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부터 제한 조짐 보여…“이유 없이 거절당했다” 유학생들 수두룩
아베 내각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에 유감을 표하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시기는 일왕의 공포 시점으로부터 21일 후인 28일쯤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양국 경제갈등이 이번 조치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1일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것 외에 여러가지 메뉴(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일본 내에선 한국인 비자를 까다롭게 할 수 있다는 보도도 있다”며 “인적 교류 제한은 심각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가 실제로 비자 제한 카드를 꺼낼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불매 운동이 거세지면서 실제 일본 내 한국 여행객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한국 여행객 유치에는 관심이 높은 만큼 관광 비자에 대해서는 쉽게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취업이나 유학비자를 두고는 쉽게 확신하지 못했다. 일본이 1차 보복이 시작된 7월 초부터 이미 비자 제한에 대한 조짐을 보여왔던 까닭이다.
일본 언론은 경제보복 조치에 발맞춰 비자 발급 규제에 힘을 실어주는 기사를 내보냈다. 6월 28일 ‘아사히 신문’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생 비자를 받아 불법 취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학생 비자가 취업 목적으로 입국의 발판이 되었으며 2008년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유학생 늘리기 정책이 위장 유학생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학생 비자 발급을 규제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고노 다로 외무 장관의 입을 빌렸다. 이 매체는 고노 다로 외무 장관이 7월 19일 “현 단계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많은 노력을 지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면서도 “사증(비자) 발급을 엄격화하는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유학생들의 시름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일본 내 혐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유학생 사이에서 ‘실제 비자 발급 및 연장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7년째 일본에 거주 중인 유학생 A 씨(26)는 9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내정된 근무지도 있지만 최근 일본 언론에서 연일 비자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는 “유학 비자는 졸업과 함께 끝난다. 만약 비자가 나오지 않으며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함께 유학 온 친구 가운데에는 일본에 직장을 얻었음에도 5개월 이상 비자가 나오지 않아 돌아간 사람도 있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B 씨(27)도 벌써 3번이나 비자 신청을 거절당했다고 했다. 그는 “가장 최근 거절당한 게 6월이다. 일본에 5년 동안 거주하면서 각종 서류는 다 제출해봤다. 비자도 여러 번 내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거절당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 4~6월 사이 취업 비자를 신청해 거절당한 사람은 B 씨 주변에만 4명이다.
유학생들은 다가올 일본의 단계적 경제 보복에 대해 ‘비겁하다’고 평가했다. B 씨는 “국가적 갈등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일본이 ‘한국의 인재들이 필요하다’며 취업 비자 기준을 완화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경제 보복의 일환으로 비자 발급까지 제한한다는 것은 국가로서 너무 치졸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키로 한 것과 관련해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우방으로 여겨왔던 일본이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이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