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의 빛살 개수와 좌편향 구도까지 판박이…우연의 일치인지 의도했는지 밝혀야
부산 남구 유엔공원 참전기념탑 항공촬영 모습(왼쪽)과 욱일기
[일요신문]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이 계속 확산하는 가운데, 부산에서 욱일기 상징 조형물 논란이 불거졌다. 6·25 참전용사의 유해가 안치된 유엔공원 내의 참전기념탑이 욱일기를 상징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라서다.
부산 남구는 전 세계에 유일한 UN기념공원이 있는 지역으로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에서 UN평화문화특구로 지정받으면서 평화문화 상징도시로 재조명되고 있다. 남구 대연동 유엔공원 일대는 2010년 이후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며 UN평화문화특구로 조성됐다.
그런 가운데 유엔평화특구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참전기념탑의 조형물 모양이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의 도안을 그대로 닮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씨를 피운 것은 정정복 더불어민주당 부산 남구갑 지역위원장이다. 정정복 위원장은 12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문화 거점도시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대연동 UN로타리에 위치한 UN군참전기념탑의 조형물이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의 모양으로 조성돼 있어 놀라움과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공교롭게도 왜 UN군참전기념탑의 조형물 모양이 욱일기의 모양을 갖추고 있는지 그 진상이 밝혀지길 바라면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정정복 더불어민주당 부산 남구갑 지역위원장의 기자회견 모습.
주지하다시피 욱일기는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며 빛이 사방으로 펼쳐지는 형상을 하고 있다. 특히 16가닥의 빛살은 일본 해상자위대를 상징한다.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을 넘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전범 국가의 대표적 표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금은 아베를 비롯한 일본 극우들의 표상이기도 하다.
기념탑도 참전국 16개국을 의미하는 16가닥으로 구성됐다. 때문에 욱일기를 상징하는 빛살모양 개수와 그대로 일치한다. 문제는 구도 역시 비슷하게 닮았다는 점이다. 기념탑과 욱일기 모두 왼쪽 빛살이 짧고 오른쪽이 긴 비대칭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기념탑은 1975년 17대 박영수 부산시장 재임 시기에 UN창설 30주년 기념으로 건립됐다. 박영수 전 시장은 1944년 일본에서 중등과정을 졸업했으며,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1년에 부산시장에 취임해 6년간 재임했다.
정 위원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경제군국주의를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일본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평화거점도시 부산 남구 문 앞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상공에서 내려다 본 UN군참전기념탑의 모습은 그대로 일본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의 모습 그대로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도 공교롭다. 만일 이것이 누군가의 계획적인 의도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 이후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주로 지지 정파에 따라 찬반이 나눠지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남구 지역민 A 씨는 “아무렇게나 같다 붙여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내 자동차의 휠도 욱일기와 매우 닮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재범 남구청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진상조사단과 추후 조사가 필요해 보이긴 하지만 외형적인 모습에서 비춰지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에는 충분하다. 찬반의 논리를 떠나 이번 기회를 통해 유엔탑의 욱일기 조형물형상이 ‘우연인가? 의도적인가?’에 대해 답을 내려야 할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