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자들 조국 장관 대한 자사 보도 미진함 비판…MBC·KBS서도 자성의 소리 나와
6일 한겨레신문 6~7년차 이하 주니어 기자 31명은 ‘박용현 편집국장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권력을 향한 한겨레의 칼날이 한없이 무뎌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후보자 검증팀을 꾸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를 밝히는 자리와 이후 현장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성명에 따르면 한겨레 편집국은 5일 출고된 ‘강희철의 법조외전’ 칼럼을 삭제했다. 해당 칼럼은 조 장관을 비판한 내용이었다. 기자들은 “칼럼의 일방적 삭제는 현재 한겨레 편집국이 곪을 대로 곪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인사청문회 검증팀은 문재인 정권 1기 내각 이후 단 한 번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면서 “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잘못된 의혹 제기에 대한 추가 취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겨레 기자들은 “한때, 우리에게 한겨레는 저널리즘과 동의어였다. 우리는 오늘 한겨레의 존재 이유를, 저널리즘의 가치를 함께 잃었다”면서 “어설픈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조국 지키기’에 나서지 말라”고 국장단을 향해 날선 비판을 이어나갔다.
MBC노동조합도 같은날 MBC 노조 공감터 61호에 ‘침묵하는 기자들, 추락하는 MBC’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겨레 기자들의 성명을 MBC는 오늘 질식할 듯한 수치심으로 받아들인다”며 “그 보도마저 부러워했던 MBC 구성원들은 부끄러움과 좌절감에 몸서리친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지명 초기 모든 매체가 비리 의혹을 제기할 때 MBC는 ‘아직 확인된 게 없다’며 이를 홀로 외면해왔다. 그 뒤 채운 리포트는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MBC 내부에서는 반성하고 개선하자는 목소리조차 없다”고 개탄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공영방송인 KBS에서도 나왔다. KBS노동조합은 10일 ‘조국 내로남불 발언 왜 삭제했나’라는 성명을 내고 자사 데스크의 과도한 검열을 비판했다. 내용에 따르면 조국 장관의 의혹을 다룬 KBS1 ‘시사기획 창’ 3일 방영분 제작진 명단에 취재기자들의 이름이 빠졌는데,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과도한 데스킹에 불만을 가진 취재기자들이 이름 기재를 거부한 까닭이다.
KBS 노조는 “당초 조국 후보자의 ‘내로남불 발언’은 12개였는데 7개가 데스크에 의해 삭제됐다. 제작진이 3개의 발췌문을 더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데스크는 구성상의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하고 2개만 추가해 최종적으로 12개 중 7개만 올라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데스크가 나서서 취재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프로그램 취지를 훼손한 이번 사건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양승동 사장과 보도본부장은 ‘시사기획 창’ 조국 관련 발췌문 삭제의 전말과 이유를 반드시 밝히고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