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감금 됐거나 위장결혼 했거나 성전환자일 수도…성매수남 몰래 성관계 동영상 판매 사례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테이큰’. 이 영화는 파리로 배낭여행을 떠난 딸이 동유럽 인신매매조직에 납치를 당하자 아버지가 직접 유럽으로 떠나 직접 딸을 구하고 인신매매 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리암 니슨(아버지 브라이언 역할)이 전직 특수요원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그러기에 첩보극 비슷하게 영화가 진행됐고 결국 홀로 인신매매조직을 소탕할 수 있었다. 여성을 납치해 성매매를 시키는 인신매매조직의 존재는 영화적 설정이 아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영화 ‘테이큰’ 홍보 스틸 컷
지난 8월 30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특수감금과 부녀매매, 성매매알선 혐의로 일당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K팝 인기가 높은 브라질 여성들을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시켜주겠다고 속여 국내로 유인한 뒤 성매매 업소에 팔아넘겼다.
이들은 7월 초 SNS를 통해 7명의 브라질 여성에게 “한국에서 가수나 모델 등 연예인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7월 중순 한국으로 오도록 만들었다. 왕복항공권까지 제공했다. 그렇지만 입국과 동시에 여권을 빼앗아 파주의 한 숙소에 감금했다. 그리곤 1인당 200만 원에 성매매 업소로 넘겼다. 다행히 브라질 여성들이 감시가 소홀할 때 도망쳐 브라질 대사관에 연락을 취하면서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구하게 됐다.
배경이 유럽에서 한국으로 바뀌었을 뿐 영화 ‘테이큰’과 유사한 사건이다. 누군가 별 생각 없이 이들과 성매매를 했다면 영화 ‘테이큰’에서 성매수를 하는 악역과 같은 입장이 된다. 물론 피해 여성의 아버지 가운데 실제로 전직 특수요원이 있어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자신이 영화 ‘테이큰’ 속 악역과 같은 상황임을 알면서 성매매를 할 남성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화제가 됐던 태국 여성의 ‘종이쪽지 신고’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7년 5월 16일 새벽 한 태국인 여성이 부산의 한 상점 직원에게 손바닥만 한 종이쪽지를 건넸다. 감시자와 함께 생필품을 사러 갔다가 몰래 쪽지를 건넨 것이었다. 어설픈 한국어와 영어, 태국어 등으로 적혀 있는 쪽지의 내용은 “4층에 잡혀 있는 태국인이다. 도와달라”였다. 이틀 뒤에는 SNS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렸다. 폐업한 철학관에서 불법 마사지와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성매매 업주와 브로커 등을 검거하고 태국인 여성 5명과 한국인 여성 1명 등을 구했다. 브로커가 한국의 마사지 업소에 취업시켜 준다며 태국 여성들을 관광비자로 입국시킨 뒤 성매매 업소에 수수료를 받고 넘긴 사건이었다.
2017년 5월 16일 새벽 한 태국인 여성이 부산의 한 상점에 손바닥만 한 종이쪽지를 건넸다. 어설픈 한국어와 영어, 태국어 등으로 적혀 있는 쪽지의 내용은 “4층에 잡혀 있는 태국인이다. 도와달라”였다. SBS 뉴스 화면 캡처.
당연히 성매수 남성들도 검거됐다. 당시 경찰은 53명의 남성을 성매수 혐의로 입건했으며 성매매 업주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바탕으로 수사망을 넓혀나갔다. 굳이 전직 특수요원인 피해 여성의 아버지가 한국에 오지 않을지라도 대한민국 경찰이 외국인 불법 성매매 근절을 위해 애쓰고 있다.
외국인 성매매 일당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된 것은 2009년 ‘미팅방’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 여성을 고용해 관광호텔에서 소위 미팅방을 운영하며 불법 성매매를 알선해온 일당이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에 적발된 것.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호텔 업주와 성매매 외국인 여성 15명, 성매수 남성 4명 등이 검거됐다.
이후 경찰 단속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난 8월에는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서 외국인 성매매 일당을 검거했다.
2017년에는 대구 동부경찰서가 오피스텔을 빌려 불법체류 외국인 여성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과 성매수 남성들을 검거했으며 올해 초에는 울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외국인 성매매 영업을 한 일당이 검거됐다. 이처럼 경찰의 단속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경찰이 적발한 외국인 성매매 종사자는 무려 1182명. 2017년보다 24%나 늘었다.
