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 손사래 아직은 잠잠…조국 사태로 여야 접전 속 공천경쟁 가능성
정치권에 총선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연예계 총선 풍향계는 사실상 멈춰 있다. 그나마 올 6월 자유한국당 인재 영입 명단으로 인해 풍향계가 잠시 빠르게 돌았다. 외식사업가 백종원,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공유서비스업체 쏘카 이재웅 대표를 비롯해 박찬호, 김연아, 선동열 등 스포츠 스타들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그런데 이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자유한국당 인재영입위에서 2000여 명의 인재 데이터베이스(DB) 가운데 추스른 1차 영입대상 164명에 이들이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그리고 거론된 유명인들이 하나같이 총선 출마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는 백종원이다. 그렇지만 백종원 역시 방송을 통해 “정치에 1도 관심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행여 백종원이 출마한다면 예상 지역구는 충남 홍성‧예산이다. 그런데 이 지역구에서 자주 거론되는 연예인은 한 명 더 있다. 바로 영화배우 정준호다. 백종원과 정준호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뜨거운 대결을 벌일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정준호 역시 총선 출마 가능성이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준호와 가까운 한 연예관계자는 “정준호 씨는 워낙 사람 관리를 잘해 인맥이 탄탄하다. 그런 모습이 정치권 진출 준비로 비치곤 한다”면서 “그렇지만 요즘 정준호 씨는 사업에 더 매진하고 있다. 인맥 역시 정치가 아닌 사업을 위한 것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사실 가까이에서 보면 어떤 목적을 두고 사람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성품 자체가 그렇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대표적인 폴리테이너는 김을동 전 의원이다. 그는 20대 총선에도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정계 은퇴를 한 것으로 보고 있어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대 총선에선 김을동과 함께 그의 아들 송일국도 출마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그렇지만 총선을 4개월여 앞둔 2016년 1월 KBS 사극 ‘장영실’ 출연으로 출마설을 일축했다.
제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참석 당시의 김을동 전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그런데 송일국은 ‘장영실’ 종영 이후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항간에선 김을동 정계은퇴 이후 송일국이 총선 준비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그렇지만 송일국은 그동안 어떻게 지낸 것일까. ‘장영실’ 종영 이후 휴식기에 돌입한 송일국은 1년가량 아내 정승연 판사의 해외연수에 동행해 프랑스에서 지내 공백기가 다소 길었다. 2년여의 공백을 깨고 2019년 2월 연기 활동을 재개했지만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연극이라 대중 노출은 다소 적었다. 현재는 차기작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16대 총선 공천 탈락, 17대, 20대 총선 낙선, 그리고 2016년 지방선거 낙선 등 정치 4수생인 이만기도 21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는다. 올해 8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이만기는 “정치도 중독이다”며 “절대 정치는 다시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상원. 사진=연합뉴스
연예관계자들은 연예인들이 더 이상 정치권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개인적으로 정치권 진출에 열망을 갖는 이들은 물론 있겠지만 지금까지 폴리테이너의 길을 걸은 연예인들이 어렵게 국회에 들어가고도 원래 품었던 뜻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배우는 “정치권에 생각이 있는 연예인들이 이미 그런 경험이 있는 선배 연예인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곤 하는데 정치권에 발을 디뎠던 연예인들 대다수가 말린다”면서 “정치권에서 영입 제안을 할 만큼 유명세를 가진 중견 연예인들은 연예계에서도 할 일이 많고 사업이나 다른 쪽으로 갈 수도 있어 괜한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조국 사태로 정치권의 손짓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원로 연예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무래도 꼭 이겨야 하는 상황이 조성돼야 유명세가 확보된 연예인들에 대한 정치권의 수요가 늘어난다. 이제 여야 모두 절박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로 총선이 박빙 구도가 조성된 만큼 불리한 지역구에 연예인 등 유명인을 전략공천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질 수 있다. 벌써 이렇게 저렇게 정치권에서 연예계에 아는 선을 동원해 영입 물밑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