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승진설에 시민단체 출신 인사 임명설까지…지철호·최정표·김남근·김은미 등 하마평
현재 공정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그간 김상조 실장은 매주 화요일마다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그가 정책실장에 임명된 후인 지난 25일에는 지철호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 부위원장이 차기 위원장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61년생인 지 부위원장은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현 공정위)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7년 대통령비서실 정책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고, 2001년 10월~2003년 3월에는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공정위로 복귀해 대변인, 기업협력국장,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고 2015년 9월 퇴직했다가 지난해 1월 부위원장으로 복귀했다.
지 부위원장은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한 갑질을 엄벌하는 내용의 유통업법 제정을 주도했다. 그간 행보로 보아 재계에서는 지 부위원장의 성향이 김상조 실장과 비슷하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 부위원장은 2015년 공정위를 퇴직한 후 2016년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상임감사로도 근무했다. 그런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 지 부위원장이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받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 부위원장 측은 심사 의무를 규정한 법령이 없다고 주장했고, 결국 법원은 지 부위원장을 무죄 판결했다.
세종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또 다른 일각에서는 시민단체 출신의 인사를 차기 공정위 위원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 인사에서 시민단체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경제 정책도 코드가 비슷하다는 시각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다. KDI는 국무총리 산하 연구기관으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등이 KDI에서 근무한 바 있다. 최 원장의 경우 2012~2016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대표를 맡은 경험이 있어 현 정부와 코드도 어느 정도 맞고 KDI 원장을 할 정도의 경제적 식견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원장은 ‘재벌 해체’를 주장할 정도로 강성 인사다. 그는 2017년 출판한 책 ‘경영자 혁명:삼성, 전문경영인 기업으로 가야’를 통해 한국의 재벌 세습 문화를 비판했다. 또 2005년 공정위 비상임위원으로 간접적이나마 공정위에 적을 둔 적도 있었다.
최 원장과 더불어 거론되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로는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이 있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 부회장은 법무법인 위민에서 근무 중이다. 현재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동시에 서울시 주거재생자문위원회 위원,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맡으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2004년 건설교통부 부동산공개념 검토위원회 위원, 주택공급제도 검토위원회 위원 등을 맡은 바 있어 현 정부와도 우호적인 관계로 알려졌다.
이밖에 김은미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상임위원도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판사 출신인 김 위원은 1997년 삼성그룹에 입사, 삼성전자 인사팀 상무, 삼성카드 준법지원실장(상무)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07년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이동했고, 2009년 공정위 심판관리관에 취임하면서 공직으로 돌아왔다.
김 위원은 그간 일처리 능력을 인정 받아왔고, 평판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성 공직자와 장관을 30%까지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침과도 부합한다. 김 위원이 공정위 위원장에 임명되면 사상 첫 여성 공정위 위원장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다만, 김 위원의 약력을 놓고 보면 현 정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그가 공정위에서 근무했던 기간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집권 기간이었고, 공정위 퇴임 후 몸담았던 법무법인 바른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실제 친이계로 거론되는 강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바른 출신이다. 또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오마이뉴스’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때도 바른을 통해서 소송을 제기했다.
차기 공정위 위원장은 현 정부 기조에 따라 재벌 개혁을 수행해야 할 임무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경제 지표가 좋지 않아 섣부른 개혁은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김상조 실장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김상조 실장은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벌개혁이 어느 정도 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 말을 하면 다음 공정위 위원장에게 부담된다”면서 답변을 피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또 다른 ‘재계 저승사자’ 국세청 수장에 김현준 청장 임명 6월 27일, 청와대는 김현준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1968년생인 김 청장은 1991년 행정고시 합격 후 국세청에서 근무를 시작해 남양주세무서장, 성남세무서장, 국세청 법무과장, 조사국 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7월 서울지방국세청장에 취임했다. 앞서 26일, 김 청장의 청문회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은 김 청장이 서울지방국세청장 시절 정치적 이유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청장은 “세무조사는 세법에 정한 목적과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운영할 것”이라며 “다른 어떤 요소도 개입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현준 국세청장이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또 최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체납액 2225억 원에 대해 김 청장은 “(정 전 회장이) 은닉한 재산을 찾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해외 과세 당국과 협조 체제를 가동해서 체납액 징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청장 청문회에선 이렇다 할 도덕적 흠결이 언급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다수의 장관급 인사가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였던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서 “고위공직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덕성 측면에서 뚜렷한 문제점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