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증거수집·수회 걸친 조사·건강 등 이유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동생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새벽 기각됐다. 사진은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가 운영해온 웅동학원의 ‘위장 소송’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조씨가 9월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조씨에 대한 구속수사 필요성을 심리한 뒤, 9일 새벽 2시 20분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배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미 이뤄진 점 △배임수재 부분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 조사 등 수사 경과와 피의자 건강, 범죄 전력을 참착한 결과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이번 결정은 조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하면서 법원이 서면 심사를 진행하며 이뤄졌다. 조씨는 구속심사를 하루 앞둔 7일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게 됐다는 이유로 당초 오전 8일 예정된 영장심사 기일을 변경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의사 출신 검사와 수사관을 통해 조씨 건강 상태를 점검한 결과 구속심사 진행에 문제없다고 판단해, 8일 오전 조씨에게 구인영장을 집행, 서울중앙지법으로 압송했다. 조씨는 법원에 도착하기 전 심문 포기서를 제출한 뒤 서면으로 심사를 받았다.
웅동학원 사무국장 역할을 해온 조씨는 학교 공사 대금과 관련한 허위 소송을 벌여 웅동학원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웅동학원은 1996년 웅동중학교 신축 공사를 발주했고, 조씨가 대표로 있던 고려시티개발이 공사에 참여했다. 이후 웅동학원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고려시티개발에 공사대금 16억 원을 주지 않았다. 이후 조씨와 전처 조모씨는 2006년과 2017년 웅동학원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내 52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지연 이자가 불어 현재 공사대금 채권은 1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웅동학원은 당시 두 차례 소송에서 무변론으로 패소했으며, 첫 소송에서는 조씨가 웅동학원 사무국장이었다. 이로 인해 조 장관 가족이 웅동학원 자산을 조씨에게 넘기기 위해 허위 소송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웅동학원은 조 장관 부친인 고 조변현 씨에 이어 모친 박정숙 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경남지역 학교법인이다.
조씨는 웅동학원 교사 채용 대가로 지원자 2명의 부모들로부터 1억 원씩 총 2억 원의 돈을 건네받았으며, 허위소송과 채용비리 관련 증거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원자 부모들에게서 받은 뒷돈을 조씨에게 전달하고 수고비를 받은 또 다른 조모씨와 박모씨는 이미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조씨의 구속영장 기각에 반발하며 영장 재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의 중대성, 핵심혐의를 인정하고 영장심문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등 입증의 정도, 종범 2명이 이미 금품수수만으로 구속된 점,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행한 점 등에 비춰 구속영장 기각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