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9978표차 반복…순위 변동 없다지만 석연찮은 해명 신뢰 추락…시청자들 검찰 고발 검토
# 팬들이 뿔났다!
이번 사태는 팬들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2만 9978표’가 핵심이다. ‘프로듀스X101’ 마지막 방송에서 1위에 오른 김요한과 2위 김우석의 표차는 2만 9978표. 그런데 3위와 4위, 6위와 7위, 7위와 8위, 10위와 11위 사이에도 동일한 표차가 난다. 팬들은 이어 1∼10위의 표 차이를 분석해 보면 ‘7494’와 ‘7595’라는 특정한 숫자의 배수가 된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Mnet ‘프로듀스X101’ 방송 화면 캡쳐
이에 대해 Mnet 측은 “제작진은 득표수로 순위를 집계한 뒤, 각 연습생의 득표율도 계산해 최종순위를 복수의 방법으로 검증했다”며 “제작진이 순위를 재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하였고, 이 반올림된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순위의 변동이 없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몇 번을 반복해 읽어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해명이다. ‘국민 프로듀서’라 불리는 시청자들의 선택에 의해 순위를 매기는 프로그램인데, 왜 굳이 득표율을 따지고 이를 환산했을까? Mnet 측의 주장대로 순위 변동은 없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이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가는 것이 옳다.
결국 팬들은 직접 움직였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고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1시간 만에 목표 금액인 330만 원을 모아 실제로 한 법무법인을 선임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팬들이 이같이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그만큼 ‘프로듀스X101’의 인기가 높았으며, 여기에 관심과 사랑을 쏟아 부은 팬들의 분노가 크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 프로듀서가 되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그들이 지지하는 연습생에게 문자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건당 100원의 이용료가 필요하다. 결국 유료 투표이기 때문에 조작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정연덕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이번 논란을 언급하며 “만약 투표 조작을 했다면 무료 문자가 아닌 100원을 받는 유료 문자였기 때문에 방송사가 이익을 취득했다고 볼 수 있어 사기죄나 컴퓨터 사용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라면서 일반 시청자들에게 투표 권한을 준 것처럼 했음에도 조작이 이뤄졌다면 배임죄나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방송사 및 프로그램의 신뢰성이다. ‘프로듀스X101’ 시리즈는 아이돌을 꿈꾸지만 아직 그 꿈을 이루지 못했거나, 데뷔했어도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한 연습생들이 다시 한 번 희망을 걸고 시청자들에게 호소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이 그 꿈을 지지하며 기꺼이 지갑을 열어 문자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내가 행사한 한 표가 보탬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작 논란은 이 모든 진정성을 깡그리 깨뜨릴 수 있을 만큼 폭발력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Mnet 입장에서도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게 모든 것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Mnet ‘프로듀스X101’ 방송 화면 캡쳐
# 향후 어떻게 진행될까?
Mnet은 이미 내부 조사의 한계를 인정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관련 자료를 건네받고 이 내용을 검토한 뒤 정식 수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들이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는 검찰에 고발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net 측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습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지속적으로 ‘로 데이터’(raw data)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자 투표로 집계된 최초의 데이터를 공개하면 모든 것이 시원하게 밝혀질 것이란 주장이다. 정연덕 교수 역시 “투표 조작 여부는 확인이 간단하다”면서 “문자 투표로 100원씩을 받았기 때문에 통신사에 자료를 요청하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문제가 된다면 통신사 데이터를 보면 결론이 쉽게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매체는 ‘프로듀스X101’의 문자 투표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 측을 통해 원본 데이터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우리 쪽 자산이 아니고, Mnet과 계약이 되어 있어서 우리가 공개할 수가 없다”는 업체의 입장을 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프로듀스X101’이 배출한 프로젝트 그룹 X1(엑스원)은 오는 8월 27일 프리미어 쇼콘서트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한 의견 또한 분분하다. 각 멤버들 역시 이번 사태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활동 자제 등 2차 피해까지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투표 조작이 사실로 밝혀지고 이 과정에서 몇몇 멤버들의 순위 변동이 일어난다면 X1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할 수밖에 없다는 반박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