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만큼이나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편취급소 여직원 정혜. 직장에서 멀지 않은 그녀의 작은 집엔 TV 홈쇼핑으로 사들인 물건들, 아파트 화단에서 주워 온 어린 고양이가 그녀를 기다린다. 고양이와 발장난하며 베란다 너머로 들려 오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는 시간이 정혜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정혜에게 어린 시절이란 한 손엔 연필, 다른 한 손엔 담배를 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엄마의 조용한 모습과 어린 정혜로선 감당하기 힘들었던 기억뿐이다. 15세 여름 한낮의 통증, 정신과 치료, 엄마의 긴 한숨,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그늘이었던 엄마의 죽음은 커다란 상처가 되어 남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멀게만 느껴지는 기억의 편린들일 뿐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런 여자 정혜에게 어느 날 그녀의 마음을 흔드는 사랑이 찾아온다.
감독 이윤기, 주연 김지수, 황정민.
3월10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