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인베브, 롯데·신세계·사모펀드에 인수 의사 타진…업계 1위 매력 크지만 9조 안팎 높은 인수가격 걸림돌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비맥주의 맥주브랜드 ‘카스’. 국내 1위 맥주회사인 오비맥주가 5년 만에 매각설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모회사 AB인베브가 외국계 증권사들을 통해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유통 대기업과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오비맥주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개적인 매각 절차보다 관심 있는 인수 후보들에 제안을 받아 매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비맥주가 M&A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면 5년여 만에 다시 ‘빅딜’이 이뤄진다. 앞서 AB인베브는 2009년 오비맥주를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RR)-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에 1조 1500억 원을 받고 팔았다가 2014년 6조 1690억 원에 되산 바 있다.
AB인베브가 다시 오비맥주를 내놓은 것은 자금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B인베브는 2016년 세계 2위 맥주업체 사브밀러를 인수하면서 차입금이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AB인베브의 차입금 규모는 1060억 달러(약 124조 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AB인베브는 한국, 중국, 호주 등 아시아사업부를 홍콩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7월 중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자들과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가 생기자 기업공개(IPO)를 철회, 자산 매각으로 선회한 것이다. 실제 최근 AB인베브의 호주 자회사 칼튼앤드유나이티드브루어리스(CUM)가 일본 아시히그룹홀딩스에 113억 달러(약 13조 3000억 원)에 매각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오비맥주가 다시 국내 기업의 품에 안길지 여부도 관심이다. 오비맥주는 1952년 동양맥주로 시작한 이래 줄곧 두산그룹의 계열사였다. 하지만 2001년 6월 두산그룹 구조조정에 따라 벨기에의 인터브루에 매각됐다. 인수 후보로 롯데, 신세계 등 국내 대형 유통기업과 KKR, MBK파트너스 등 국내외 대형 PEF가 거론되고 있다.
오비맥주는 국내 1위 맥주회사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지난해 매출 1조 6981억 원, 영업이익 5145억 원, 당기순이익 3806억 원을 기록했다. 오비맥주를 인수한다면 단숨에 국내 시장 절반 이상을 지배할 수 있다.
롯데는 자체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와 ‘피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오비맥주 ‘카스’ 등에 밀려 성장이 정체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식품 BU 사장단 회의에서 경쟁사 제품을 견제할 만한 ‘뉴클라우드’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의 경우 소주 브랜드 ‘푸른밤’을 가지고 있고, 맥주시장 진입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PEF 중에서는 KKR이 1순위로 꼽힌다. KKR은 이미 10년 전 오비맥주를 인수해 경영해본 바 있다. 누구보다 오비맥주에 대해 잘 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이 문제다. 국내 대기업 중 9조 원을 인수가로 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PEF 역시 인수하고 수년 안에 9조 원 이상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되파는 것이 만만치 않다. 오비맥주의 미래 시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시장은 주세를 포함해 6조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입맥주나 수제맥주 등이 많이 등장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추세다. 국내 맥주회사들이 쉬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9조 원을 투자할 정도로 미래 전망이 좋은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AB인베브가 인수 후보들과 매각 관련 논의를 하다 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오비맥주 매각을 접고 중국사업과 묶어 IPO를 재추진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작 오비맥주 측은 매각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AB인베브 글로벌 총괄 CEO 카를로스 브리토 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추가 자산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마당에 오비맥주 매각을 추진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실제 브리토 회장은 지난 7월 25일 외신과 인터뷰에서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에 호주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만큼 추가로 자산을 매각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며 “호주에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아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된 대기업들도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롯데주류 측은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롯데는 자체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오비맥주를 인수할 필요성이 있느냐”며 “롯데주류가 생산하는 클라우드 피츠 처음처럼의 연간 매출이 8000억 원 수준이어서 9조 원의 인수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오비맥주 인수에 대해 내부에서 따로 나온 얘기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