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백 입찰 담합’ 녹십자MS, 태창산업 과징금 부과에 검찰 고발

[일요신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17일 2011년부터 2015년 동안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3건의 혈액백 공동구매 단가 입찰에서 사전에 7 : 3의 비율로 예정수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한 녹십자MS와 태창산업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76억 9800만 원을 부과하고, 녹십자MS 소속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17일 녹십자MS와 태창산업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76억 9800만 원을 부과하고, 녹십자MS 소속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녹십자MS 홈페이지

공정위에 따르면 녹십자MS와 태창산업은 2011~2015년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3건의 ‘혈액백(헌혈자로부터 채취한 혈액을 저장하는 용기) 공동구매 단가 입찰’에서 사전에 7 : 3의 비율로 예정수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두 회사는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전국 15개 혈액원을 9 : 6 또는 10 : 5로 나누어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태창산업은 사전에 합의된 대로 30%에 해당하는 수량을, 녹십자MS는 70%에 해당하는 수량을 투찰해 각각 해당 물량을 낙찰 받았다. 그 결과 두 회사는 3건의 입찰에서 모두 99% 이상이라는 높은 투찰률로 낙찰 받았다. 합의가 파기된 2018년 입찰의 투찰률은 66.7%에 불과했다.

이러한 합의의 배경으로는 2011년에 공고된 혈액백 입찰에서 낙찰자 선정 방식이 이전 최저가 입찰제(1개 업체 100% 납품)에서 희망수량 입찰제로 변경되면서 일부 수량에 대해 경쟁이 가능하게 됐고, 가격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담합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희망수량 입찰제는 1개 업체의 생산능력으로는 전체 입찰 공고 수량을 공급할 수 없거나 곤란한 경우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최저가 입찰자부터 희망하는 예정수량을 공급하고 다음 순위자가 나머지 예정수량을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희망수량 입찰제의 특성상 입찰 참여자들이 원하는 수량을 낙찰 받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녹십자MS와 태창산업은 이를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국민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혈액백 구매 입찰에서 장기간 진행된 담합 행위를 적발하여 엄중제재한데 그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건강·보건 분야 등에 대한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