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문 대통령 지지율에 위기감 역력…황교안 대안 없지 않느냐는 옹호론도
최근 자유한국당 수도권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이들 사이에선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완패할 것이란 위기감이 역력하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과 관련해 여러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견고한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언주 의원의 ‘나는 왜 싸우는가’ 출판 리셉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8월 1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8월 첫 주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차 대비 0.5%p(포인트) 오른 50.4%를 기록해 한 주 만에 다시 50% 선을 회복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1.1%p 내린 44.4%(매우 잘못함 32.7%, 잘못하는 편 11.7%)로 긍·부정 평가의 격차는 오차범위(±2.0%p)를 벗어난 6.0%p로 집계됐다. 이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고).
문 대통령 지지율이 꺾이지 않자 자유한국당 수도권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국당은 18대 총선 때 ‘뉴타운 공약’을 앞세워 수도권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에선 연달아 민주당에 패했다. 특히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180석 이상’ 확보할 것이라고 예측됐던 20대 총선에서 서울 12석, 경기도 19석만을 건졌다. 이때 민주당은 서울에서 35석, 경기도에서 40석을 가져와 원내 1당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수도권 의원과 곧 선거를 치를 당협위원장들의 위기의식이 가중되는 까닭은 여기서 비롯된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정말 야당답게 매섭게 정부를 비판한 적이 언제였나 싶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다가 반격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황교안 대표가 취임한 이후 이렇다할 활약 없이 시간만 지나고 있다. 최근 황 대표가 계파 갈등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내부 비판이 점점 쌓이고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말대로 8월 1일 황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망치는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행위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반드시 신상하고 필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 리더십 논란이 일자 황 대표가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황 대표 발언 이후 비박계, 그리고 수도권에선 반발 기류가 더욱 거세진 양상이다.
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한국당 내부에 이 같은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도권 한 당협위원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황 대표 비토 분위기에 공감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황 대표 혼자만의 책임이라고 보기도 힘들다”며 “그렇다고 황 대표를 교체한다는 것도 명분이 서지 않고, 심지어 황 대표를 교체한다고 해도 지금 지지율에서 반등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정치에서 야당은 정부 비판여론의 종속 변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즉, 대안이 없기 때문에 황교안 체제로 가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신 교수는 “한국당의 최근 지지율 정체 혹은 하락이 황 대표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친일 프레임에 제대로 걸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친일 프레임은 시간이 지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황 대표가 아니라 누구였다고 해도 똑같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은 일시적으로 반일 전선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올랐지만, 일본과의 갈등이 풀리지 않고 오래 지속되면 지지율이 단기간 크게 빠질 수도 있다. 야당은 어차피 반사이익이 대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가 최근 단행한 인사도 수도권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14일 황 대표는 민경욱 대변인과 이헌승 당대표 비서실장을 교체했다. 대신 수도권 지역구 의원인 김명연 의원을 당 수석대변인으로, 김성원 의원을 당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TK, 친박으로 치우쳤다던 비박계와 수도권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노림수로 읽힌다.
특히 민경욱 전 대변인은 친박 측에서도 부담스러워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권 한 소식통에 따르면 “민 전 대변인은 발언이 워낙 세기 때문에 친박 측에서도 부담스러워했다. 페이스북 등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항상 전투 태세였기 때문에 민 전 대변인 주변에서도 여러 번 만류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한 시사평론가는 “황교안 대표의 신상필벌 발언은 위험한 발언이다. 그런 발언으로는 오히려 내부 기강을 못 잡는다.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 총선에서 해볼만 한 상황이 된다”며 “그나마 민경욱 대변인을 교체한 것을 보면 이대로는 큰일 난다는 걸 늦게나마 감지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