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원 전 의원은 서울 서대문 을구에서 12~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96년 간암선고를 받고 이듬해인 97년 10월26일 미국으로 떠났다. DJ가 대통령이 되기 직전에 떠난 것. 그리고 그는 올 초까지 한 번도 귀국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월 김상현 의원의 자제 결혼식에 참석하는 한편 그가 국내에 없는 동안 그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각종 고소고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입국했다.
그는 특경법 위반이나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등 자신을 둘러싼 혐의가 대부분 DJ와 갈라섰던 자신에게 내려진 ‘정치적 보복’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혐의에 대해 무혐의 판결을 받아냈다. 그리고 3월 미국으로 갔다가 5월에 다시 들어와 본격적인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 다소 충격적인 그의 얘기는 아직 일방적인 주장이라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가 DJ 측근으로 수십 년 간 활동했던 만큼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진로 가문과 어떻게 알게 됐나.
▲장진호 회장의 부친인 장학엽씨는 예전부터 잘 알던 사이다. 우신고를 설립할 때도 내가 도와줬다. 당시 나는 80년부터 동아대학교 재단에서 이사를 지내는 등 학원 사업에 관여하고 있었다.
―주식매집에 들어간 돈이 4백억원이라는 데 어디서 난 돈인가.
▲나는 돈이 제법 있었다. 내가 젊었을 때 상아탑학원을 차려 돈을 좀 벌었다. 33세 때 개인으론 전국 은행 예금고 1등에 오르기도 했다.
―왜 이제와서 주식을 찾겠다고 나섰나.
▲내가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주식 반환 청구소송을 낸 것은 지난 1월22일이었다.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내가 그동안 건강이 나빠 국내에 들어올 수 없었기 때문에 소송을 내지 못했던 것뿐이다.
국내 법원에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을 낸 것은 진로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대주주인 장 회장의 주식이 소각되는데, 소각되기 전에 주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 주식은 장 회장 주식이 아니다. 장 회장이 내 주식을 가져가서 돈을 주지 않았으므로 내 주식이다. 때문에 법정관리인을 고소했다. 나와 장진호 회장 간에 소송이 끝나기 전에 채권단이 주식을 소각하거나 진로의 매각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
―소송을 통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다른 것은 없다. 채권단이, 법원이 나를 진로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주면 된다. 그 이외의 것은 바라는 게 없다. 나는 이미 아시아 최대의 맥주업체인 필리핀 산미구엘사로부터도 진로 인수 작업에 돈을 대겠다는 문서를 받아놨다. 산미구엘은 진로의 소주망을 타고 국내에 맥주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산미구엘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충분히 진로를 정상화할 수 있다. 또 JP모건이나 AIG에서도 이 프로젝트에 돈을 대겠다고 제의해 왔다. 자금은 충분하다.
―장진호 회장은 왜 돈을 안갚은 것인가.
▲장 회장은 내가 간암에 걸려서 미국으로 간 뒤 아마 돌아오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내가 미국에 나가 있는 동안 내 주변의 사람 13명이 구속됐다.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DJ쪽에서 부모 산소까지 뒤집었다. 하지만 나는 병도 치료하고 이렇게 살아 돌아왔다. 내가 사경을 헤맬 때 DJ쪽에서 나에게 보복한 것이다. 이제 DJ도 물러나고 내 병도 치료하고 그래서 내 재산 찾겠다고 온 것이다.
―진로 경영권 분쟁에 정학모씨가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학모는 해남 출신으로 권노갑 전 의원과 김홍일 의원이 어디라도 넣어달라기에 진로에 취직시켜준 것이다. 진로 경영권 분쟁 와중에 들어간 게 아니라 경영권 분쟁이 끝난 다음에 들어갔다.
―DJ 정치자금에 대한 검찰 마무리 수사 결과를 보면 임 전 의원이 장진호 회장에게서 5억원을 받아 DJ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왔는데.
▲(웃으며) 그건 내가 없을 때 검찰에서 알아서 한 것이다. 내가 심부름한 게 아니다. 그 건은 정학모씨가 장진호 회장과 진행한 일이다. 나와는 상관없다.
―DJ와의 인연은.
▲71년 DJ와 처음으로 만났다. 단일 후보 문제로 이희호씨 친정이 있던 필동집에서 연행돼 구금된 것을 시작으로 모두 아홉 번 연행됐다. 80년 DJ가 망명할 때, 85년 4월 귀국할 때도 늘 같이 있었다. 국회에서는 3대 동안 내리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일했다. 내가 그래서 DJ의 돈문제는 좀 안다. 내가 DJ와 돈문제를 다룰 때는 다른 사람은 다 물리치고 나와 DJ 단 둘이서 했다.
―김홍일 의원과의 관계는.
▲DJ가 국내에 없을 때 김홍일 의원이 신촌 로터리에서 벽제갈비라는 음식점을 하고 있었다. 어느날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큰일이 났다고. 가보니 김홍일 의원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내용을 알아보니 그 음식점을 3천만원에 두 번 판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두말 않고 은행에서 3천만원을 찾아 매입자 중 한쪽을 불러 돈을 주고 풀어줬다. 그때 박카스 상자에 돈을 가득 채우면 3천만원이 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연청 자금 얘기를 했는데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니면 저쪽에서 가만 두겠나.
▲내가 바보인가. 다 경호원 붙이고 다닌다.연청 회장 출신인 정균환은 김상현에게 내가 추천한 것이고, 이신범은 미국 국무성 인권문제연구소에 소개해줘 일하게 했다. 정동채도 그곳에서 경리로 일했고, 설훈이나 남궁진도 다 내 소개로 그곳에서 일했다. 이들 중 일부는 내가 지난 번 귀국했을 때 밤에 찾아와 가만히 계시라고 했다.
과거 DJ와 가까웠던 ‘재야 명사’들도 나를 찾아왔다. DJ문제를 더 이상 떠들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DJ는 내가 없는 동안 나를 죽이려 했다. 과거 그들이 다 나의 도움을 받은 만큼 그들이 나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당할 나도 아니다.
그는 정치자금과 관련해 과거 평민당이 DJ정부 시절에 망한 신동아그룹이나 대우그룹, 롯데그룹 등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이 DJ 시절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YS 시절 제2 롯데월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롯데는 YS의 친인척을 회사 고위직 임원으로 영입했다. DJ 시절 다시 문제가 불거지자 롯데에선 급하게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를 초청해 DJ와의 면담을 주선했다. 물론 그 자리에는 신격호 전 회장도 동석했다는 것. 이후 롯데는 DJ시절을 무난하게 넘겼다.
임 전 의원은 영등포 역사상가 분양사건 때 문제가 됐던 권노갑 전 의원의 롯데 영등포점 돈가스집도 자신이 신 회장에게 소개해 마련해 준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의 이런 비화에서 슬쩍 슬쩍 드러나는 얘기가 사실일 경우 그는 판도라의 상자를 끼고 앉아있는 셈이다. 그는 그 점 때문에 DJ가 자신을 정치적으로 ‘사망’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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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6.05.09 12: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