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시세 85%까지 가능, 소비자 오인 가능성, 현대캐피탈 “1금융권에서 대출 못 받는 소비자 대상”
현대캐피탈은 최근 고객 등을 상대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최대 시세 85%까지(자금·용도별 차등 제공), 최장 5년간 이자만 납부 가능한 법정 최고 금리 24% 이내의 주택대출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했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부회장. 사진=페이스북
광고 문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단연 최대 85%라는 문구다. 하지만 폭증하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를 40%로 강화하고 그 외 지역도 60%로 제한했다. 캐피탈 업체 역시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하는데 현대캐피탈의 문자 광고대로라면 이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캐피탈은 개인 자격만이 아닌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한도, 신용대출 한도 등을 합산할 경우 최대 85%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자 광고에 이렇게 설명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현대캐피탈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여러 논란에 직면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이 절실한 소비자들에게 불완전 판매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매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짚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허위나 과장 가능성이 있는 특정문구로 인해 소비자들이 오인해 실제 상품을 구매하고 피해를 보게 되면 표시광고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일반적인 광고 문구상 법위반과 관련해 설명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소비자들이 제 2금융권을 찾고 있다. 당사도 이러한 소비자들을 위해 해당 주택담보대출을 판매한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더 따져보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동반 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자동차금융자산이 70%를 차지하고 있고 이중 현대차와 기아차 비중이 80%에 달할 만큼 두 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현대캐피탈은 올해 1분기에도 개별 재무제표 기준 651억 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 724억 원 순이익에 비해 10.1% 감소했다.
서울 여의도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본사. 사진=고성준 기자
현대캐피탈의 이번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대캐피탈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현재 정기평가에서 ‘AA+/부정적’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탈 업체의 경우 수신기능이 없어 자금 조달 기능인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원활하지 못한 자금 조달로 수익성과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기에 현대캐피탈이 빠른 시간에 자금 확충이 가능한 이번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캐피탈의 현대차그굽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금융그룹 통합감독 간담회에서 대놓고 현대캐피탈을 꼽으며 현대차 그룹계열사 거래 의존도가 높아 자본 위험관리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등의 의존하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차량공유 서비스와 중고차 금융시장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울고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