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선공개 조회수 1000만건 육박, 광고료 동시간 기존 시장가의 2배…‘기대감’이 최대 적
‘놀면 뭐하니’ 프리뷰 영상 캡쳐
# 김태호의 등판, 광고 시장이 요동치다!
김태호 PD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가 연출한 ‘무한도전’에는 1년에 300억 원 이상의 광고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무한도전’ 달력 외에 각종 가요제를 통해 얻는 부가 수익,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중에 끼치는 영향력을 따졌을 때 ‘무한도전’과 김 PD의 존재감은 역대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김 PD가 지난 2월 열린 MBC 광고 판매 설명회에 직접 발제자로 나서 새롭게 준비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했을 때 그 자리에 모인 광고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MBC가 광고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광고비를 집행해 최고의 효과를 거둬야 하는 광고주 입장에서도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콘텐츠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은 이미 광고 시장에 반영됐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놀면 뭐하니?’의 방송 시간대 광고료는 개당 1350만 원으로 확인된다. 이는 같은 시간대 기존 프로그램의 광고료인 780만 원의 2배에 육박한다. 편당 5억 원 안팎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스타들이 출연해 광고료가 높은 드라마 편성 시간대 광고료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놀면 뭐하니?’의 광고는 패키지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에 붙는 광고를 사기 위해서는 MBC 다른 프로그램의 광고까지 같이 사야 하는 조건이라는 의미다. 그렇게 형성된 현재 ‘놀면 뭐하니?’의 개당 광고단가는 3000만 원 정도다. ‘무한도전’이 최고 인기를 끌던 시절 패키지 광고료가 개당 1억 5000만 원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일단 방송이 시작되고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면 광고료 역시 천정부지로 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놀면 뭐하니’ 프리뷰 영상 캡처
김 PD는 ‘놀면 뭐하니?’를 준비하며 ‘잘하는 것’에 최신 트렌드를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 성실하기로 유명한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라고 말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착안해 김 PD가 만든 이 프로그램은 어떤 영역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무한도전’의 또 다른 버전이라 볼 수도 있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는 출연진이 자연스럽게 평소의 모습을 담는 ‘릴레이 카메라’였다.
게다가 김 PD는 방송국에 몸담은 PD임에도 이 콘텐츠를 TV가 아닌 유튜브를 통해 먼저 공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6월 중순 개설된 이 채널은 한 달여 만에 28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고, 공개된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만 벌써 1000만 건에 육박한다. 김 PD와 유재석의 시너지 효과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신세대는 이미 TV보다는 유튜브를 통해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PD는 TV 기반을 고수하기보다는 유튜브로 영역을 확장한 셈”이라며 “이를 통해 먼저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킨 뒤 본편을 TV를 통해 공개하는 기민함을 보이며 화려하게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 유재석의 위기, 김 PD와 타파할까?
유재석은 강호동과 함께 200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국민 MC’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한 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며 주춤하는 사이 유재석은 ‘무한도전’을 필두로 승승장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무한도전’ 종방 후 유재석은 분명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에게 ‘한류스타’라는 칭호를 붙여준 SBS ‘런닝맨’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고, 종합편성채널 등을 통해 선보인 신규 프로그램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거나, 시즌이 끝나며 조용히 퇴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평소 쌓아온 이미지 덕분에 유재석의 부진을 공격하는 움직임이 크지는 않지만 그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라고 입을 모은다.
‘놀면 뭐하니’ 프리뷰 영상 캡처
이런 상황 속에서 유재석이 김 PD와 다시 손을 잡은 것은 영리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무한도전’ 콤비의 만남만으로도 대중은 이미 반길 준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의 프리뷰 시청률은 4.2%를 기록했다. 유재석이 오랜 기간 진행하고 있는 KBS 2TV 예능 ‘해피투게더’의 시청률이 3% 안팎임을 고려할 때 낮다고 볼 수 없는 수치다. 게다가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20∼49세 타깃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2.2%로 동시간대 1위였다. 토요일 오후 시간대 야외 활동을 하는 젊은 층을 다시 TV 앞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는 증거다.
유재석과 김 PD의 성공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무한도전’이 끝난 뒤 1년여 동안 방송 환경은 또 달라졌다. TV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하향 평준화됐고, 지상파에 비해 종편과 케이블채널의 영향력은 커졌다. 그 속에서 두 사람이 ‘무한도전’만큼의 시청률을 거두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두 사람의 가장 큰 적은 ‘기대감’이다. 초반 몇 회는 ‘무한도전’의 향수를 가진 시청자들이 몰릴 텐데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채널은 여지없이 돌아갈 것”이라며 “반면 충분한 재미를 준다면 흩어졌던 ‘무한도전’ 팬들을 다시 모으며 예능가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