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최다승·상금 1위·그린 적중률 1위·평균타수 1위…“워라밸 지키니 성적 더 잘나와”
노보기 우승으로 화제를 모았던 CP 여자 오픈 대회 당시 모습. 사진=갤럭시아SM 제공
[일요신문] 그 시기 가장 ‘핫’한 골프선수가 누군지 알려면 학생들의 골프 대회 현장에 가보면 된다. 골프 꿈나무들에게 ‘어떤 선수를 가장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 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등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한국 선수들의 이름이 줄줄 나온다. 지난 6일 보성에서 열린 초등골프연맹회장배 대회에서는 박성현 일색이던 꿈나무들의 대답에 고진영이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고진영이 올해 LPGA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는 방증이다.
LPGA 진출 2년차인 올 시즌 고진영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 시즌 4승을 기록 중인 그는 시즌 최다승, 상금랭킹 1위, 그린 적중률 1위, 평균타수 1위 등에 올라 있다. 자연스레 현재 세계랭킹 1위 또한 그의 몫이 됐다. 올해 가장 ‘뜨거운 골퍼’가 된 고진영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1승과 함께 신인상을 받은 고진영의 2019 시즌은 초반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 2월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후 한 달 만에 뱅크 오브호프 파운더스 컵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두게 된다.
이어진 4월에는 LPGA 커리어 첫 메이저 우승 타이틀을 안게 됐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때의 우승으로 그는 생애 처음, 역대 한국인 골퍼로선 5번째로 세계랭킹 1위를 맛보게 됐다.
이후 잠시 숨을 고르며 세계랭킹 1위에서 내려오기도 했던 그는 지난 7월 다시 한 번 힘을 냈다.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세계 최고 자리를 탈환했다.
이후 브리티시 오픈에서 3위를 차지한 그는 2개 대회 만에 다시 한 번 우승을 맛봤다. 시즌 4승째였지만 지켜보는 이들에게 익숙함을 느끼게 하기보단 또 다른 놀라움을 자아냈다. CP 여자 오픈 4라운드 72홀 경기를 치르면서 단 한 개의 타수도 빼앗기지 않는 ‘노보기(No Bogey) 우승’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호성적에 고진영은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반려견 ‘대박이’와의 즐거운 한 때. 사진=고진영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 나서는 대회에서 결과가 좋았다. 그렇기에 나도 잘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대회 자체에 치중하기보다 더 좋은 골프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노보기’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 하시는데 나도 애쓰고 있지만 주위에서도 많은 도움을 줘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즌 고진영의 선전을 두고 새로운 코치와의 만남을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태국 출신 자매 골퍼 에리야·모리야 주타누간 자매의 스승으로 유명한 가레스 라플레프스키 코치와 비시즌 맹훈련에 돌입했던 것이 알려졌다. 그는 “스윙 코치님과는 2~3년간 꾸준히 함께 해오고 있었다. 그동안 스윙 연결이 예전보다 수월해졌다”면서 “작년 시즌 종료 후부터 함께하고 있는 분은 숏게임 부분을 코칭해준다. 기본기가 조금 더 탄탄해진 느낌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은 골프를 위해 노력한다”는 고진영이지만 마냥 골프에만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처럼 골프와 라이프 사이의 균형을 지키기도 한다. 그는 “첫 메이저 우승인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 직후 그랜드 캐년을 다녀온 게 올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 나이아가라 폭포에 다녀온 것도 마찬가지다”라며 “골프를 할 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고 휴식 땐 충분히 쉬면서 밸런스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고진영이기에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휴식 방법 중 하나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물론이고 에이미 올슨, 앨리 맥도널드, 캐서린 커크 등과 친하다”면서 ”종교가 같아서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난 CP 오픈 이후 같이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많은 축하를 받았다”고 전했다.
반려견 ‘대박이’도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존재 중 하나다. 고진영은 “‘코~자, 같이 나가자, 밥 먹을래? 누나랑 놀자’ 등 여러가지 말을 다 알아 듣는다. 아무래도 천재견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바쁜 투어 일정으로 한국에 있는 대박이를 자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리움을 이따금씩 소셜미디어에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워하던 반려견과는 곧 만날 수 있게 됐다. 미국 선수들과 유럽 선수들의 맞대결인 솔하임컵이 열리며 9월 일정에서 여유가 생겼고 귀국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마침 민족 대명절 추석과도 귀국 일정이 겹쳤다. 그는 “명절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은데 올해는 일정이 운좋게 맞았다. 맛있는 음식 많이 먹으면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낼 예정이다. 물론 대박이도 함께다”라고 말했다.
고진영은 벌써 LPGA 통산 6승을 기록했지만 고작 투어 진출 2년차이기도 하다. 혹시 사전에 세웠던 계획이나 목표를 이미 달성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목표는 항상 매 대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실제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다. 물론 올해 성적은 작년과 비교하면 정말 감사한 것이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듯이 매 순간 열심히 할 것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