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세 번째…최고 전문가 8인 나서 ‘브랜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열띤 강연
지난 17일 ‘브랜드비즈컨퍼런스 2019’에서 김원양 일요신문사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가장 먼저 김원양 일요신문사 대표가 환영사로 청중을 맞이했다. 김원양 대표는 “작지만 강한 언론 일요신문사 비즈한국이 주최한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9’에 참여한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생명체가 개미라고 한다. 자신보다 50~100배나 무거운 먹잇감을 지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런 개미처럼 강한 언론이 될 것을 약속하며, 이번 강연을 통해 여러분들도 강한 브랜딩 전문가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브랜드비즈컨퍼런스 2019에서 최소현 퍼셉션 대표가 진행을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9’에 참석한 최경화 씨(예비창업자·38)는 “인테리어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어떤 분야보다 브랜드 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에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9’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시영 씨(브랜드매니저·27)는 “회사에서 브랜드 매니징을 담당하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 부족한 부분을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9’를 통해 채워나가고자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브랜드의 책임감-본질, 의미, 기호: 최장순 엘레멘트컴퍼니 대표
첫 번째 강연자로는 최장순 엘레멘트컴퍼니 대표가 나섰다.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드에 관점을 부여하는 일’을 한다고 본인을 소개한 최 대표는 공익브랜드 나눔 커뮤니티 ‘매아리(매일 부르고 싶은 아름다운 이름)’와 리사이클링 생활 브랜드 ‘오브젝트’를 공동 설립했고, ‘본질의 발견’, ‘기획자의 습관’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유명하다.
최장순 대표는 브랜드의 의미를 통해 소비자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박정훈 기자
“브랜드의 담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운을 뗀 최 대표는 ‘개개인의 행복’을 강조했다. “브랜드의 책임감은 개인의 행복감으로 귀결돼 해석돼야 한다. 특히 현재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충족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며 “간극을 메우는 게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소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행복의 의미는 뭔지,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랜스 미디어 시대를 초월하는 통합브랜드 디자인 전략: 장동련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장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장동련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장은 브랜드 디자이너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디자인총괄자문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장 원장은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를 ‘국민 마스코트’로 만들기 위해 수호랑과 반다비 이모티콘을 제작해 마스코트 발표와 동시에 200만 명에게 배포했다.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관련 상품을 판매해 단기간에 전국에 캐릭터가 확산되도록 만들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딩 전문가 8인이 브랜드 동향과 전략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인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9’에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장동련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장. 사진=이종현 기자
미디어를 초월한 미디어라는 의미의 ‘트랜스 미디어(Trans Media)’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학자이기도 한 장동련 원장은 트랜스 미디어 시대를 여덟 가지 키워드로 규정했다. △보편성과 무한한 확장 △진화하는 통합 비즈니스 플랫폼 △협업의 혁신 △새로운 은유적 소통의 가치창조 △복잡한 근대 비즈니스 환경을 극복하는 유연성 △미래지향적 민주적 프로세스 △멀티미디어 환경을 위한 체험체계 △공감문화를 실천하는 공유모델이다.
장 원장은 “트랜스 미디어 환경에서는 우리의 브랜드미디어가 멈춰 있지 않은지, 24시간 동안 고객을 위해 살아 있는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드가치의 지속가능성과 기업이 지닌 사회적 인식: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세 번째 강연은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가 ‘브랜드 가치의 지속가능성과 기업이 지닌 사회적 인식’이라는 주제로 나섰다. 착한 투자라고 불리는 ‘임팩트 투자’ 재무적 수익률만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함께 추구하는 투자를 말한다. 옐로우독은 2016년 설립된 임팩트 벤처캐피털로, 기존의 시스템과 비즈니스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에 혁신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제현주 대표는 “추구하는 미션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브랜드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제현주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주요한 드라이버로 정의된 세 가지, ‘전략(Strategy)’ ‘압력(Pressure)’ ‘가치(Value)’가 브랜드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기업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 기업에 전략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가, 시장·정책·소비자 등의 압력으로부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세 가지의 균형이 잘 맞을 때 브랜드 가치가 지속가능해지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게 제 대표의 설명이다.
#마을 브랜딩에서 시작하는 도시재생: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마을재생센터장
‘마을 브랜딩에서 시작하는 도시재생’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윤주선 센터장은 “○리단길 등과 같이 마을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게 전 세계적 추세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슷해져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어떤 식으로 마을을 브랜딩해야 다양성과 소비력을 동시에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마을재생센터장이 1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서울 그랜드블룸에서 열린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9’에서 ‘마을 브랜딩에서 시작하는 도시재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마을 브랜딩은 왜 필요한 것일까. 윤 센터장은 퇴근 후 사람들이 느끼는 마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근대 직장인들은 육체적 노동이 주였다. 퇴근 후엔 업무에서 느낀 육체적 피로를 풀어줄 공간이 필요했다. TV를 보고, 누워서 쉴 공간 같은 게 마을의 역할이었다.
최근 직장인들은 새로운 것을 계속 생각해야 하는 창조적인 노동을 한다. 퇴근 후엔 고갈된 창의력을 재충전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일과 후 밥을 먹고 여가를 보낼 때도 누구와 어떤 음식을 어디서 먹는 게 중요해졌다. 직장인들의 창의력을 재충전할 장소가 현대의 마을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역과 상생하는 브랜드 디자인: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
다섯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는 ‘지역과 상생하는 브랜드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테이폴리오는 국내외 ‘파인 스테이’를 소개하는 큐레이션 플랫폼이다. 이상묵 대표는 자체 숙소 브랜드 ‘지스테이(Z-stay)’를 운영하며 새로운 방식의 여행 소비를 제안한다.
