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의존도 높아 타격…한국 기업에 수출할 방법 있는지 자문
1차 보복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반도체 업계에서는 의외로 다급해진 건 한국보다는 일본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국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예상과는 달리 차분한 모습이다. 오히려 일본 업체가 수출길이 막혀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소재를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이 수출길이 막히면서 여러 방면으로 수출 제한을 뚫기 위해 우회 방안을 고심 중이다. 우회 수출할 수 있는 길은 없는지 백방으로 찾고 있다고 한다”며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라 누굴 탓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일본 업체가 수출할 수 있는 회사가 삼성전자, 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3.9%, 하이닉스는 29.5%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 매출을 합치면 세계시장 점유율이 73.4%에 달한다. 이 두 개 업체를 제외하면 수출 시장은 4분의 1로 줄어든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핵심 소재를 다른 곳에서 조달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어쨌든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핵심 소재를 바꾸는 건 리스크다. 하지만 핵심 소재를 바꿨을 때 수율에 문제가 있을 순 있지만 바꾸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산화를 해낸다면 큰 이득이다. 국산업체가 일본 업체보다 무조건 싸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산화와 함께 마진까지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려도 나온다. 마진만 보는 게 아니라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소재를 국산화 하는 게 가장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다. 앞서의 관계자는 “2012년 불산가스 누출 사고로 몇 명이 죽은 것을 봐도 이 같은 소재를 다루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불산가스 사고도 운이 좋아서 망정이지 더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며 “이렇게 보면 모든 걸 국산화하는 게 나라 전체로 보면 좋은 건 아니다. 다만 현재 상황이 핵심 소재는 국산화 혹은 공급 다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일본 업체들이 몇몇 국내 대형 로펌을 찾아가 일본 무역규제를 어떻게 피해갈지 중점적으로 자문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 관심을 모은다. 규제를 어떻게 피해갈지, 한국 기업에 어떻게 하면 수출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서초동 주변에선 한일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로펌들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