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기존 경제정책 방향 유지 의지로 해석돼…‘재벌개혁 박차’ 시선엔 “유연해졌다” 의견도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에 임명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은숙 기자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온 진보·소장파 경제학자다. 서울 대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국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지내며 학계·시민사회에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해 ‘재벌 저격수’로 불려왔다.
고민정 대변인은 “김 신임 실장은 현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 뛰어난 전문성과 균형감 있는 정무 감각을 바탕으로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경제분야 핵심 국정기조인 공정경제 구현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며 “학계·시민단체·정부 등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경제 분야뿐 아니라 사회·복지·교육 등 다방면의 정책에도 정통한 전문가로서, 기업과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정·재계에서는 이번 김상조 신임 실장 인사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경제정책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김 신임 실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합류, ‘J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으며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보완할 점은 반영하겠지만, 경제정책 방향을 과거로 되돌릴 순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김 신임 실장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를 상당 부분 설계했다고 볼 수 있다”며 “김 신임 실장을 핵심 정책라인으로 불러들여 자신이 만든 기조를 구체화하고 정책으로 집행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 신임 실장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앞의 관계자는 “시민사회 활동과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을 보면 김 신임 실장은 재벌 문제에 관심을 보여 왔다”며 “경제분야 핵심자리에 올라간 만큼 대기업 재벌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실장에 임명돼 재벌을 타깃으로 한 개혁 정책이 강하게 추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김 신임 실장이 과거 시민사회 운동을 할 때보다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대기업들에 지배구조 문제 등에서 많이 유연한 태도를 보여 온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면서 일자리 문제, 성장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분야를 총괄적으로 다루는 자리에 갔으니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 경제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업들을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진보진영 한편에서는 김 신임 실장 임명을 두고 오히려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진보진영 한 인사는 “김상조 신임 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공정경제혁신이 완성되지 않았다. 위원장으로서 성과가 무엇이 있느냐”며 “김 신임 실장이 정책실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 자리는 거시경제 지표를 관리하는 곳이지 재벌개혁을 하고 불공정거래를 조정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인사는 이어 “그래도 김 신임 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오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문제점을 많이 교정했는데 새로운 위원장이 와 다시 흔들릴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차기 공정거래위원장에 어떤 인사가 올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가 안팎에서는 김은미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김남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