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10일, 대구 범어대성당 드망즈홀
(사진=천주교대구대교구 평신도위원회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화이트리스트 맞제외와 지소미아 종료 등 경색된 한·일관계와 경제전(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12년 전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국권회복을 꿈꾼 민족운동가 서상돈의 삶과 정신을 그린 연극 ‘깊은 데로 저어가라’가 내 달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주최하고 대구대교구 평신도위원회와 서울가톨릭연극협회(이하 서가연)가 공동주관하는이번 연극 ‘깊은 데로 저어가라’는 오는 11월 8~10일 3일간 대구 범어대성당 드망즈홀에서 매일 오후 3시와 7시, 6회 공연으로 올려질 예정이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와 매일신문사, 대구평화방송, TBC, 대구일보, 대구신문 등 10여개 언론·기관이 후원하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17일 천주교대구대교구 내 카페에서 제작발표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연극 제작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지난해 12월 서가연이 창작한 김익진의 삶을 기리는 연극 ‘빛으로 나아가다’ 대구공연을 관람하면서 김익진 못지않게 훌륭한 대구지역의 평신도 서상돈의 공적을 언급하면서 이뤄졌다.
서가연은 연극 창작의 뜻을 대구대교구에 전했고, 이동구 대구대교구 평신도위원회 위원장(교구 총회장)도 서상돈 기념공연의 의미를 높이 평가해 공동주관하게 됐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서상돈(아우구스티노)은 1907년 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약 1300만원의 빚을 지게 되자, 김광제와 함께 전 국민이 3달간 담배를 끊어 국채를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하고 전국적인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이후 1911년 대구교구가 한국의 두 번째 교구로 설정됐을 때 자신 소유의 땅 1만여 평을 교구에 기증해 대구대교구 설립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가 기증한 땅이 현재 교구청, 신학교,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 부지의 일부가 돼 있고, 생을 다할 때까지 교회와 성직자를 돕는 데 헌신했다.
연출을 맡은 윤정환 감독은 “작품 제목인 ‘깊은 데로 저어가라’는 루카복음 5장에 예수가 베드로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것이라 했고, 제자 삼기 전에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는 말씀에서 찾았다”면서 “깊은 데로 가려면 한없이 낮은 곳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됐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또 “이번 공연이 자칫 종교적 색채가 강한 성극으로 비춰져 국채보상운동의 역사적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서상돈의 삶을 천주교 신자, 거상(巨商), 국채보상운동 주역, 사회기부 등 여러 방면을 조명했다”면서 “극적 효과와 재미를 더하기 위해 영상을 삽입하고 한 연기자가 다역을 하면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극 ‘깊은 데로 저어가라’ 출연진과 관계자들이 17일 제작발표 및 기자간담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0.17 (사진=일요신문DB)
연극은 서상돈이 보부상으로 출발, 큰 재산을 모은 후 일제의 경제침략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했던 삶과, 순교자의 후손으로, 진실한 교우로 교회에 헌신했던 삶이 어우러져 펼쳐진다.
또 서상돈이 전교하는 것을 본 농부들이 서상돈의 땅을 소작얻기 위해 교회에 입교하는 에피소드, 서상돈의 상여가 나갈 때 대구지역에 거지들이 몰려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슬퍼하는 장면도 펼쳐지면서 재미를 더한다.
이번 연극을 공동주관하는 서울가톨릭연극협회는 현재 한국가톨릭 교구 중 공식 등록한 유일한 연극단체로, 평생 연극에만 종사한 역량있는 전문 연극인 40여명뿐 아니라 대본작가, 연출가, 기획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번 연극에서 대본은 김석만, 연출은 윤정환이 맡았으며, 배우는 서가연에서 출연한다.
연극인 최주봉(대원군 역), 심양홍(고종 역), 구대영(서상돈 청년 역), 유태균(서상돈 장년 역), 남희주(앵무 역) 등이 연기력을 뽐낼 예정이다.
이영구 기획위원장은 “서상돈은 신앙 깊은 집안에서 태어나 집안 어른들의 순교를 지켜보며 평생 뜨거운 신앙을 지키고, 이웃을 보살폈으며, 교회 발전에 주춧돌을 놓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며 “한국 근대사를 겸손과 순명의 자세로 살아온 그의 삶을 추적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에서 삶의 방향을 세우는 데 귀감이 되고자 제작하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번 공연티켓은 2만원 균일이며, 문의는 교구 사목국 평신도담당에게 하면 된다.
한편, 기자간담회 후 서가연 회원들은 (사)국채보상운동 기념사업회 신동학 상임이사를 예방하고 기념관을 둘러봤다.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