불법 외국인 성매매는 국제 망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태국 수사 당국이 자국 여성들에게 한국 마사지사 취업을 주의하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 태국 법무부 산하 특별조사국 관계자가 “한국에서 마사지사로 일하는 것은 불법이다. SNS를 이용해 태국 여성을 꾀어내는 범죄자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태국 현지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특별조사국은 마사지사로 취업을 하게 될 줄 알고 한국에 갔다가 여권을 빼앗긴 뒤 24시간 감시를 당하며 성매매를 강요당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앞서 언급한 ‘2017년 종이쪽지 신고 사건’ 외에도 수차례 유사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해 태국과 한국이 공조 수사가 한창 벌이는 가운데 이런 보도가 나왔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위험성도 있다. 지난 8월 30일에는 전남 광양의 마사지업소에서 일하던 40대 외국인 여성이 에이즈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동남아시아인인 이 여성은 급성 폐렴 증세로 순천의 한 병원에 입원했는데 이 과정에서 병원 측에 자신이 에이즈 양성임을 밝혔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과거 행적 파악에 나선 보건당국은 그가 일하던 마사지 업소가 불법 성매매를 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비슷한 사건은 지난 4월에도 있었다. 3월 말 급격히 몸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 입원한 동남아 출신의 불법체류 여성이 4월 초 병원에서 에이즈 확진 판정을 받고 며칠 뒤 사망한 것. 2017년에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낸 이 여성은 포항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다 사망했다. 포항에 오기 전 울산에서 지낸 사실을 확인한 보건당국은 탐문을 통해 이 여성의 행적 확인에 돌입했다. 부산에서도 지냈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포항과 울산 이외의 지역에서도 체류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망 직전까지 일했던 마사지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명확치 않다. 해당 마사지 업소는 불법 성매매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업주 몰래 고객과 마사지사가 불법 성매매를 했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일은 한국인 여성과의 불법 성매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외국인 성매매라고 에이즈 감염의 우려가 더 높은 것은 아니다. 다만 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성매매에는 에이즈의 위험이 늘 존재한다.
일요신문DB.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최근 한국에서도 난민 수용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호기심으로 불법 외국인 성매매를 했는데 그 상대가 난민일 수도 있다. 지난 4월 인천지검 외사부는 SNS를 통해 국내에 장기간 머물며 불법 취업을 하려는 외국인을 모집해 허위 난민신청을 대행해 준 브로커들을 대거 적발했다. 변호사 등 13명을 구속 기소하고 행정사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난민신청을 악용한 불법 성매매 일당도 있었다. 카자흐스탄 현지 노래방 등에서 외모가 뛰어난 여성들을 선별한 뒤 무비자로 국내에 입국시킨 뒤 허위 난민신청을 통해 장기간 국내에 체류하며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하게 한 것. 결국 총책을 비롯한 9명의 일당이 검거됐다. 난민신청을 통해 발급받은 인도적 체류 허가 비자(G-1)를 성매매를 위해 악용한 것이다.
성매매 외국인이 누군가의 아내일 수도 있다. 지난 2010년에는 경기지방경찰청 외사범죄수사대가 베트남 여성 등에게 사례금을 받고 위장결혼을 알선한 브로커 2명과 위장결혼자 13명 등 15명을 검거했다. 브로커에게 1500여만 원을 주고 한국인과 위장결혼을 한 이들 가운데에는 티켓다방 종업원으로 일하며 성매매를 한 중국인 여성 등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가 하면 성매매를 위해 들어온 여성이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일 수도 있다. 지난 2016년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는 관광객으로 입국해 성전환자임을 숨기고 불법 성매매를 한 태국인들을 검거했다. 이들은 10차례 이상 관광비자로 한국을 방문해 서울과 제주 등에서 불법 성매매를 했다. 성매수 남성들도 검거됐는데 그들은 상대가 성전환자였음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성매수 남성들의 충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태국인 성전환자들이 성매수 남성들 몰래 휴대폰으로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뒤 온라인에서 판매했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지난 5월에도 경기도 시흥의 한 오피스텔에서 불법 외국인 성매매 일당이 검거됐는데 여기서 일하던 이들은 태국인 성전환자들이었다.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성매매에 나선 외국인 여성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권을 빼앗기고 감금당한 채 성노예와 비슷한 삶을 사는 이들이다. 지난 2016년에 제주지방경찰청이 중국인 여성 10여 명을 대상으로 수백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을 검거했다. 성매매를 거부하며 숙소를 이탈한 중국인 여성을 “바다에 던져 버리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국 성매수 남성이 만난 외국인 여성이 바로 하루 전 바다에 빠져 죽을 위기를 넘기고 다시 성매매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사정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흔한 예는 아니지만 죽을 수도 있다. 지난 2016년 광주 서부경찰서는 외국인 여성을 고용해 성매매를 시킨 일당이 긴급 체포됐다. 이들은 광주 서구 치평동에 오피스텔 7채를 임대한 뒤 30∼60일가량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국적 여성들을 단기간 고용하는 방식으로 불법 성매매를 해왔다. 그런데 이들이 검거된 건 오피스텔을 찾은 남성이 돌연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