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용 색조 화장품·아동 메이크업 영상 등 인기…제한된 취향·고정된 성역할 은연중 강요
아동을 대상으로 마사지, 피부관리, 메이크업까지 해주는 업체가 인기를 모은다. 슈슈엔쎄씨 공식채널 캡처
2013년 설립된 슈슈코스메틱은 승승장구하는 아동 브랜드다. 각종 아동 화장품을 판매하고 체험형 뷰티놀이터인 슈슈앤쎄씨를 운영 중이다.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슈슈엔쎄씨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공간 인테리어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부 전체가 핑크색으로 꾸며졌다. 매장에는 파티룸과 스파 공간, 제품을 판매하는 매대가 마련돼 있다.
이 업체는 아동 스파를 운영한다. 2만 5000원을 지불하면 아이에게 마스크팩과 손·얼굴 마사지를 해주고, 마무리로 화장을 해 준다. 비용을 더 추가하면 발마사지와 패디큐어를 해 준다. 스파에서 사용하는 뷰티 용품들은 구입도 가능하다. 매니큐어, 립스틱, 선쿠션 등은 물론 아동용 고데기(열을 이용해 머리 연출을 하는 전자기기)도 판매한다. 성인이 사용하는 뷰티 도구는 거의 다 판매되고 있다.
업체는 모든 인테리어와 제품 디자인 등을 핑크색 계열로 꾸미고 여성 아동을 주타깃으로 한다. 매장 직원에 따르면 고객의 90% 이상이 여아다. 업체는 아동용품의 안전성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매장 체험은 5~13세까지 이용 가능한데, 정작 판매중인 네일 스티커는 14세 이상 이용 가능한 제품이라 명시돼 혼란을 줬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아동용 화장품을 판매 중이다. 홈페이지 캡처
어른처럼 꾸미고 어른 흉내를 내는 어덜키즈(adult+kids)에 힘입어 관련 산업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미디어가 어덜키즈를 부추기고, 자본이 더해져 산업이 커져가는 구조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유튜버가 자신의 이름을 딴 유아 화장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최근 아동 화장품은 어덜키즈 산업의 주된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어덜키즈 산업의 주된 타깃 층이 여자 아동이다. 다만 정체성과 자기 생각을 온전히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취향을 강요받고 이것이 주류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은 문제다. 학부모들은 “7살인데 자꾸 화장품을 사달라고 해서 곤란하다” “애가 즐겨보는 유튜브에서 화장품, 화장대를 광고해서 고민이다” “학교에서 또래친구 중 하나가 화장을 하면 쉽게 따라하게 돼 우려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주구독자가 어린이인 유명 유튜버들은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10대 이하의 고객을 타깃으로 한 광고와 유관사업이 성행하고 있어서다. 화제가 되고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대놓고 제품을 홍보하는 콘텐츠도 많다. 한 유명 채널은 아동용 제품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며 화장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얼굴에 생기를 부여하는 크림 섀도와 피부를 밝게 만들어주는 쿠션을 소개한다. 제품을 시연한 뒤, 얼굴이 하얗게 돼서 좋다는 반응을 통해 자연스레 하얀 얼굴이 좋은 것이라는 내용을 주입시킨다. 해당 유튜버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아동 화장품을 판매중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들이 특정 성향을 주입시키는 데 있다. 성인을 흉내내는 것이 일상화되며 아동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기도 전에 특정 성향을 강제당한다. 아이의 가능성을 여성다움, 남성다움이라는 고정관념 내에서 제한시키게 되는 셈이다.
미디어와 또래집단의 영향 때문에 아이를 둔 부모의 우려도 커진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5월 ‘유튜브 키즈 콘텐츠, 이제 성평등 관점을 고민할 때’ 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성평등 부재 현상을 지적했다. 유명 크리에이터의 아동 콘텐츠들이 여아에 대해서 화장하고 꾸미는 것을 미덕으로 강조하고, 남아에 대해서는 나약하거나 힘이 없음을 나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남녀아동이 함께 출연하는 영상에서 여아가 요리를 하고 돌봄노동을 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표현된 고정된 성역할도 문제로 제기했다.
정효정 중원대학교 교수는 “아이들은 모방하며 학습하는데 부적절한 미디어 환경에 노출되는 자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남들이 한다고, 요즘 애들이 다 한다고 해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며 “휴대폰만 해도 해외에서는 법으로 중학생 이하는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하기도 한다. 유아나 어린이는 우선 가정 내에서의 컨트롤과 교육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