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암호화폐 업계 경력·학력 속여 피해자 양산…“개인정보 보호 중요시되며 거짓말 구별 어려워져”
박철상 씨는 전형적으로 거짓말로 자신을 부풀려 돈을 챙겼다. 그는 11일 징역 5년 형이 선고됐다. 연합뉴스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했던 곽 아무개 씨가 있었다. A 씨는 그를 공격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그런데 A 씨도 리플리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A 씨가 허위 사실을 올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학력이나 경력이 사실과 다르다’ ‘평소 재산 자랑을 많이 하는데 실제 재산이 많지 않다’ ‘돈 많이 벌었다고 하는데 직접 만나서 얼마 벌었냐고 물어보니 대답을 어물거리더라’ ‘A 씨가 추천한 종목을 사거나, 권유한 비상장주식을 사서 손해본 사람이 많다’ 등과 같은 진술이 이어졌다. A 씨가 SNS를 비활성화(사용 중지) 상태로 두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A 씨는 비활성화를 풀면서 해명을 올렸다. 우선 각종 재직증명 자료를 올려 회사에 근무했던 이력을 밝혔다. 그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누군가 ‘너 얼마 벌었어’라고 직접적으로 물으면 누구라도 어물거릴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비상장주식을 추천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손해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얼마 전엔 ‘청년 워런 버핏’이라고 알려졌던 박철상 씨가 법원에서 징역 5년형이 선고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씨는 자신을 ‘400억 자산가’, ‘기부천사’로 포장해 공중파 강연 프로그램 및 언론 등에 활발히 출연했다. 박 씨는 유명세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투자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돈 약 30억 원 이상을 받아 생활비와 기부에 다 써버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박 씨는 주변에 자신이 ‘경북대학교 수석이다’ ‘집안에 돈이 부족해 서울대 갈 수 있었는데 경북대를 갔다’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특히 정치권에서 ‘학력 세탁’ 사례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유명 대학 ‘최고위과정’ 등 소위 돈만 내면 입학이 가능한 곳에 들어가 나중에 해당 대학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국회 보좌관은 “흔히 정치 낭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여의도를 배회하며 ‘당 대표 급’, ‘대선주자 급’ 등을 이야기하며 사업을 진행한다거나, 큰 그림을 이야기한다”며 “이들 말을 듣고 일을 진행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거짓말이 가장 많은 곳은 최근 떠오르는 암호화폐(코인) 업계다. 온갖 거짓말과 사기가 등장한다. 경력을 속이는 것은 흔하다. 애초부터 사기를 위해 만들어진 암호화폐도 적지 않다. 나중에서야 허위 사실을 파악해도 이미 늦은 경우가 빈번하다. 유명 연예인과 연관됐다고 알려진 암호화폐에 투자했던 피해자 B 씨는 “암호화폐를 이미 샀는데 사기란 걸 알아도 때는 늦은 것이다. 내가 떠들고 다녀봐야 암호화폐 가격만 낮아져서 빨리 팔고 나오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후회했다.
과학계에서 리플리 증후군을 여럿 구별해냈던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오히려 리플리나 거짓말로 자신을 부풀리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수단이 됐다. 예전에는 학교 동문 검색에서 학과,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학생이 있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정보 보호를 명목으로 이것조차 알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가 리플리들이 설 자리를 점점 넓혀주고 있고 그들도 이용하고 있다”라면서 “또한 학교에서도 최고위 과정을 같은 학교 동문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 학력 위조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확인한다 해도 변명할 여지가 많다. 앞으로 리플리를 감별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