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신화’ 불리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전 직원에 유튜브 강제 시청시키며 ‘막말’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연합뉴스
윤동한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내곡동의 신사옥에서 직원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월례조회’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설명하면서, 유튜브 채널 ‘리섭TV’ 영상을 틀었다. 이날 보여준 영상은 일본 아베 정부와 갈등,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계 등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아베가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 등 비속어가 섞인 거침없는 표현이 등장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 우리나라도 곧 그 꼴이 날 것”이라는 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비하 표현도 등장했다. 아울러 이날 윤동한 회장은 “서울 사람(연구직·사무직)들은 지성이 높아 이해할 거라 보고 영상을 틀어주는 것이다. 공장 가서는 애초에 이런 내용을 보여주지도 않았다”며 생산직 근무자들을 비하하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동한 회장과 한국콜마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윤동한 회장이 과연 어떤 인물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윤동한 회장은 한국콜마 창업주로서 ‘화장품업계 신화’로 불리며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에 꼽힌다. 1947년 12월 30일생으로, 올해 만 71세다.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대학원 관리회계학 석사, 수원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윤 회장은 197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후 1974년 대웅제약으로 자리를 옮겨 15년간 근무하면서 승승장구, 최연소 부사장에 오르기도 했다.
샐러리맨 윤동한 회장은 평소 “내 기업을 차리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을 나와 윤 회장은 화장품 제조 사업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미국콜마를 찾아가 기술 제공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일본콜마를 수차례 설득한 끝에 1990년 일본콜마와 합작해 한국콜마를 세웠다.
한국콜마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화장품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 어려움을 겪으며 자체기술개발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도입해 빠르게 성장했다. 2002년에는 제약산업에도 진출했고, 한국원자력연구소와 민관 최초 합작법인 선바이오텍(현 콜마비앤에이치)을 2004년 설립했다. 2012년 10월 지주사(한국콜마홀딩스)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CJ헬스케어를 1조 3100억 원에 인수했다.
윤동한 회장은 국세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조세포탈범 명단에 이름을 올려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윤 회장은 타인 명의로 차명주식을 보유하면서 배당소득과 양도소득세 신고를 누락하는 방법으로 총 36억 7900만 원을 포탈한 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한국콜마 측은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사과했다. 이어 “위기 대응을 위해 대외적 환경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최근 인터넷상에 유포되는 특정 유튜브 영상의 일부분을 인용했다”며 “이 영상을 보여준 취지는 일부 편향된 내용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되어서는 안 되며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현 상황을 바라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됐던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사례 언급에 대해서는 전혀 없었다고도 해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오너가 특정 편향된 동영상을 공개석상에서 회사 직원들에게 보도록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특히 요즘 같은 때는 자칫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 한국콜마뿐 아니라 화장품, 약품, 건강기능식품 등 협력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일본콜마와 합작으로 설립 ‘불매 리스트’ 올라 한국콜마에 대해 ‘여혐기업’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한국콜마의 탄생이 일본콜마와 합작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일본제품 불매 리스트’에도 올랐다. 한국콜마는 1990년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일본콜마를 찾아가 합작으로 설립된 회사다. 일본콜마는 현재에도 한국콜마 지분 12.43%,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7.46%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 이사회에서도 칸자키 요시히데 일본콜마 사장과 칸자키 토모지 일본콜마 회장이 주요주주 임원이자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이시가미 토시유키 일본콜마 상무가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 사람의 활동분야 및 담당업무는 ‘일본콜마’로 명시돼 있다. 한국콜마는 2012년 한국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로 인적분할했다. 한국콜마그룹의 지주사 한국콜마홀딩스는 한국콜마 지분 27.79%를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은 한국콜마 지분 0.49%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지분 28.18%를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의 아들 윤상현 한국콜마 사장은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18.67%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의 공시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계열사로 보스톤 특허조합(45.8%), 내츄럴스토리, 케이비랩, 옌타이 콜마 아토미 헬스케어 푸드, 콜밤앤스틱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로 한국콜마(27.8%), 콜마파마(77.1%), 콜마스크(50.5%), 석오캐나다(100%), 콜마비앤에이치(50.2%), 한국크라시에약품(50%), 파마사이언스코리아(50%) 등을 두고 있다. 손자회사는 9개다. 이밖에도 한국콜마홀딩스는 지난해 4월 1조 3100억 원에 인수한 CJ헬스케어(100%)를 증손회사로 두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기준 매출 1조 3578억 원을 기록, 전년(8216억 원) 대비 60% 이상 급증해 ‘1조 클럽’에도 진입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화장품 부문 불매 분위기가 일면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상에서는 벌써 한국콜마의 자체 브랜드는 물론 한국콜마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하는 유명 로드숍들의 제품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