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직후 선수 폭행 과거 불거져…정종선 파문 등으로 협회 홍역
최인철 감독의 사퇴 소식 발표 이튿날인 10일 김판곤 위원장이 브리핑을 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최인철 감독이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으며 대표팀 사령탑에 다시 공백이 생기게 됐다.
지난 8월 29일 최 감독의 여자 대표팀 감독 공식 선임이 발표됐다. 이내 그의 선수 폭행 의혹이 불거졌다. 2010년대 초반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 그의 폭행과 관련된 의혹이 나왔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가 학원 축구 감독을 맡던 시절에도 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에 지난 9월 9일 그는 “언론에 보도된 일에 책임을 통감하며 감독직을 내려놓겠다”고 전하며 감독직에서 사퇴했다. 선임 이후 약 10여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결과적으로 대한축구협회의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난 일이 됐다. 협회는 지난 2017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를 신설, 김판곤 전 홍콩대표팀 감독을 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이후 협회 개편으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아래 선임 소위원회가 편성됐다. 김 위원장은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직책이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협회 부임 이후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 선임 등에 적극 나섰다. 이번 여자 대표팀의 혼란에 김 위원장으로 시선이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김판곤 위원장은 “최 감독이 면담 과정에서 면담 과정에서 WK리그 감독 재임시절 선수를 폭행했던 과거를 털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일 선임 기자회견을 열었던 최인철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최 감독의 사퇴 다음날인 10일, 김 위원장은 사퇴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그는 “선임위원회에 주신 권한이나 책임에 대해 좋은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잘 개선하고 수정해서 많은 분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외에도 협회는 여러 악재가 겹치며 홍역을 앓았다. ‘고교축구 대통령’으로 불리던 정종선 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회장과 관련해 학부모 성폭력 및 횡령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고교축구연맹은 대한축구협회 산하에 있다. 산하단체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협회는 정 전 회장을 영구제명하며 급한 불을 껐다.
협회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과 관련해선 뜻밖의 암초를 만나기도 했다. 대표팀은 2020년 1월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을 대비해 이번 A매치 기간 평가전을 잡았다. 장소는 제주, 상대는 시리아였다. 6일과 9일 2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평가전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리아 선수단이 정부로부터 여권을 제때 발급받지 못하며 방한이 무산됐고 경기가 취소됐다. 경기를 3일 앞둔 시점에 전해진 소식이었다. 협회는 부랴부랴 대체 연습경기를 추진했지만 공식전의 무게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협회로선 사전에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지만 외부요인에서 문제가 터졌다.
내외부에서 어려운 일을 겪은 축구협회는 컨트롤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전한진 협회 사무총장은 “지난 8월 28일부터 ‘학원축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종선 전 회장 파문 이후 전면에 내세운 기관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직후 최인철 감독 사태가 벌어졌다. ‘부조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협회의 약속이 공염불로 돌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