점수가 미달한 상산고에 대해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을 교육감에게 전달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 2014년 3월1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상산고의 학교운영 성과 전반에 심사가 진행됐으며, 상산고는 총 31개 지표 가운데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비율’ 지표에서 4점 만점에 1.6점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 지표에서는 4점 만점에 2.4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지표별 평가결과.
이날 자율형사립고 재지정을 받지 못한 상산고등학교는 교육부가 최종 동의할 경우 16년만에 일반고로 전환된다.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그간 ‘자사고 폐지’ 를 입버릇 처럼 말해왔던 김승환 교육감의 강경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점수가 많이 깎인 부분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다. 그러나 상산고 측은 애초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된 학교여서 법적으로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를 선발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타 시도의 경우 상산고와 동일하게 출발한 민족사관고,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가 있는 강원 울산 경북 전남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가 없는 점을 감안해 해당 지표를 정성평가로 바꾸기로 했지만, 유독 전북도교육청만은 기존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상산고 측은 “다른 시·도 자사고의 경우, 70점만 받아도 그 지위가 유지되는데, 전북 소재 자사고인 상산고는 79.61점을 받았는데도 그 지위가 박탈됐다. 과연 적법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라며 “김승환 교육감 독단에 맞서 그 부당성을 만천하에 알리고 바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 이어질 교육부장관의 ‘동의/부동의’ 과정에서도 적법성이 현저히 결여된 전북교육청의 독단적이인 부당한 평가를 부각시키고,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질 경우 행정소송 및 가처분신청 등 법적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총·전교조 엇갈린 반응
이날 도교육청의 결정에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먼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성명을 통해 “일반적인 재지정 기준, 평가 지표 변경에 따른 불공정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며 “교육부는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취소 결정에 동의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전북교육청은 재지정 커트라인을 5년 전보다 10점 올린 여타 시도와 달리 20점이나 올려 설정해 형평성에 어긋나고 불공정하다”며 “79.61점을 받은 상산고는 취소되고 71점을 받은 다른 지역 자사고는 재지정 되는 심각한 차별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전교조는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과 자사고 지정운영위원회 심의 절차에 따라 이뤄진 평가라면 교육감은 재지정을 취소하고 이에 따라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교조는 “자사고는 ▲고교서열화체제 강화 ▲입시교육 기관화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등의 문제로 공교육 파행을 초래했다”며 “반복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을 서둘러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넘겨받는 교육부
이제는 교육부의 최정 결정만이 남았으며 교육부의 동의 여부는 3~5개월까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 시일이 당겨질 수 있는 여지도 있으나, 다른 시·도의 자사고 지정취소 요청까지 한 번에 심의할 경우 고입시행계획이 확정되는 9월 초까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시도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취소할 경우 10일 후 해당 학교의 청문을 거친 뒤 20일 이내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신청해야 한다. 동의신청을 접수한 교육부는 자문기구인 지정위원회는 심의를 거친다.
교육부 장관은 지정취소 동의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50일 이내에 동의여부를 결정하고, 필요시 2개월 내로 연장할 수 있다. 교육부 장관이 자사고 지정 취소에 동의하면 비로소 교육감이 지정 취소 및 일반고 전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공을 넘겨받게 된 교육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자사고 재지정평가 관련 권한이 각 시도교육감에게 있는 탓에 교육부가 도교육청의 결정을 번복할 경우 교육자치를 무시했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자사고 재지정을 두고 전북교육청과 상산고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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