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벼르는 레알, 4000억원 지출…주앙 펠릭스에 1525억원 쓴 AT마드리드
올 여름, 가장 높은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인 주앙 펠릭스. 사진=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이스북
[일요신문] 세계 축구의 중심 유럽 리그가 여름 휴식기를 마치고 재개한다. 많은 국내 축구팬들이 주말마다 밤잠을 설쳐가며 유럽 내 축구 전쟁을 지켜보는 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유럽 주요 리그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가장 먼저 장을 열었다. 지난 10일(한국시간) 리버풀과 노리치 시티의 1라운드 경기로 개막을 알렸다. 17일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등이 정규리그 일정을 시작한다. 이에 ‘일요신문’은 2019-2020 시즌의 문이 열리는 시점에서 유럽 주요 구단들의 이적 시장 내 주요 움직임과 성과를 짚어봤다.
세계 축구 시장의 크기가 확장되고 많은 자본이 투입되면서 ‘돈’이 축구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한 때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 부자 구단주가 살림살이를 쥐고 있는 구단을 향해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이는 이제 옛말이 됐다.
오히려 돈이 없이는 성적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에 이번 시즌 우승 트로피, 또는 높은 성적을 바라는 구단들은 이번 여름에도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 젖혔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구단, 가장 높은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는 누구일까.
2019-2020 시즌 유럽 축구 구단별 이적료 지출 순위
#스페인 ‘빅3’, 이적료 지출 1~3위 독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이번 2019-2020 시즌이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빅3’로 꼽히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모두 천문학적 금액을 지출하며 이적료 지출 순위 1~3위(축구 이적 정보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를 나란히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지난 시즌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낀 레알은 올 시즌을 앞두고 돈을 풀었다. 에당 아자르, 루카 요비치, 에데르 밀리탕 등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이번 여름 2억 7495만 유로(약 3700억 원)를 지출해 유럽 내 지출 1위에 올랐다. 기존 자원의 판매만 원활했다면 더 많은 선수를 영입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지고 있다.
그 뒤는 바르셀로나가 이었다. ‘황제’ 리오넬 메시와 보조를 맞출 공격 자원으로 앙투안 그리즈만을 선택했고 미드필드에 프랭키 데 용을 영입해 화력을 더했다. 이들 두 명에 투입된 금액만 자그마치 1억 7550만 유로(약 2362억 원)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판을 갈아엎은 수준이다. 수 년간 팀을 이끈 상징과도 같았던 선수(그리즈만, 디에고 고딘)들이 다수 팀을 떠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승에 도전하는 야망을 보여야 했다. 그 야망에 대한 해답은 19세 신성 공격수 주앙 펠릭스였다. 아틀레티코는 1999년생 공격수 영입에 1억 1340만 유로(약 1525억 원)를 썼다.
이 외에도 이적 시장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레알과 바르셀로나는 또 다른 슈퍼스타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망)와 연결되며 변수를 만들고 있다. 네이마르는 이적이 성사된다면 기존 판을 뒤엎을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이동에 따라 기존 자원의 연쇄 이동 가능성도 뒤따른다.
스페인 클럽들의 큰 투자는 지난해 부진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지난 2013-2014 시즌부터 2018-2019 시즌까지 유럽 최고 타이틀인 챔피언스리그를 독식해 왔다. 스페인 클럽간 결승전도 빈번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이들은 철저한 실패를 맛봤다. 바르셀로나가 4강 진출로 체면치례를 했지만 되려 4강에서의 충격적인 역전 탈락으로 상처만 깊어졌다. 이에 올 시즌에는 공격적 투자로 반등을 노리는 스페인 3강이다.
2019-2020 시즌 유럽 축구 선수 이적료 순위
#중하위권도 씀씀이 커진 잉글랜드
스페인 3팀이 지출순위 1~3위에 오른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다양한 구단들이 많은 돈을 지출했다. 프리메라리가가 특정 팀에 수익이 집중되는 불균형 구조에 대한 지적을 오랜 기간 받아온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비교적 고른 수익 분배가 이뤄져 왔다. 또한 아시아권이나 아메리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 나날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 지출 상위 10구단에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4팀(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아스톤 빌라)이 이름을 올렸다. 상위 25위에는 10개 팀이 위치하고 있어 다른 리그와 비교해 그 부유함을 널리 자랑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시즌 2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승격한 아스톤 빌라가 1억 3374만 유로(약 1787억 원)을 투자하며 지출 순위 9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1부리그에 걸맞은 스쿼드 구성을 위해 여러 선수를 영입하는데 돈이 고르게 투자됐다.
그간 승격팀은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에 많은 돈을 쓰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빌라의 공격적 투자는 다른 리그와 차원이 다른 프리미어리그의 수익 구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이 이번 여름에 쓴 돈은 바이에른 뮌헨(독일), AC 밀란(이탈리아), AS 로마(이탈리아), 올림피크 리옹(프랑스) 등의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명문구단들 보다도 많다.
아스널의 분전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아스널은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쓰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니콜라스 페페, 윌리엄 살리바, 키어런 티어니, 다비드 루이스 등 ‘폭풍 영입’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의 몸값만 1700억 원이 넘는다. 실제 아스널로부터 빠져 나간 돈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간의 ‘할부 계약’으로 이들은 큰 지출을 피했다. 수천, 수백억을 호가하는 페페와 살리바의 이적료는 4년 뒤인 2023년 여름까지 매년 지급된다.
#‘윈 나우’ 유벤투스
‘부자 리그’에 속한 잉글랜드 구단들보다도 많은 금액을 지출한 이들은 이탈리아 세리에 A 유벤투스다. 유벤투스의 영입 행보는 ‘조급증’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2010년대 들어 계속해서 자국리그 우승을 독식해 왔다. 이제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만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여름 유벤투스는 1억 530만 유로를 지출하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데려왔다. 챔스 우승을 바라보고 감행한 투자였다. 하지만 슈퍼스타도 나이를 먹는다. 유벤투스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호날두는 올해 생일을 맞으며 만 34세가 됐다. 유벤투스로선 호날두의 기량이 떨어지기 전에 성과를 내야했다.
지난해 호날두 영입으로 여름 지출 1위에 올랐던 유벤투스는 올 여름엔 스페인 3강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마티아스 데 리흐트 영입에만 7695만 유로(약 1035억 원)을 썼다. 수많은 팀들이 그의 영입을 위해 달려들었지만 승자는 유벤투스였다. 만 19세 수비수에게 1000억 원을 베팅하자 경쟁자들은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적극적인 투자가 좋은 성과를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레스터 시티가 잉글랜드에서 ‘동화 같은 우승’을 차지했던 2015-2016 시즌, 그들의 지출 순위는 30위, 리그 내로 한정을 지어도 14위였다. 유럽 구단들이 자신들의 지출에 걸맞은 성적을 낼지, 아니면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