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모토라드 C400 GT 시승 그리고 모토캠핑 이벤트 참가
BMW C400 GT와 함께한 가을 투어
모토캠핑이라는 행사명 때문에 취재 요청을 받았을 때에는 캠핑 장비 일체를 챙겨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바이크에 주렁주렁 캠핑 장비를 얹고 묶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지만 취재를 위해서라면 촬영 장비도 있어서 바이크보다는 차량 이동이 수월할 터였다.
교외의 와인딩도 제법 잘 달렸다 [사진 더모토 나경남 기자]
주최 측인 BMW모토라드 강남에 문의했다. 수화기 너머로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이다. 이야기인즉 이번 행사의 취지는 라이더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모험이나 캠핑을 즐기는 여행이 아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인 행사라는 설명이다. 덧붙여 캠프와 장비 일체가 준비된 글램핑이라는 소식에 가벼운 마음으로 바이크에 시동을 걸 수 있었다.
모토캠핑 이벤트 현장의 캠퍼 카라반
- BMW C400 GT를 타고
행사장까지 이동은 왕복 약 160km를 달리는 비교적 근거리 투어다. 이번 이동에는 BMW모토라드의 어반 모빌리티 C400 GT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BMW는 자사 스쿠터 라인업을 어반 모빌리티라고 정의한다. 국어로 바꾸면 도심형 이동 수단으로 해석된다. 조작의 즐거움, 스포츠 성을 강조한 대형 모터사이클을 레저의 영역으로 이해한다면 일상에 친숙하고 조작 편의성이 높은 스쿠터를 왜 이렇게 이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짧고 깊은 코너 보다 크게 도는 와인딩이 더 잘 어울렸다 [사진 더모토 나경남 기자]
C400 GT는 2019년에 국내에 출시된 모델로 외모만 다른 형제인 C400 X와 함께 등장했다. 어반 모빌리티 상위 모델인 C650 Sport와 C650 GT의 아래에 배치되며, 상대적으로 작은 배기량과 크기로 실용성을 높여 어반 모빌리티의 대중화를 꾀한 모델이다.
존재감 있는 얼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래도 개성적인 얼굴이다. 브이(V) 라인으로 각 잡힌 헤드라이트는 당장이고 SF 영화에 등장해도 될 만큼 기괴하다. 하지만 그만큼 각인 효과가 뚜렷해 존재감은 큰 편이다.
시트는 널찍해서 편하고 등받이는 허리를 잘 지탱해준다
C400 X와 비교해 장거리 투어를 고려한 연출이 보인다. 주행풍을 막아줄 큼직한 윈드 스크린과 허리를 받쳐주도록 설계된 시트가 적용되었다. 이게 뭔 대수인가 싶지만 장거리 장시간 여행이라면 체감 폭이 크다.
아코디언 처럼 늘여뜨려서 공간을 확보하는 플렉스 케이스가 적용된다. 주행중에는 사용할 수 없는 구조다.
자리에 앉으면 대형 컬러 TFT 계기반이 라이더를 반긴다. 컬러 TFT 계기반은 최근 대세긴 하지만 대체로 최상위 모델에 적용되는 부품이라 스쿠터를 한 층 더 고급스럽게 보이게 한다. 핸들바 왼쪽 그립에 연출된 다이얼로 조작하며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정보를 띄워 주기도 한다. 내비게이션도 지원하는데 국내에서는 작동되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플렉스 케이스 확장시에 늘어난 모습
초반 토크는 예상보다 묵직했다. 차량 흐름에 앞서 길을 치고 나가기 충분했고 가속하는 과정이 매끈해 고속으로 차량을 밀어붙이는 감각이 나쁘지 않다. 가속의 과정에서 차체가 들썩이는 유닛스윙암 구조의 특징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기는 하는데 리어 서스펜션이 적당히 완충작용을 하며 이질감을 줄여 주었다. 한편, C400 GT는 수랭식 350cc 단기통 엔진을 얹고 7,500rpm에서 34hp의 최대마력을 6000rpm에서 35N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풀컬러 TFT 계기반. 고급스러운 인상이다
굽잇길 주행은 숏 코너보다는 큼직한 와인딩 코스가 잘 맞았다. 슬쩍 차체를 기울이고 시선을 탈출로 쪽으로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선회 동작이 만들어졌다. 라이더가 의도적으로 체중을 움직이며 주행하는 감각보다는 차체가 알아서 움직이게끔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주행할 때 더 좋았다.
코너 주행중 [사진 더모토 나경남 기자]
- 바이크 라이프 가족을 잇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고갯길과 굽잇길이 많아진다. 시선을 저 멀리 두자 작은 계곡 사이로 햇볕이 떨어지며 반짝이는 장면과 산등성이에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이 보인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기온과 냄새가 다르게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어느 마을 어귀에서 코끝을 슬쩍 지나간 감자 삶는 냄새가 무척 아련하다. 이럴 때 모터사이클을 타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여행의 감성이 훨씬 더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무대 행사 현장
행사장을 가리키는 깃발이 보인다. 이미 도착해 자리 잡은 참가자도 있다. 본 행사의 내용은 간단했다.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기. 그렇기에 무대 행사는 최소한으로 준비되었다. 간단한 몸풀기 게임과 행운권 추첨을 끝으로 공식행사는 끝. 이후 시간은 온전히 가족과 연인과 지낼 수 있었다.
야외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속 깊은 대화가 오간다
야외에서 불을 피우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마법 같은 시간이 지난다. 안전하고 즐겁게 바이크 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을 가족과 공유하고 그 속에서 가족 구성원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인상 깊다. 이런 기회를 통해 라이더가 더 안전하게 바이크 라이프를 즐기게 되는 계기가 되며 작은 것들이 모여 결국 건강한 이륜차 문화를 만들지 않을까.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