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지휘봉 잡은 램파드… EPL 1라운드 경기서 맨유에 완패 ‘혹독한 신고식’
2009-20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첼시. 그 중심에 서 있는 ‘푸른 심장’ 램파드.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푸른 심장의 사나이’로 이름을 떨친 축구 선수가 있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단 첼시의 레전드, 프랭크 램파드 이야기다.
램파드가 은퇴 3년 만에 친정팀 첼시의 지휘봉을 잡았다. 램파드는 2019-2020시즌 첼시 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중반 첼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램파드가 감독으로 명가 재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램파드는 자타공인 ‘첼시 레전드’다. 램파드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4년 동안이나 첼시의 중원을 책임졌다. 중앙 미드필더 램파드는 공·수에서 만능 활약을 펼쳤다. 2000년대 중반 첼시의 전매특허였던 빠른 공격 전개는 “램파드의 발끝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들라이커’란 수식어 역시 램파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램파드는 웬만한 공격수 못지않은 골 사냥 능력을 가진 미드필더로 유명했다. 램파드는 첼시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29경기에 출전해 147골을 터뜨렸다. 램파드가 미드필더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경이로운 득점력이다.
램파드의 선수 시절 첼시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구가했다. 램파드가 품에 안은 우승컵만 무려 13개다. 특히 세 차례의 리그 우승, FA컵 우승 4회, ‘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 유로파 리그’ 우승컵을 각각 한 차례 들어 올린 것은 램파드의 커리어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당시 첼시는 박지성이 활약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친숙한 구단이었다. 당시 첼시 선수단 주요 멤버로는 ‘신이라 불린 사나이’ 디디에 드록바, 중앙 수비수 존 테리, 수비형 미드필더 마이클 에시엔 등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선수는 바로 램파드였다.
첼시 신임 사령탑 프랭크 램파드. 사진=연합뉴스
그런 램파드가 첼시의 지휘봉을 잡았다. 2017년 초 미국 프로축구(MLS) 뉴욕 시티 FC에서 선수 생활을 정리한 지 3년 만이다.
6월 15일 지난 2018-2019시즌 첼시 사령탑이었던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러면서 첼시 감독석엔 공백이 생겼다. 그리고 7월 3일 첼시 구단은 사리 감독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푸른 심장’ 램파드를 낙점했다.
감독 램파드는 ‘초보’임이 분명하다. 그의 감독 경력은 단 한 시즌에 불과하다. 하지만 램파드의 감독 데뷔 첫 해 성과는 괄목할 만했다. 2018-2019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2부리그) 더비 카운티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램파드는 팀을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에 올려놓는 저력을 과시했다.
더비 카운티는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아스톤빌라에게 1대 2로 석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결과적으로 더비 카운티는 EPL 승격에 실패했다. 하지만 2018-2019시즌 더비 카운티의 돌풍은 지도자 램파드의 자질을 증명하기 충분한 성과였다. 이제 램파드는 친정팀 첼시에서 ‘명가 재건’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램파드가 이끄는 첼시는 8월 12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맨유와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차전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첼시의 0대 4 참패였다. 첼시 지휘봉을 잡고 첫 경기를 치른 램파드 감독 입장에선 그야말로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표면적인 과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골 결정력 부재와 부실한 수비가 첼시의 발목을 잡았다. 첼시는 맨유를 상대로 볼 점유율(57%-43%)과 슈팅 숫자(13-6)에서 우세를 점했다. 하지만 골이 터지질 않았다. 그사이 맨유는 마커스 래쉬포드의 멀티골, 앙토니 마르시알의 득점, 다니엘 제임스의 데뷔골 등을 포함해 총 4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조제 무리뉴 전 첼시 감독은 ‘램파드호’의 첫 경기와 관련해 “램파드의 경험이 부족해 보인다. 조금만 더 발을 맞춘다면, 팀으로서 좋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램파드의 첼시는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경기부터 완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과연 램파드가 첫 경기 패배를 ‘전화위복’ 삼아 명가 재건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