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 번 할까요’ 이정현 “어릴 적부터 팬이었다는 남편, ‘이 사람이다’ 싶었죠”

배우, 그리고 ‘온라인 탑골공원’ 여신으로 인기몰이… 첫 로맨틱 코미디 도전 눈길

[일요신문] ‘사랑스러움’이라는 단어를 사람의 형태로 빚으면 이 배우 같지 않을까. 왜 요즘 사람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을 보면 “아파트를 부수고 싶다”라고 말하는지, 이 배우를 직접 만나보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996년 강렬한 데뷔 후 23년간 달려온 만능 엔터테이너 이정현(39)과 만남에는 사랑스러움이 충만해 있었다. 
 

영화 ‘두 번 할까요’의 주연배우 이정현. 사진=KTH 제공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현은 첫 로맨틱 코미디 주연으로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덕인지 이정현에게는 이제까지 강하고 깊은 인상을 주는 역할만 왔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연기 인생 최초로 로맨틱 코미디의 시나리오가 들어왔으니 설렘이 식지 않을 만도 했다. 

“저 진짜 로맨틱 코미디 해보자는 말씀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다 어둡고 힘든 역할만 주시더라고요(웃음). 이번에 ‘두 번 할까요’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는 ‘제발, 제발 내용이 재미있기를’ 하면서 기도까지 했다니까요. 그런데 읽자마자 무척 재미있어서 시나리오 받고 한 시간 정도 지났나, 그때 바로 회사에 연락했어요. 이 영화 하겠다고.”

17일 개봉하는 영화 ‘두 번 할까요’는 극심한 성격 차이로 헤어진 선영(이정현 분)과 현우(권상우 분) 사이에 현우의 동창 상철(이종혁 분)이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희한한 삼각관계’를 담았다. 극중 이정현이 맡은 선영은 사랑스럽고 어딘지 모르게 지켜주고 싶은 4차원 감성을 지녔지만, 강한 자존심 때문에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돌싱녀’다. 

이정현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와 연기 톤 덕에 극중 선영도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스크린을 채웠다. 그런데 이 ‘애교’에 대해 이정현과 선영의 생각은 좀 다른 듯했다. 이정현은 “제가 선영이처럼 애교가 넘치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쳐 보였다. 

“제가 실생활에서도 (선영이처럼) 애교를 많이 부리거나 그러지는 않아요(웃음). 감독님께서는 제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약간 밝으면서도 4차원적인 이미지로 연기한 것을 보고 캐스팅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선영이를 연기하면서도 감정 기복이 심하고, 4차원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 톤으로 연기 중심을 잡았던 것 같아요. 일단은 코미디 장르니까 대중을 웃기는 데 충실하자고 생각해서 톤을 조금 높게 잡은 거죠.”

이정현의 상대역으로는 이미 코미디 장르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권상우가 말 그대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그와 함께 ‘환장의 삼각관계’를 보여준 이종혁 역시 이 두 남녀에 밀리지 않는 아우라를 뽐냈다. 두 사람 모두 이정현과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는 첫 합을 맞췄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을 찾자면, 둘 모두 자식 바보에 애처가라는 점이라고 했다. 

배우 이정현. 사진=KTH제공

“현장에서 두 분을 보면서 정말 결혼이 너무 하고 싶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이쪽 세계(연예계)에 있다 보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잘 없어서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두 분 보면서 너무 부러웠어요. 맨날 애기랑 공원 놀러가고 그 사진을 톡 채팅방에 올려서 약 올리고(웃음). 두 분이 또 와이프 분들께 확 잡혀서 살거든요. 애기 보는 데도 충성하고. 그런 모습 보고 있으면 아 와이프 분들 너무 행복하겠다, 싶었어요. 이 두 분들이 제게 연애와 결혼의 촉진제로 역할을 많이 해줬던 것 같아요.”

이정현이 ‘두 번 할까요’를 찍을 때는 열애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세 살 연하의 대학병원 의사와 아름다운 결실을 맺음을 알렸던 그의 결혼 소식을 두고 “이정현의 남편은 누굴까”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는 이정현의 ‘연예계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는 후문이다. 

“결혼 발표하기 전에 친한 친구들에게는 다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랬더니 ‘언니, 데리고 나와 봐! 우리 검증을 거쳐야 해!’ 하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신랑이랑 몇 번 같이 봤어요. 친구들이 다 너무 좋다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같이 작업한 배우들한테도 먼저 알리는 게 예의인 거 같아서 전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권상우 오빠가 진짜 놀라더라고요. ‘너 그래서 (뒤풀이 안하고) 일찍 들어갔구나’ 하는데 그건 진짜 신랑 때문 아니고요. 우리 강아지 때문이었는데 오해한 거예요. 종혁 오빠는 워낙 항상 똑같은 분이라서 소식 알리니까 ‘어어 그래, 축하한다’고만 했어요(웃음).”

이정현의 남편은 그의 오랜 팬이라고 했다. 첫 소개팅 자리에서 덜덜 떨며 “어렸을 때부터 팬이었다”는 남편을 보고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이정현의 이야기다. 

“친한 언니가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면서 제게 소개를 시켜줬어요. 첫 만남 자리에서 봤는데 너무 떨고 있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제 팬이었다면서요. 나를 이렇게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너무 고마웠는데 한두 번 더 만나보고 나니까 ‘아,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랑이 정말 너무 착해요. 저랑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한 번은 제가 술을 잔뜩 먹여 봤거든요. 그래도 평소랑 똑같더라고요(웃음). 아버님도 정말 과묵하신 분인데 알고 보니 제 팬이셨대요. 제 시디를 다 가지고 계시고 아버님의 오래된 아이팟에 이정현 1집부터 다 들어가 있는 걸 봤어요(웃음). 이렇게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게 정말 너무 감사하죠.”

배우 이정현. 사진=KTH제공

배우로서 이정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요즘 한참 유튜브에서 뜨고 있는 이른바 ‘온라인 탑골공원’, ‘탑골가요’로 가수 이정현의 면모도 다시 한 번 급부상하고 있다. 1990년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음악방송 프로그램을 각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방송해주는 것이 대중의 엄청난 호응을 받은 덕이다. ‘탑골가요 여신’으로 꼽히는, 가수로서 이정현의 무대를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제가 가수 때 이미지가 강했나 봐요, 저를 참 강한 인상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은 오해예요. 원래 모습은 전혀 안 그렇거든요(웃음). 가수 활동을 안 하다 보니 은퇴한 거 아니냐고도 하시는데 그냥 나올 기회가 없어서 못 나오는 거예요(웃음). 사실은 요즘 (탑골가요 때문에) 저한테 너무 기대를 많이 하실까봐 못 나오는 것도 있는데… 그래도 다양하게 많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그의 말대로, 이정현은 이미 ‘두 번 할까요’ 이후에도 두 작품을 더 준비하고 있다. 공전의 히트작 ‘부산행’의 정식 속편으로 강동원과 합을 맞춘 ‘반도’도 기대작 가운데 하나다. 더욱이 이제까지 영화판에서 틀에 박힌 여성 캐릭터보다 좀 더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만큼 그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에는 예전보다 여성 캐릭터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있더라고요. 옛날엔 진짜 없었거든요. 시나리오가 들어와서 보면 여자 역할은 있으나 마나한, 그런 것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꽤 한몫 하더라고요. 이런 영화들이 더 잘 돼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옛날엔 여배우들끼리 모이면 ‘시나리오 너무 없지?’ 이런 이야기 많이 했는데 지금은 변하고 있으니까요.”

김태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