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세포탈 의도 있다고 보기 어려워”
100억 원대 탈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LG 대주주 14명이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박은숙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6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 회장과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둘째딸 구미정, 구광모 LG회장의 여동생 구연경 씨 등 LG 대주주 1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총수일가 주식거래를 주도한 혐의를 받았던 전·현직 LG 재무관리팀장 2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국세청은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로 구 회장 등 LG 총수 일가 일부를 지난 4월 검찰에 고발했다. 2007년부터 10여년 간 LG와 LG상사 주식 수천억 원 어치를 102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거래하면서 특수관계인이 아닌 상대방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거래를 위장한 정황이 발견돼서다. 구 회장 등은 직접 행위 당사자는 아니지만 관리 책임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국세청 고발인 명단에 포함됐다.
검찰은 국세청 고발 내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총수 일가가 양도세를 지능적으로 포탈했다고 판단했다. 특수관계인간 지분거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세금을 계산할 때 시가 대비 20% 할증된 가격으로 주식가치가 책정돼 양도소득세를 더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156억 원대 탈루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9월 구 회장 등 LG 대주주 14명을 조세범처벌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의 법정형은 벌금형뿐이다. 하지만 법원은 같은해 12월 구 회장 등 사건에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김 아무개 씨 등 2명은 LG그룹 대주주 지분을 관리하면서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식거래에서 주문 평균가가 항상 고가와 저가 사이에서 형성됐기 때문에 주식 거래가 왜곡되지 않았다”며 “수량 비율이나 일 평균 발행 주식 등을 고려했을 때 (통정매매가 아니더라도) 경쟁매매를 통해 충분히 매수 및 매도를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검사 측이 주장한 통정매매로 공정거래가 침해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거래소시장에서 경쟁매매가 침해됐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주식매매가 특정인 간 거래로 전환된다고 볼 법적 근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 씨 등이 거래주문표 등을 작성하지 않은 행위와 관련해서도 “과세관청은 김 씨 등이 주식거래 이후 공시한 내역이나 증권회사서 제공 받은 세부 주식거래 내역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과세를 할 수 있었다”며 “(이 외에도) 김씨 등이 조세포탈 범행을 저지를 동기도 찾기 힘들고 특별한 이유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행위 실행자인) 김 씨 등의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검사 측 주장을 인정할 만한 근거나 증거가 없다”면서 “김 씨 등의 범죄 증명이 없는 이상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구씨 등 (LG 총수일가에 대해서도)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23일 결심공판에서 구 회장에는 벌금 23억 원, 구미정 씨와 구연경 씨에겐 각각 벌금 12억 원과 벌금 3억 5000만 원을, 나머지 직계 및 방계일가 11명에 대해 각 500만 원~4억 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