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외치며 범보수 세력 총집결…서초동 촛불과 세 대결로 번져
10월 3일 오후 광화문 일대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정당, 보수 단체가 일제히 현 정권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박은숙 기자
10월 3일 오후 경찰은 광화문에서 서울시청을 지나 서울역 4번 출구에 이르는 2.1km 구간의 차량을 통제했다. 대신 이곳은 태극기를 들고 나온 시민들로 가득 찼다. 자유한국당이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한 ‘문재인 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엔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통령이 조국에게 검찰개혁을 하라 하면서 인사권을 행사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조국은 당장 교도소에 가야 할 사람이다. 조국을 구속하라”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초동 촛불집회’를 겨냥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번(9월 28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 시위를 보았나. 그 좁은 골목에 200만 명이 들어찰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광화문 거리는 서초동 대검찰청 거리보다 훨씬 넓다. 그들(서초동 촛불집회 참석자)이 200만 명이라면, 오늘 우리는 2000만 명이 왔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헌정유린 타도 및 위선자 법무부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가 교보빌딩 앞에서 개최한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엔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홍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국민탄핵 결정문’을 낭독했다.
홍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은 헌법 3조와 내란죄, 외환유치죄, 여적죄를 위반해 국헌을 문란하게 했다. 여기다 베네수엘라 좌파독재를 추종하는 반자유시장 정책으로 민생파탄죄, ‘좌파 우선 분할 통치’로 국민분열죄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라 좌파 집단의 우두머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집회 참석 인원을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투쟁본부와 우리공화당은 각각 200만 명, 20만 명으로 집회 참석 추산 인원을 발표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10월 3일 오후의 광화문. 사진=연합뉴스
“10월 3일 집회를 크게 한다고 해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젊은이들은 집회나 데모를 잘 하지 않는다. 뭉치는 경우가 적다. 그런데 좌파정권은 조직과 선동에 특화돼 있다. 이런 부분이 진보 세력이 선거에서 이기고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하는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
한 60대 여성은 자신을 “이런 곳에 모이라 하면, 잘 안 나가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에는 거리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자식을 교육해 본 엄마의 입장으로 말이다. ‘딸 입시 의혹’ 등 거짓으로 일관된 인물을 대한민국 법조계 수장으로 앉힌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이게 민심이다. 나는 60대다. 살 만큼 살았다. 다만 우리 자식이나 손주 세대가 더 좋은 나라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회에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외에 집회에서 만난 이들은 대부분 “자발적인 집회 참석”과 “평소엔 집회에 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선 장외투쟁에 동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집회를 “침묵하는 보수가 드디어 폭발한 것”이라면서 “국민들의 거대한 분노가 유감없이 표출됐다. 흩어져 있던 보수 단체들이 하나로 뭉쳤다”고 평했다. 박 의원은 “오늘 집회에 참석한 국민이 내린 지상 명령을 문재인 정부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도 “많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여당에선 쓴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0월 3일 오전 서면 논평을 통해 “국민이 하나 돼야 할 개천절, 광화문 광장이 예고하고 있는 분열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제18호 태풍 ‘미탁’이 10월 2일 밤 영남 지역에 큰 피해를 남겼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유한국당은 죄다 광화문으로 몰려간다고 한다. 오늘은 정치 선동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