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 ‘일본만화 퇴출’ 풍문에 출판사 술렁…“일본 콘텐츠 소비는 이어질 것”
지난 6일 큰 논란을 낳았던 서울 중구에 내걸린 ‘NO 재팬’ 깃발. 고성준 기자
[일요신문] ‘NO 재팬’ 바람이 거세다. 지난 7월부터 이어져온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8월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불매운동이 진행되던 초반 온라인에서 공유되던 일명 ‘일본기업 리스트’는 그 목록을 연일 더해가고 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불매운동 움직임도 공산품 위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일본기업 리스트 또한 의류, 화장품, 전자제품 등으로 분야가 한 쪽으로 쏠려 있다.
만화 업계에서는 ‘거대 플랫폼 차원에서 불매운동이 확산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관계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주로 일본에서 작품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A 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지에서 일본 수입만화를 더 이상 서비스 하지 않을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그 쪽에서 내부적으로는 공문 작업을 해놓고 각 출판사들에게 통보를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통보가 떨어지면 그에 맞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출판사는 카카오페이지 매출이 많지 않아 문제될 것이 크지 않지만 다른 곳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7일 카카오페이지 어플리케이션에 ‘일본’이라는 키워드를 검색어에 입력하면 461작품이 만화로 분류된다. 이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만화 수가 1607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A 사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카카오페이지 만화의 볼륨이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이에 카카오페이지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일본 만화 퇴출 방침을 ‘풍문’으로 치부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확인 결과 관련 논의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카카오페이지 어플리케이션 내 만화코너 초기 화면. 사진=카카오페이지 화면 캡처
다만 불매운동의 여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제품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당분간 페이지 내에서 일본 작품을 대거 수입하는 출판사들에 대한 프로모션을 확산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또 다른 출판사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연재 중인 작품들이 있다. 기존에 보던 독자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에 플랫폼에서 일본 작품 서비스를 제외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금도 어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페이지 등에서 일본 작품이 메인으로 띄운다거나 목록 상단에 배치되지는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카카오페이지에서는 검색이 아니면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일본 만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플랫폼은 어떨까. ‘네이버 만화’의 단행본 만화 코너에서는 일본산 만화가 ‘추천 만화’로 지정돼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출판사들의 주요 거래처인 리디북스, 미스터블루, 예스24, 알라딘, 북큐브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천도서’ 등의 타이틀을 붙여 일본 만화를 홍보하고 있었다.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만화 서비스 플랫폼이 일본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A 사 관계자는 “네이버는 일본 내에서 자회사 ‘라인’이 다양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국내 사업에서도 일본을 배제하기 어렵지 않겠나. 앞으로도 불매운동을 주시하기는 하겠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양사는 국내와 같이 일본에서도 모바일 메신저, 금융 등의 사업 이외에도 웹툰 사업 또한 벌이고 있다. 각각 ‘라인망가’와 ‘픽코마’라는 이름으로 현지 웹툰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한 A 사 관계자는 콘텐츠 플랫폼이나 인터넷 서점 등이 입장을 바꿔 불매운동에 동참한다고 해도 주요 소비층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최근 출판사 매출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일본 만화, 음악,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업계에선 사단법인 웹툰협회가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나서 눈길이 쏠린다. 이들은 지난 7월 30일 “이미 쓰고 있는 제품을 비난하는 등 과열 양상이 우려된다”면서도 “만화가들의 장기를 살려 불매운동 캠페인을 진행하겠다. 정부 부처와의 소통을 토대로 일본 프로그램이 점유하고 있는 웹툰 프로그램 역시 국산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