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표대결과 법원 가처분소송 한 번씩 주고받아…4남매 지분 싸움과 아워홈 상장 따라 경영권 향방 갈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
장자가 아닌 아들도 후계로 삼고 딸에게도 몫을 떼어주는 삼성가, 장자 중심으로 아들에게만 사업을 물려주는 LG가의 가풍 가운데 어떤 쪽이 아워홈에 자리 잡을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1930~)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1925~)의 동생이다. 부인인 이숙희 씨(1935~)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둘째 딸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942~)의 누나다. 이숙희 씨는 지난 2014년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함께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부친 고 이병철 창업주 차명주식 배분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구자학 회장 슬하에는 장남 구본성 부회장(1957~)과 아래로 미현(1960~), 명진(1964~), 지은(1967~) 세 딸이 있다.
구자학 회장은 2000년 LG가에서 독립할 때 ‘먹거리’ 부분을 받았다. 이때 나이가 이미 70세였다. 이에 아워홈을 설립부터 네 자녀에게 지분을 나눠줬다. 큰아들 40%, 딸 셋이 각각 20%씩이다. LG유통에서 음식서비스사업을 양수해 전문식당, 식재영업, 단체급식사업을 영위해 왔다. 2001년 일식 돈가스 ‘사보텐’ 등 프랜차이즈사업, 2002년 삼각김밥 등 패스트푸드를 시작으로 면, 두부, 빵, 소스 등 식품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9900억 원에 자기자본 6400억 원, 매출 1조 6700억 원과 세전이익 621억 원 규모다.
2015년까지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 경영에 깊숙이 참여한 반면, 구본성 부회장은 회사에 적조차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듬해 구 대표가 캘리스코로 밀려나고, 구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한다. 캘리스코는 2009년 아워홈의 외식사업인 ‘사보텐’ 사업부문을 떼어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347억 원, 자기자본 149억 원, 매출 897억 원, 세전손실 4900만 원 규모다.
구지은 대표는 2016년 임시주총을 열어 구본성 부회장과 표대결까지 벌였지만 패했다. 구 대표는 둘째 언니 구명진 씨와 손을 잡았지만, 첫째 언니 구미현 씨가 오빠인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 현재 아워홈 지분구조는 구본성 부회장이 38.56%, 구미현 씨 19.28%, 구명진 씨 19.6%, 구지은 대표 20.67%다.
구 부회장 이름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투자했던 선박펀드에서 크게 손실을 보면서다. 그 밖에는 알려진 행보가 거의 없다. 삼성 창업주의 외손자이자, LG 창업주의 손자답게 구 부회장의 이력은 꽤 화려하다. 체이스맨해튼은행과 LG전자 뉴욕 미주법인, 삼성물산 국제금융팀장과 삼성카드 전략기획실 임원을 역임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원도 거쳤다.
구 부회장은 회사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아내 심윤보 씨와 아들 구재모 씨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다. 재모 씨는 구 부회장의 유일한 아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자학 회장이 오랜 기간 구지은 대표를 경영에 참여시켰지만 결국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뜻은 아니었던 셈”이라며 “구 부회장에 60대의 나이에도 회사를 맡긴 것은 결국 집안의 대를 이을 유일한 손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서울 강남구의 아워홈이 입주해있는 메리츠빌딩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외형적으로 구 대표가 열세지만 변수가 존재한다. 구 대표와 손을 잡은 언니 명진 씨다. 이번 사태가 구 부회장과 구 대표를 넘어 네 남매 간 대결인 이유다. 명진 씨의 남편은 한진가 4남인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다. 메리츠증권은 미래에셋대우,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업계 4강이다. 메리츠손해보험은 업계 최고 실적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구 대표 측이 미현 씨 지분을 가져올 수 있다면 지분 과반을 확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 미현 씨 남편은 한양대 의대 교수로 알려졌다. 미현 씨 보유 지분을 웃돈을 주고 매입하거나, 추후 구 대표가 경영권을 확보했을 때 상당한 대가를 제안하는 방식이 가능할 수 있다.
아워홈의 상장 가능성은 또 다른 변수다. 구 부회장이 아들 재모 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세금을 피할 수 없다. 물려줄 지분 규모는 순자산 가치로만 2200억 원이 넘는다. 세액만 1200억 원이다. 6400억 원에 달하는 회사 이익잉여금을 모두 배당 받아, 이를 아들에 현금증여해야만 가능하다.
비상장 회사 기업가치 평가는 사실상 ‘고무줄’이지만 대기업 총수일가의 편법상속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는 추세다. 비상장 상태에서 상속 시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상장을 하면 합법적으로 다양한 상속 및 증여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동시에 구 대표에게는 공격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
‘아워홈과 닮은꼴’ 삼성 3남매 경영권 향방 이부진, ‘호텔’ 안고 독립 가능성 아워홈의 4남매 간 갈등은 외사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3남매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물론 아워홈과 달리 삼성은 경영권 다툼이 불거지진 않았지만, 향후 남매 간 몫을 나누는 데 있어 어떤 구도가 펼쳐질지 재계의 관심이 높다. 이재용 부회장 3남매는 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17.08%,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5.47%씩이다. 두 자매의 지분을 합해도 오빠에 못 미친다. 하지만 시가로 1조 9000억 원 가까운 가치다. 두 자매의 지분을 제외하면 특수관계인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30% 아래로 떨어진다. 도전은 못해도 견제는 가능한 구도다. 이어 3남매는 삼성SDS에서도 이재용 부회장 9.2%, 두 자매 각각 3.9%씩을 보유 중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보유지분 시가는 1조 1600억 원이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6명의 딸 가운데 큰딸 이인희 씨에겐 한솔그룹을, 다섯째 이명희 씨에겐 조선호텔과 신세계백화점을 물려줬다.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경영까지 일부 맡았다.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그룹 패션부분을 맡았다. 하지만 2014년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경영에서 배제됐고, 이서현 이사장은 아예 모든 경영활동에서 손을 뗐다. 호텔신라 경영권도 최종적으로 이부진 사장에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호텔신라 1, 2대 주주는 삼성생명(7.3%)과 삼성전자(5.1%)다. 모두 이재용 부회장 통제에 있는 회사들이다. 다만 삼성그룹이 보유한 호텔신라 지분율은 17.2%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3조 2000억 원 기준 5500억 원가량이다. 이부진 사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정도로도 매입할 수 있다. 삼성물산 지분까지 동원한다면 이부진 사장은 산술적으로 40% 이상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패션부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이서현 이사장과 달리,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내고 있는 이부진 사장은 향후 호텔부분으로 독립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