이상묵 대표의 강연에서도 앞서의 강연자들과 비슷하게 1995년생이 주축인 ‘밀레니얼 세대’가 언급됐다. 이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이어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박정훈 기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의 가치를 선사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 대표는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는’ 숙소를 만들고 있다. 그는 “기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데서 마음이 끌렸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자기 플랫폼에서만 선보이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만든 멋진 공간을 스테이폴리오에서 소개하고 싶었다”며 “미디어 커머스 대신 우리의 브랜드,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동네의 가치와 미래 세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접점자’로서의 역할을 하려 한다”며 지역과의 상생을 강조했다.
#나도 안 하는 짓은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로우로우에서 일하는 가방장수 이의현입니다.” 여섯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잡화 브랜드 로우로우는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최근 가방, 안경, 캐리어 등 내놓는 제품마다 완판 신화를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 이후 8년을 곱씹으며 자신의 브랜딩 철학을 전했다.
이의현 대표는 로우로우 제품을 첫 번째로 구매한 고객이 군 제대를 하자 주요 소지품을 분석해 고객과 협업한 세계 최초의 가방 ‘민우가방’을 출시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 대표가 보는 브랜드는 ‘도(道)’, 즉 도리다.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 모두가 각자의 도리를 다했을 때 좋은 브랜드가 탄생한다는 것. 이 대표는 “제자의 좋은 질문을 통해 스승이 배우고, 좋은 가수의 무대를 청중이 보태듯, 쓰는 사람이 브랜드를 지지하고 자랑하고 홍보할 때 수준 높은 브랜드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브랜딩을 하기 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라고 조언했다. “로우로우는 사랑을 많이 해본 사람이 밸런타인 행사를 준비하고, 플리마켓을 많이 열어본 직원이 플리마켓에 투입된다. (여행용품을 만드는) 로우로우 직원은 여행을 자주 떠난다”면서 “모던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으면 모던하게 살고, 단순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으면 단순하게 살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금융을 하는 이유, 라이프플러스: 박찬혁 한화생명 브랜드전략팀 상무
일곱 번째 강연은 ‘우리가 금융을 하는 이유, 라이프 플러스(LIFE PLUS)’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박찬혁 한화생명 브랜드전략팀 상무는 “금융이 거스를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인생의 주기 속에서 개인은 자기 선택적 삶을 살수록 불안과 공포가 늘어난다. 하지만 최근 이런 보험의 상식이 깨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는 미래를 대비하기보다 지금의 삶을 즐긴다. 세대 변화를 기업이 대비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찬혁 한화생명 상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업적 목표와 일치할 때 진정성이 발휘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박 상무는 ‘금융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라는 과제에 대해 “해답은 금융의 본질에 있다”고 봤다. 박 상무는 “금융 브랜드의 기회는 리브랜딩이 아닌 근본적 혁신의 과정에 있다. 윤택한 삶, 다양한 업종과의 시너지와 사회적 발전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브랜드의 진심: 김승언 네이버 디자인설계 총괄
“브랜드는 회사가 보이고 싶은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모습이다.” 김승언 네이버 디자인설계 총괄이 2003년부터 15년 이상 네이버에서 몸담으며 얻은 깨달음이다. 김 총괄은 마지막 강연자로 나서 ‘브랜드의 진심’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승언 네이버 디자인설계 총괄이 1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9’ 오후 세션 마지막 강연자로 나서 ‘브랜드의 진심’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김승언 총괄은 “브랜드실장 시절만 하더라도 타 서비스를 인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 팀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일은 디자인뿐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브랜딩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브랜딩 업무에 대해 느꼈던 점을 회상했다. 이후 네이버가 성장하고 그에 따라 외부의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브랜드는 회사의 모든 것’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김 총괄은 “회사의 철학, 사회적 책임 등 네이버 하면 떠오르는 모든 게 브랜드다. 단순히 로고 타입이나 컬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만이 브랜드가 아니라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김승언 총괄은 네이버가 이용자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브랜드가 될까를 더 깊이 있게 고민할 예정이다. 그는 “브랜드는 곧 퍼스낼리티(personality)다. ‘모두에게 착함을 얻을 수는 없지만, 유용함은 잃지 말자.’ 이것이 앞으로 네이버, 그리고 제가 가져갈 브랜딩”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마친 연사들 라운드테이블, 질문 받으며 마무리
강연을 마친 브랜딩 전문가 8명은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청중의 질문을 받으며 더 실질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상품, 공간, 금융서비스 등 브랜딩과 관련된 다양한 방법이 거론됐다. 또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가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에게 투자를 유치하는 ‘훈훈한’ 풍경도 펼쳐졌다.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9’에서 최소현 퍼셉션 대표(맨 왼쪽)와 강연자로 나온 최장순 엘레멘트컴퍼니 대표, 장동련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 원장,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마을재생센터장,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박찬혁 한화생명 브랜드 전략팀 상무, 김승언 네이버 디자인설계 총괄이 라운드 테이블을 갖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선물도 푸짐했다. 140만 원 상당의 코와로봇 자율주행 캐리어 로버스피드를 비롯해 게이즈 셀라랩 EMS 미니케어 안마기(1명), 게이즈 셀라랩 EMS 힙케어 안마기(1명), 게이즈 셀라랩 EMS 풋케어 안마기(1명), 슈피겐 뉴코티드2 플러스 백팩(1명) 등이 추첨을 통해 제공됐다. 강연자인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는 즉석에서 지스테이 1박 숙박권을 경품으로 제공했다. 모든 청중에게는 로우로우 보스턴백이 포함된 기념품 박스가 증정됐다.
우종국 비즈한국 기자 xyz@bizhankook.com