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콘텐츠 여전히 위력적, 해외 활동 비중 높일 가능성…소속 가수 속속 떠난다면 붕괴 가속
# 양현석은 건재하다(?)
그룹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를 둘러싼 마약 복용 의혹과 함께 양현석 프로듀서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실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양현석은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울러 YG의 실질적 경영을 맡고 있던 동생 양민석 대표 역시 직을 내려놓은 후 새로운 대표가 선임됐다.
이쯤되면 YG를 향한 대중의 분노가 가라앉을 만도 한데, 여전히 대중의 시선은 따갑다. “양현석 형제는 계속 YG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활동할 것”이라는 댓글도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이 가진 YG의 지분 때문이다.
사진 출처 = MBC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캡처
YG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양현석과 양민석 전 대표의 지분율은 각각 16.12%(315만 1188주), 3.31%(64만 7910주)다. 두 사람 지분율은 19.43%로 코스닥에 상장된 다른 회사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편이다. YG가 주식회사이고 이사회를 통해 주요 사안을 의결한다고 고려했을 때, 두 사람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양현석 형제의 완전 퇴진을 원하지 않는 주주들도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발생한 여러 가지 사안과 별개로, YG가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양현석의 안목과 결정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여전히 그의 안목과 콘텐츠 기획력을 믿고 있는 몇몇 주주들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양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추측이다. 결국 양현석 형제가 공식 발표대로 전면에 나서 일을 하지는 않아도 이면에서 YG 운영을 지휘하는 실질적인 책임자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해외 활동 위주로 간다?
버닝썬 게이트를 비롯해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YG라는 회사는 도덕적 타격을 입고 네임밸류도 하락했다. 하지만 YG에 속한 그룹들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블랙핑크는 요즘 해외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케이팝 걸그룹이다. 다수의 CF도 섭렵하고 있으며 해외 유명 프로그램에도 연이어 게스트로 초대받았다. 아이콘은 비아이의 공백이 불가피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의 팬덤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6인조 체제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 자명하다. 위너 역시 이승훈이 구설에 올랐으나 다른 멤버들이 개별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얼마 전 신곡을 발표한 이하이가 ‘누구없소’로 각종 음원사이트를 석권했고, 군전역한 이찬혁이 복귀한 악동뮤지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또한 SBS ‘K팝 스타’ 출신 방예담이 속한 신인 그룹들도 데뷔를 앞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YG가 보유한 콘텐츠는 여전히 탄탄하다. 물론 YG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YG에 소속된 가수들의 노래를 듣지 말고, 섭외나 출연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잖다. 하지만 그 책임을 아무런 잘못이 없는 소속 가수들에게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는 반박이 맞서는 형국이다.
블랙핑크. 특별취재단
이런 가운데 YG가 국내보다는 해외 활동에 보다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도 있다. 몇몇 해외 시장은 연예인들의 활동과 사생활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대마초 흡연이 합법일 정도로 약물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나라도 있다. 한국에서의 YG에 대한 반감을 잘 모르는 나라도 있다. 이런 국가에서의 활동은 국내에 비해 한결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국내의 성난 민심이 잦아들 때까지 한국에서 새 앨범을 발표하거나 콘서트를 여는 것을 자제하며 해외 활동 비중을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소속 가수들이 등돌리다?
YG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와 관련된 기사에서는 이번 사건과 무관한 소속 아티스트들을 향해 “새로운 소속사로 떠나라”고 충고하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문서를 통한 계약서로 묶인 관계이기 때문에 임의로 소속 관계를 청산할 수 없고, YG에게 귀책 사유를 물어 계약 해지를 요구하더라도 승소한다는 보장이 없고, 소송이 완료될 때까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계약 기간이 끝난 후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셈이다.
실제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 유명 가수들이 하나둘 재계약을 거부하며 회사를 떠난다면 YG의 붕괴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들을 지지하던 팬덤도 함께 이탈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우수한 연습생들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YG는 숱한 연습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연예기획사 1순위로 꼽히곤 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 속에 연습생들이 YG를 기피하고, 좋은 자원으로 꾸린 신인 그룹의 데뷔도 늦어진다면 YG의 사세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버닝썬 사태부터 시작해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콘텐츠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YG가 단시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재계약이 불발되고 신인 그룹 발굴을 통한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YG는 3대 기획사에서 이탈해 영향력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