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경찰보다 지인에 먼저 알리는 경우 많아…소속사, 양측 보호해야 하는 입장 ‘난감’
그런데 강지환 사건은 전혀 다른 흐름이다. 강지환의 소속사는 혐의를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 어떤 말씀을 드리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는 입장만 밝혔다. 오히려 온라인이 더 뜨겁다. 특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며 꽃뱀 프레임이 강하게 형성됐다.
이번 사건은 강지환이 7월 9일 오후 10시 50분쯤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과 준강제추행.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검거된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이 12일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강지환은 이날 자택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 스태프 A 씨와 B 씨가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A 씨를 성폭행하고 B 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지환은 소속사 직원 등 스태프들과 자택에서 낮부터 술자리를 가졌다고 알려졌다. 대부분 귀가한 상황에서 A 씨와 B 씨가 남아 강지환과 계속 술을 마시다 취해서 방에 들어가 잠이 들었고 그 이후 사건이 발생했다. A 씨는 오후 9시 41분에 친구에게 휴대전화로 ‘탤런트 강지환의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지금 갇혀있다’며 신고를 부탁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긴급 체포가 이뤄졌다.
경찰 조사에서 강지환은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다”며 “눈을 떠보니 A 씨 등이 자고 있던 방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환은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는 입장이고 소속사는 혐의 인정과 부정 등의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에선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성폭행까지 일어나기에 밤 9시 무렵은 너무 이른 시간이라는 의혹이 있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상황이면 직접 신고를 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 그리고 성인 여성 두 명과 만취한 남성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왜 감금을 주장했느냐 등이다. 피해자들의 신고 자체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으로 소위 말하는 ‘꽃뱀 프레임’이다. 게다가 강지환과 소속사의 관계를 두고도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그렇지만 하나둘 의혹이 풀려가는 분위기다. 우선 너무 이른 시간이라는 의혹은 이날 술자리가 통상적으로 해가 지면 시작되는 술자리와는 달랐다는 점에서 풀린다. ‘뉴데일리’는 9일 오전부터 강지환의 자택에서 강지환이 소속사 직원, 스태프들과 회식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저녁 9시는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닌 이미 술자리가 시작되고 반나절 정도 시간이 흐른 뒤다. 충분히 만취했을 만한 시간이지 너무 이른 시간은 아니다.
또한 신고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성범죄의 경우 피해 여성들은 바로 신고하지 않고 지인들에게 먼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경우 많다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지환과 소속사의 관계에 대해 의혹이 집중되는 까닭은 강지환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나 해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몇몇 논란에서 강력하게 소속 연예인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인 YG엔터테인먼트와 너무 상반된 모습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는 강지환의 소속사 화이브라더스코리아가 다소 난처한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피해자들이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화이브라더스코리아와 함께 일을 해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7월 10일 낸 공식입장에서 “피해자 역시 함께 일하던 스태프이자 일원이기 때문에 두 사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섣불리 입장을 전하기가 조심스러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각종 의혹과 여기서 비롯된 꽃뱀 프레임은 강지환이 직접 정리했다. 7월 1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앞에 선 강지환은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강지환은 “피해자들이 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통해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이런 상황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